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 그리고 갈라짐 : 오늘의 판게아 (Pangäa)
1915년. 독일의 과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대륙 이동성을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최초 지구에는 오직 "하나"의 거대한 대륙(판게아)만이 존재했다. 이후 지구 내부의 맨틀(mantle)에 크고 작은 에너지의 운동이 일어나면서 대륙판들이 융기와 침식, 분리와 충돌을 이어가며 오늘날의 여섯 대륙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이름을 벨렉이라 하였으니 그때에 세상이 나뉘었음이요." (창세기 10:25)
베게너의 이론에 따르면 2억 5천만 년 전.
물론 정확한 시대야 언제였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 옛날 어느 때.
땅이 쪼개졌다.
2019년 어느 날.
짐짓 가벼운 사건이라 여기며, 스치듯 흘려버렸던 '왕관(Corona)을 쓴 황후'의 행진.
그녀의 반란에 전 세계가 이토록 몸서리칠 줄 그때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든, <물리적 거리두기>든...
<언택트(Untact)>든, <온택트(Ontact)>든...
무엇을 이야기하든지 본질적으로는 "떨어짐" 그 자체를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가 우리에게 도래했다.
너무나 순식간에... 과거 언젠가 사람들에게 갑자기 들이닥쳤을, 땅이 쪼개졌던 그때의 그 판게아처럼.
오늘 우리들도 역시 비슷한 <쪼개짐>을 당하는 것 같다.
비록 보이지 않아서 잘 알지 못했던 우리들의 판게아가.
2. 비관적인 지구의 미래 전망, 그러나 변한 것은 없다
그나마 이런 불행 중에라도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독일과 북유럽에는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었던 <어두운 지구 미래>에 대한 담론들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효율과 편리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당연하게 옹호되었던 인간들의 <욕구>, <권리>, <특권>에 대하여 근원적인 질문이 생겨났다. 부지간에 급격히 달라진 환경처럼, 시대는 그동안 자칭 세상의 주인으로 행동했던 인간들에게 날이 선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결국,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
사람들이 금세 어느 정도 이런 삶의 양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 인간들은 이런 <환경>에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본질적인 변화보다는 이런 각박한 상황을 이전과 비슷한 상태에까지 다시 개척할 수 있는 방법론에 몰두했다. 불굴의 노력을 기울여, 스스로의 <이익>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의 마련에 집중했다.
결국 오프라인 생태계가 온라인 생태로 변화되었을 뿐,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와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써 오늘날의 사회를 해석하는 근본적인 접근 방식에 관해선 달라진 것이 없어졌다.
같은 결에서 <온택트>라는 말 역시 그 동기는 누구를 위로하고,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내면의 본질적 욕구와 본성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부족한 말이 틀림없다.
아니, 조금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면 도리어 오늘의 문제를 야기했던 우리네 본성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는 핑계와 같은 말이 되기도 하는 듯 하다. 그러고보면, 실상 <온택트>가 불가능한 사람에게는 도리어 <점잖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이미 되어 있지 않은가? 이러나저러나 철저한 자본주의의 민낯만 끊임없이 재확인하게 되는 요즘이다.
3. 오늘날 판게아의 벨렉 :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1년 전, 그러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가 터지기 전에 독일로 왔다.
그 동기와 이유, 목적들은 여러 가지가 얼기설기 얽혀있어 뭐라고 꼬집기는 어렵다. 얼마는 자의였고, 다른 얼마는 타의였다.
여하간, 드러내 공유하기 쉬운 동기를 하나 공유하면, 결국 <경험 교육>에 대한 앎을 더 깊이 가지고 싶어서였다. 마부르크 필립스 대학교에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모험과 경험 교육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곳이었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이 주제에 대해 한 반 더 깊이 발을 들여놓고자 독일로 왔다.
경험 교육.
사람들은 자연에서, 모험적 요소가 담긴 경험을 스스로 구조화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자기 스스로에게 적용한다. 나아가 주신의 주변, 그리고 환경, 생태 등 점차 그 영향을 확대해 나간다.
