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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교육 & 자녀교육

[독일교육 & 자녀교육 & 초등교육] #40. 기다림&성장 (ft. 둘째 받아쓰기)

by 바후르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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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셋 키우는데,

셋 모두 저마다 성품이 다르다.

하나님께서 행여 부모가 방심할까 싶어서,

지루할 틈 없이 만들어 놓으셨나보다.

 


 

첫째는 소위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다.

누구의 개입이 없이도 스스로 학습에 동기화되어 있다.

적어도 타인만큼은 해야 한다는 욕심, 승부욕도 있다.

 

부모기에 그런 부분이 조금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편한 면도 있다.

한국에서 스스로 한글을 떼고 온 첫째는,

독일에 와서도 부모의 큰 도움없이 독일어를 익혔다.

 

첫째는 머리로 배우는 스타일이다.

정보를 주로 문자, 책읽기를 통해 얻고 익힌다.

학교에서 4학년까지 할 수 있게 만든 독일어 보조교재를

1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해치웠다.

선생님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릴 정도였다.

 


 

둘째의 수채화 작품 "우리 가족". 둘째의 그림을 보면 늘 따뜻하고 맑은 느낌이다

 

 

반면, 둘째는 소위 "자유로운 영혼"이다.

전통적인 학습방식 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문자를 통해 익히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울머리가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책을 통한 사고로 익히는 것에는 쉬이 지친다.

 

첫째는 정보를 탐색하고 습득하며 배웠다면,

둘째는 직접 행동하고 실험하는 것을 즐겨했다.

첫째는 행동하기 전 그 행동의 결과를 "사고" 했다면,

둘째는 먼저 행동으로 "사고"를 치곤 했다.

 

둘째의 그런 엉뚱한 생각과 행동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귀엽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부모이기에 내심 걱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실질적으로 겪어본

동일 시기 아이의 학습법에 대한 예시는 오직 첫째 뿐이었으니

어떤 부분에선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독일에선 주로 아래와 같은 줄이 있는 노트에 글씨를 쓴다.

대문자, 소문자의 크기를 구분하고, 정확한 위치를 익히기 위해

왼쪽에 집(문-지붕-지하실)을 보면서 설명을 한다.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하루는 둘째가 독일어 시간에

받아쓰기(Wörterdiktat)를 해서 가지고 왔는데,

아내가 보고 엄청 웃었다고 했다.

 

둘째의 받아쓰기 시험지에도 역시 집이 그려져 있었는데,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둘이 그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문제가 제법 많았는지,  한 줄에 한 단어만 쓰면 자리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글씨를 쓸 자리가 없어요."라고 묻자,

선생님이

"그럼 오른쪽에 쓰면 돼."라고 대답하셨던 것 같다.

 

당연히 그 말은 오른쪽 빈 칸에 글씨를 써 넣으면 된다는 말이었겠지만,

독특한 둘째의 생각에선 완전히 다르게 해석되었다.

 

늘 글씨를 쓸 때 집의 그림 바로 옆에서 시작했던 둘째였으니,

오른쪽에 글을 쓰라는 선생님의 말을

오른쪽 집에서부터 글을 쓰라고 이해한 것이다.

 

그 때부터 둘째의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둘째는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데칼코마니처럼,

거울처럼 글씨를 썼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엉뚱한 둘째의 매력이 학교에서도 줄줄 새고 있었다.

 

다행인지, 둘째의 선생님도 그런 둘째를 타박하지 않으셨다.

"왜 이렇게 했니? 아쉽지만 이건 틀렸다."

라고 말씀하지 않고, 둘째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다.

둘째가 "그린" 데칼코마니 글씨 또한 "맞았다"라고 인정해주었다.

그런 둘째의 성품을 그대로 기다려주었다. 

대신 다음에는 그렇게 쓰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셨단다.

아닌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을 하며 글씨를 그리느라

시간이 너무 걸려 몇 몇 단어는 쓰지 못했었터였다.

 

부모로써 그런 선생님의 배려가 참 감사했다.

 


 

그런 기다림 덕분에 둘째도 배우는 것에 "나름"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얼마전 받아쓰기를 할 때는 모든 문제의 정답을 다 맞췄다.

그것도 반에서 "혼자서" 백점이었단다.

 

 

선생님께서 그런 둘째를 격려해주셨다.

 

얼마전 선생님과 부모와의 전화 상담시간에

둘째가 다른 친구들보다 독일어를 잘 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속상해하더란 이야기를 했더니,

그게 못내 신경이 쓰이셨던 모양이다. 

 

다른 친구들 앞에서 큰소리로 둘째를 추켜올려 주셨단다.

"우리 반에 모든 문제를 맞춘 사람이 단 한 명있어요.

그게 바로 하온이랍니다! 축하해주세요!"

 

둘째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얼굴로 우리에게 왔는지 모른다.

둘째의 상기된 얼굴을 보니 함께 행복해졌다.

 


 

둘째를 기다려 준 선생님,

둘째의 속마음까지 살펴 준 선생님.

 

우리 하나님께서

첫째는 첫째에 맞게,

둘째는 둘째에 맞게,

놀랍도록 꼭 맞는 선생님을 붙여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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