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고 싶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한 달 간 휴가를 보내고,
다시 독일에 온 뒤로 막내는 자주 저런 소리를 한다.
독일로 건너온 지 대략 3년.
그 길지 않은 시간동안, 너무 어린 나이부터 '외국'에서 살게 되면서
녀석은 한국어도 많이 잃어버리고, 한국의 추억도 많이 잊어버렸다.
세련되지 못한, 혹은 고리타분한 부모라서 그럴까?
녀석이 '고국'이 조각을 잃어버리는 것이 못내 애닯아서
우리 부부로선 다소 무리를 하여가면서까지
다섯 가족의 한 달 간의 한국 여름휴가를 기획했었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녀석의 말은 어쩌면 우리 부부의 계획이
꽤나 성공적이었음을 말해주는 듯 싶다.
사실이지 정말 근사한 시간을 보냈다.
독일에선 잘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바다, 해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근처의 이름있는 볼거리를 찾아다녔다.
맛있는 식도락 여행도 빠질 수 없었다.
막내에게 자랑스런 '고국'의 기억을 심어주고 싶어서였다.
독일 '촌놈'이 된 막내에게
그런 한국의 모습은 더욱 화려하고 세련된,
선망의 이미지로 기억되었던 것 같다.
언젠가 녀석이 크면 또 알게 되겠지만...
휴가라서 그런 탓이지.
한국은 아름다운 곳이 틀림 없지만,
막내가 이번에 경험한 것은
우리나라가 가진 한 '단면'일 뿐이지 않은가?
어쩌면, 부모의 기대와 계획으로 인해
특히 과장된 아름다운 모습만을
눈에 담고, 피부에 새겨왔을 지 모른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한국에서의 삶은 또 얼마나 이와 다른가?
이런저런 선입견이나 판단을 제외한다하더라도,
녀석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일부로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언젠간 녀석도 알게될 터이다.
조금 더 크게 되면,
조금 더 많이 경험하고, 알게되면 말이다.
그런데, 문득...
그 질문이 어린 막내를 스쳐 내 가슴에도 '턱'하니 꽂혔다.
어쩌면,
나 역시 현실을 너무 과장되이 보고 있지만은 않을까?
'사는 게 어렵다.'
'관계는 힘들다'
'현실'이란 언제나 이런 어려움을 직시하는 것인가?
삶이란 늘상 고통만 존재할 뿐이겠는가?
삶에도 분명 '휴가'와 같은 부분이 존재할 터이다.
내가 보는 세상은 어쩌면 막내의 '한쪽 세상'처럼
반대편 '이면'의 모습에 지나치게 집중한 것일지 모른다.
시선과 생각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뭐, 이러든 저러든 어쨌든
꿈과 같이 달콤했던 휴가는 지났으니
그 때 받은 그 힘을 가지고
이제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때임은 분명하다.
두 눈을 부릅뜨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