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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교육 & 자녀교육

[독일, 교육학 & 초등교육 & 유아교육] #05. 독일 초등학교 입학 전, '신체-지능 검사' 필수 (feat. 보건국, Gesundheitsamt)

by 바후르 202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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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한국 나이로는 8세이다. 우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에서도 초등학교에서 보낸 입학 통지서가 여러 차례 전달되었다고 들었다. 한국에 있는 우리 어머니, 아이의 할머니가 현재 상황을 학교에 설명하느라 애를 먹고 계신다.

 

독일 나이로 첫째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6살이지만, 초등학교(Grundschule)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이다. 독일은 학사일정이 3월에 시작되지 않고 가을 학기에 시작한다. 내가 듣기로 이곳 초등학교는 8~9월 정도에 시작한다고 했던 것 같다. 생일이 지나야 나이가 계산되는 독일 문화에 따라 5~7살 정도의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같은 1학년 반이지만 (독일 나이로는) 한두 살 정도의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에 포함되고, 또 전국민이 같은 날 나이가 들기 때문에 8살이 되면 모두 일괄적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때문에 한국의 우리 어머니께 전달됐던 것처럼 '입학통지서'를 받고,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후 바로 초등학생이 된다. 

 

나이로 따지면, 독일도 한국과 비슷한 시기 초등 교육이 시작된다. 독일 나이 6세를 기준으로 초등학교 입학 대상이 된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이가 된다고 '무조건'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첫째가 이번에 검사를 받은 마르부르크 보건국(Gesundheitsamt)

 


 

 

 

독일의 교육체계에 따르면, 유치원(Kindergarten, 또는 Kita)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아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또래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양육과 보호를 받으면 된다. 이른바 '보육'의 장소인 것이다. 독일어를 배운다던가 숫자를 배운다던가 하는 경험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초등학교(Grundschule)는 다르다. 초등학교부터는 본격적으로 '배움'으로 대표되는 교육이 시작된다. 즉, 지식의 전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나라는 해당 아동이 소위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선행적으로 확인한다.

때문에 우리에겐 초등학교의 입학 오리엔테이션 참가 요청서도 전달되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독일 지방 보건국(Gesundheitamt)에서 보낸 '아동 성장 발달 점검 요청서'도 도착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아이의 학습능력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주무기관이 '보건국(Gesundheitsamt)'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 부분을 교육청이 담당할 것 같은데, 여기선 의료전문가 집단이 보건국이 담당한다.

*독일 '교육청(Schulamt)'은 보통 학교 행정과 관련한 실무 일을 담당하는 듯하다.

 

이른바 아웃소싱, 전문가 연계가 잘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아동의 신체적 지적 발달과 성장은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교육' 그 자체라 할 수 없기에 성장, 발달 관련 전문가들인 의학 담당자들이 이를 분석하고 이 결과를 '교육 전문기관'인 학교에 제언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여하튼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한국에 비해서는 조금 더 까다로와 졌다. 우리가 보건국으로부터 이런 편지를 받았다고 한스 귄터 아저씨에게 갔더니, 이블린 아주머니가 "이제 정말 학부형이 되네. 정말 떨리지 않니? 나도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나네."라고 말하며 웃으셨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학부형이 되는 것은 부모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되는 것은 매일반인 모양이다.

 

보건국 로비, 검사하는 사무실은 1층(우리나라 사고로 2층)에 있다. 우리나라의 1층은 독일에서는 EG(Erdgeschoss, 0층)이라 한다.  


 

검사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졌다. 첫째 부분은 일반적인 건강이나 신체의 발달에 대한 점검이었고, 두 번째 부분은 언어와 지능의 발달에 대한 점검이었다.

 

우리는 독일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외국인이라 그런지 가장 첫 번째 타임(8:30)에 배정되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첫 번째 담당자에게 서류를 제출하고 이내 검사에 들어갔다. 어떤 아이가 어떤 언어가 편한지 물어보았고, 우리는 "아직 유치원에 다닌지도 두 달이 조금 안되었어요. 독일어를 많이 이해하긴 하는데, 말하는 것은 한국어가 당연히 편해요."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웃으며 "그럼 부모님이 통역을 좀 해주시고, 아이는 손짓으로 표시하면 좋을 것 같네요."라고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첫 번째 부분은 일반적인 건강 검사였다.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고, 시력, 색맹, 청력 검사를 했다. 집이나 화살 같은 몇 가지 샘플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도록 했는데, 아마도 아이의 손 근육 발달을 점검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어능력도 원래는 점검하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독일어의 관사(Artikel)를 제대로 사용하는가?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 독일어 단어를 읽을 수 있는가? 복수와 단수 형태를 구분할 수 있는가?' 등의 확인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우리의 경우엔 이 부분을 간단한 질문으로 넘겼고, 점검지에 <한국어 사용, 유치원에 두 달 다님>이라고 기록하는 것을 보았다. 보통 15~20분 정도 소요될 것이라 예상되는 비교적 간단한 점검이었다.    