이것이 <모험 및 경험을 통한 교육>의 일반적인 방향이다. 당연히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형성되는 여러 모양의 <관계>들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그런 마음으로 독일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 '코로나(Covid-19)'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엔 아주 가볍게, 그러나 이내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와 불안에 휩싸였다. 그 결과 한국은 물론, 독일, 전 세계가 <떨어짐> 자체를 <안전>과 <미덕>으로 삼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마 미래에는 단순한 <물리적 떨어짐> 정도가 아니라 어떤 <정서적, 사회적 떨어짐>의 양상까지 마주하게 될 것 같다.
누군가는 정서적 연결을 추구하는 인간들이기에 <언택트>가 아닌 <온택트>로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것에도 푸념 섞은 비판을 했다.
사람의 육체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은 오묘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 때문에 어느 하나만 강조할 수도 없고, 어느 하나도 떼어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관계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물리적인 관계 역시 정서적인 관계만큼 중요하고 필요하다.
혹자는 이러한 분위기를 안전을 위한 '임시적', '대안적' 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으리라 본다. 이것은 이미 거대한 흐름이 되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오늘 우리의 이 <경험>이 오랫동안, 강해질 수록 변경하기 어려운 <관성>이 되어 물리적, 신체적 관계를 등한히 여기게 만들 여지가 있다.
결국 우리는 한쪽이 지나치게 부각된 길을 가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독일에선 '현재까진' 물리적 관계에 대해 여전히 옹호하는 입장이라는 것. 그러나 결국 독일도, 세계의 다른 나라들도 이런 길을 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코로의 상황은 길든 짧든 끝이 나겠지만, 그 이후에도 더 많은 감염병들과 위기들이 그들을 덮치기 시작할 것이다. 그 때, 인간들은 결국 자신의 생명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떨어짐>을 <의무화>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걸어간 것일 뿐, 결국 모두 그 길을 따라가지 않을까?
'모이는 것을 꺼려하는 시대, 그것이 습관이 되는 시대' (히 10:25)
그 옛날 갈라진 땅의 판게아 위에서, 그동안은 미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판게아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그 판게아는 또 다른 벨렉, 갈라짐을 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결국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모험과 경험 교육. 이제는 모두가 꺼려할 수밖에 없을 <물리적 관계>, 그 자체를 핵심주제로 삼는 이 분야를 나는 왜 배우고자 하는가?
자의 반.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이 주제를 지속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두렵고 무섭다. 어떨 때는 고만 성경의 요나처럼 이것을 버려두고 피하고 싶기까지 하다.
타의 반.
그러나 나를 이곳에 있게하신 이는 결국 하나님이다. 이 시대에, 이 시점에, 굳이 독일에까지 나와 내 가정을 부르시고, 이 주제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게 하신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도 독일은 아직까지는 <물리적 관계의 제지>에 유보적인 입장이 아니던가?
한국은 첨단을 달리고 있다. 가장 앞서있다. 물리적 관계는 상당 부분 빠르게 가상의 <기술적 연결 관계>로 대치되고 있다. 반면, 독일은 '아직까지는' 이전의 관계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어쩌면 <관성>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어쩌면 한국의 생태와 독일의 생태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나는, 이와 같은 대척점의 두 양상을 비교연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모순적이긴 하지만, 과거를 고수하는 태도는 어떤 측에서 보면, 대세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일면 <전향적>인 태도로 해석될 수 있을 때가 오리라. 독일의 <관성적>, <고착적> 태도는 그런 부분에서 짐짓 <진취적>, <발전적> 태도가 아닐가? <원시>가 <첨단>이 되는 시대가 과연 올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나님은 내게 무엇을 요구하실까?
나는 참 능력도 품성도 참 모자란 사람이지만,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바라며, 내게 말씀하시는 바를 그저 '아멘'으로 순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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