우리 집은 오래된,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되진 않은, 그러니까 나이가 한 50년 쯤 되는 집이다.
대들보며 골조를 나무를 사용한 집들이 독일에는 비교적 많은 편인데, 우리 집은 외관도 나무로 된 100% 나무집이다.
언듯보면 스위스에 있는 산간 나무 집과 비슷하게도 생겼다.
하지만 자세히보면 관리가 되지 않은 테가 난다.
아마 외곽을 우드스테인 페인트를 칠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처음부터 빼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이에 비해 더 오래되어 보인다.
50년 밖에 안되었으면서 한 100살은 되어 보이는, 거짓 유서를 자랑하는 그런 집이다.
그러고보면 사람이든 집이든 분칠을 잘해야 한다.
얼굴에 로션이든 선크림이든 안 바르면 피부 관리가 안된다.
수분이 뺏기고, 주름이 잘 생기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 하다보니 모두 내 말이다.
부쩍 주름이 늘어 더 늙어 보인다 싶다.
얼마전에도 아내에게 로션을 안 바른다고 혼이 났다.
근데, 무슨 이야기 하던 중이었지? 아 맞다! 집 이야기 하고 있었지?
이야기란게 꼭 물 위에 떨어뜨린 기름 같아서 어디로 퍼져가는지 가늠할 수 없다.
여하간 나는 그런 집에 살고 있다.
요즘 회사에서 야간 근무를 신청해서 하는 중이다.
일주일 야간 근무를 하면, 다음 일주일은 쉬는 식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주간은 일하는 주간이라,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하고, 집으로 와 일찍 잠에 들었다.
얕은 잠에 들고, 램수면, 깊은 수면... 뭐 그런 식으로 피로 회복의 사이클에 들려고 하던 찰나!
얼마쯤 되었을까?
갑자기 벽에서 '두두두루'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 쥐새끼! 쥐새끼가 들어 온 모양이구나!'
무거운 눈을 채 뜨지도 못한 채 나는 확신했다.
독일의 쥐 중에는 꼭 손가락 두 개 정도 되는 뾰족한 입을 가진 작은 쥐가 있다.
예전에도 고 놈들이 날이 차가워 질 때 즈음에는 따뜻한 온기를 쫓아 집 안 벽으로 파고 든 적이 있더랬다.
비록 잠결이었지만, 아니 어쩌면 잠결이었게 때문에 더욱 당당히 이놈들을 쫓아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 귀한 단잠을 방해한 녀셕을 응징하는 마음으로 모든 짜증을 끌어모아 있는 힘껏 벽을 두드렸다.
녀석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안겨주기 위하여 입으로 고양이 소리도 냈다.
'이 야옹~ 이 야옹~'
잠시만 독일 쥐새끼니까 독일 고양이 소리를 내야 하나?
'미 야우~ 미 야우~'
녀석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나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당탕탕' 요란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와 있단 말인가?
쪽수로 밀어부치겠다는 뜻이냐?
좋다! 내 그럼 인류의 무서운 맛을 너희에게 안겨주마!
나는 손바닥이 아닌 주먹을 불끈 쥐고, 더욱 힘껏 벽을 치기 시작했다.
고양이로는 안 될 것 같아 괴물을 소환했다.
'우워우워~ 악악!!'
이내 소리가 멎었다!
역시 인류는 위대하다!
나는 짧고 굵은 전투에서 이긴 승리감에 취해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띵동~ 띵동~
엥? 갑자기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파자마를 재빨리 걸치고 1층으로 내려가 현관을 열었다.
웬 덥수룩한 검은 수염을 한 덩치 큰 남자가 망치를 들고 문 앞에서 서 있었다.
그리고는 그가 매우 당황한 모습으로 내게 이야기 했다.
"저기, 지금 지붕을 고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요. 괜찮으신거 맞죠?"
아! 오늘 지붕 고치는 날이라고 옆집 아저씨가 그랬던가?
나는 내가 무찌른 쥐새끼가 생각보다 컸다는 생각을 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당황해하는 일꾼을 두고 나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 친구는 껄껄 웃으면 말을 했다.
"제가 그럼 한 고양이 만한 쥐였나 보네요!"
에라이!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고.
그래도...
우리집 다락에 쥐새끼는....
다행히 없다.
끝!
'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 > 매일: 단편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독한 부모라고?! (ft. 독일 가을 방학 숙제) (5) | 2024.10.26 |
---|---|
빨리빨리. 빠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ft. 독일로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3) | 2024.10.24 |
"내가 중국어 해?" (ft. 문화감수성 vs 피해의식) (12) | 2024.10.19 |
애나 어른이나 (ft. 독일 가을 방학) (11) | 2024.10.12 |
내가 니 친구냐? (아빠와 아들, 그리고 존댓말) (5) | 202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