 

첫 번째 검사를 사정하고, 두 번째 검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밖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대기장소로 나와 아이는 색칠공부, 그림 그리기를 했고, 우리 부분은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일 공무원들의 무뚝뚝함에 대해 익히 들어왔던 터라 친절한 담당자의 태도에 적이 안도했다. 덕분에 긴장도 많이 누그러졌다.

 

10분 정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까, 두번째 담당자가 우리를 그녀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첫 번째 검사를 마치고 대기하면서 색칠놀이를 하고 있는 첫째

 

 

두 번째 파트는 지적 능력, 특히 논리적 사고에 관한 점검이 주로 이루어졌다.

 

'독일어로 숫자를 어디까지 읽을 수 있는지, 두 개의 그림을 보고 어떤 쪽의 물건이 더 많은지 짧은 시간에 파악할 수 있는지, 두 가지 서로 다른 그림을 보여주며 두 그림에서 다른 것이 어떤 것인지 파악할 수 있는지, 나름의 규칙을 가진 그림들을 보여주며 맨 마지막에는 어떤 그림이 올 것 같은지' 등등. 우리나라 지능검사(IQ)와 비슷한 형식으로 지적학습능력을 파악했다.

 

마지막으로 두번째 부분에서 호흡기관 점검과 대근육 발달도 확인했다.

 

우선 아이가 스스로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도록 요청했고, 피부 등의 상처를 점검했다. 아마 '수두 자국'이 있는지 등을 우선적으로 확인하려 했던 것 같다. 예방접종 기록을 함께 가져갔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질문했던 것이 바로 '홍역 접종을 몇 번 했는가?'였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번의 홍역 예방접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차적인 것이긴 하지만, 또 부모의 아동학대를 확인하고자 했던 것 같다. 혹 보이지 않는 곳에 이런 것이 의심되는 상처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후 청진기를 사용하여 호흡기관의 소리를 체크하고, 똑바로 걷기, 발뒷꿈치로 걷기, 발가락으로 걷기, 제자리에서 점프하기 등을 통해 대근육 발달을 점검하는 것으로 모든 점검을 마쳤다.

 

 


 

마지막 검사까지 모두 마치자 최종적으로 담당자가 우리에게 결과를 말해주었다.

 

판단기준에 따라 아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지적, 신체적 능력을 갖추었음을 부모에게 설명했다. 우리가 사는 곳과 근처 학교를 물었고, 자신이 학교에 첫째는 학교에 들어가 학습을 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와 신체발달이 잘 이루어다는 점검결과를 해당 학교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독일어를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학교에서 입학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음을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그러나 아직 유치원에 다닌 지 두 달이 안되었는데, 많은 독일어를 알아듣고 있고, 독일어 숫자는 점검지의 끝까지 읽을 정도로 빠르게 학습하고 있으니 올해 입학이 아마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두 번의 점검과 중간 대기 시간을 포함하니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독일의 초등학교에 입학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일일이 학습능력을 점검을 받게 된다. 독일인, 외국인 관계없이 공통적인 과정이다.

 

독일은 한 사람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다. 때문에 이른 나이부터(약 초등학교 4학년 정도) 대학에 진학하여 학문을 전공할 것인지(Gymnasium, Universität), 실업 현장으로 진출하여 산업 전문가가 될 것인지(Realschule/Ausbildung) 구분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매 기점마다 이런 점검과 평가는 독일 교육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일 수도 있겠다고 여겨졌다. 물론 어느 부분에선 좀 매몰차다 싶기도 하지만. 늘 귀로 들어만 왔는데, 직접 경험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 정말 독일 교육시스템 속에 한 발 담그기 시작했다 싶다. 모쪼록 배우고 느껴야 할 것을 놓치지 않고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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