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독한 부모라고?! (ft. 독일 가을 방학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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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매일: 단편 : 일기

우리가 독한 부모라고?! (ft. 독일 가을 방학 숙제)

by 독일아빠 2024.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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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주간의 가을 방학이 끝나간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간다. 다행이다.

Gott sei Dank (=Thanks God =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 곧 개학이므로 아이들은 숙제를 하는 것에 여념이 없다. 미루고 미룬 방학 숙제를 임박하여 하는 것, 안타깝지만 이는 '국룰'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사실 숙제랄 것이 별로 없다. 아들은 일기장을 펴두고, 방학 때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아마 한 2장 정도 썼던 것 같다. 예전 방학 숙제 때는 그나마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뽑아 붙이기도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했어."

 


 

첫째는 이제 5학년,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학생이다. 김나지움은 독일에서 가장 인지적인 교육의 성취를 지향하는 상급학교이다.

'그래, 막내 녀석은 아직 어리니 그렇다고 치고 첫째 녀석은 중학생이니 뭔가 해야 하겠지! 기대해보자!'

역시 딸은 책장으로 갔다. 그러면 그렇지. 녀셕은 무엇인가를 하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기도 잠시! 딸은 책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꺼내 들고 소파에서 앉아 읽기 시작했다. 사실 딸은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시립 도서관에 가 약 20권의 책을 빌려왔다. 긴 방학이 무료할까 평소보다 많이 빌려왔는데 방학 시작 며칠 만에 모두 다 읽어버렸던 터였다. 시간이 많으니 하루 종일 책을 볼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딸은 다 읽은 책을 돌아가며 다시 읽고 또 읽었다.

물론 그런 모습이 기특하긴 한데 뭔가 아쉽다. 왜냐하면 이는 매일 보던 딸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학생 딸에게도 방학숙제는 없었다.

*독일생활 Tip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두 군데의 도서관이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모두 도서관일텐데, 독일어 이름은 서로 다르다. 하나는 대학교 부속 도서관으로 Bibliothek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Bücherei라고 한다. 둘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보통 Bibliothek은 예를들어 대학교 도서관이나 연구 목적의 서적을 모아둔 곳처럼 규모가 크고 체게적으로 서적을 정리해 둔 도서관을 의미한다. 전문적인 연구와 학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열람실 시설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Bücherei는 시립 도서관이나 마을 도서관처럼 비교적 규모가 작고 대중에게 친숙한 도서관을 의미한다. 전문적인 서적이나 열람실이 물론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소설, 잡지 등과 같은 대중적 서적이 정리된 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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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이런 모습은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인" 부모를 둔 우리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엄마에게서 숙제를 받아야만 했다. 학교가 하지 않으니 엄마가 총대를 멘 것이다. 숙제라 해봐야 하루 30분 정도, 수학문제를 프린트하여 2장씩 푸는 것이었다.

사실 그리 힘들지도 않은 숙제인데, 그마저도 둘째에겐 억울했던 모양이다. 언제가 옆 집 할머니에게 쪼로로 달려가 엄마의 만행을 일러바쳤다.

 

"아이고! 너희들은 정말 나쁜 엄마, 아빠다!"

 "방학 때 누가 공부를 하니! 애들이 신나게 놀아야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방학 때 공부시킨 적이 없었어!"

"아마 학교에서도 방학 때 공부시키는 것을 금지할걸?"

 

 

출처: Pixabay

 

둘째 놈은 제대로 된 우군을 만났다. 제법 의기양양한 몸짓을 하고, 우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는다. 요 녀석 덕분에 별안간 우리만 유별난 부모가 되어버렸다. 

옆 집 할머니에게 신나게 깨지고 있는 우리를 보며 셋째가 못내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나름 우리를 옹호해주려고 한 마디 거들었다.

"어, 아닌데. 우리 선생님은 숙제로 문제지 내주셨어."
 
다행이다. 역시 새로 오신 선생님이라 트렌드를 읽으시네. 요즘은 독일도 '빡세게' 공부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되었지. 그래, 얼마나 내주셨다든?

"4장이나 내주셨어."

그래 방학이 2주고, 수학문제 4장. 한 장에 보통 3~4문제 있으니까, 매일 한 개씩 푸는 정도 내주신 거구나.
아~, 독일. 아직도 적응 안 되네.

독일에서 사는 한국인 부모 노릇하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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