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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교육 & 자녀교육

[독일교육 & 유아교육 & 홈스쿨링] #35. 얼마나 감사한지... (ft. 둘째 초등학교 입학 / 불안&주변환경)

by 바후르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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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 검사가 있었다.

 

첫째의 선례가 있어서,

아이가 아니라

도리어 내가 많이 긴장되었다.

 

잘해야 할 것 같은 불안이 있었다.

아이가 버벅대면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확실히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검사 전날 몇가지 연습을 시켰다.

어쩔 수 없는,

되기 싫었던,

고정관념 속의 한국 부모 모습이었다.

 

여하간

작년 이맘 때 즈음,

첫째가 받았던 질문 중

생각나는 것을 직접 종이에 적어

둘째에게 풀어보게 했다.

아이는 탐탁잖아 했따.

 

별로 하기 싫어 하는 둘째에게

"이거 못하면 지금 유치원 친구들이랑 

같이 학교에 못갈 수도 있어!"

감출 수 없는 불안의 무게를

아이에게 쏟아냈다.

 


 

아이가 힘들었나보다.

 

둘째는 그 날 밤 잠을 잘 못잤다.

새벽에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났다.

 

아무 소리 못하고 조용히

나에게 안겼다.

 

안쓰러웠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빠가 부담줘서 미안해.

편하게 해도 돼.

다 잘 될 거야."

 

몰랐는데,

다음날 아침, 첫째가 슬며시 다가와 말해줬다.

 

"아빠~

어젯밤에 얘, 자기 전에 울었어."

 

아이가 몹시 힘들었나보다.

 


 

 

 

부담이라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좋은 성과의 동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에게는 아닌 듯 싶다.

 

검사를 하는 내내

아이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틀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 해서인지

늘 엉뚱하다 싶을 정도로

스스럼 없이 자신을 드러내던

둘째가 몸을 사리고 있었다.

 

정답에 대한 부담이었을까?

쉽게 말을 뱉지 않았다.

투닥투닥

한결같이 재기발랄하던

내가 알던 둘째가 아니었다.

 

'아, 지루해.'

어떤 질문에는 대답조차 않았다.

 


 

첫째는 독일에 온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초등학교 입학 검사를 해야만 했다.

당연지사

독일어로 인한 어려움이있었다. 

 

타국에서 아이가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섣불리 독일어를 강조했다.

아니, 강요했다. 

 

그게 아이에게 독이 되었던 모양이다.

 

다른 아이,

다른 상황이었는데,

부모의 그릇된 편견으로

아이를 혹사시켰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역시나 둘째는 독일어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

보건청의 총평은 다소 부정적이었으나,

독일어가 아닌 아이의 연령과

정서적 안정에 대한 것을 말했다.

 

너희 아이가 인지적으로 똑똑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초등학생은 머리만 좋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혹 너무 일찍 학교를 보내려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린데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아직까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데,

너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닌지

'부모로써'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가을 학기부터 시작되는 독일 학제상

7월이 생일은 둘째는 보통의 아이들보다

1년 일찍 초등학교 입학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 부분을 짚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주변환경

 

그래서 보건청의 제안은

유치원에서 1년을 더 머물며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께

그 이야기를 꺼냈다.

이웃 식구 몇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답했다.

 


 

"너희 아이는 올해 학교에 가야해!

만약 한 해 더 유치원에 있으면

걔에게 그건 너무 시간낭비가 될 거야.

 

보건청에서 문제 삼았던

소극적인 태도라는 건,

사실, 너희 가정이 가진 정서적 부분이잖아?

너희는 늘 조용하고, 고마워하고, 예의바르니까.

오히려 독일 사람들은 때때로 너무 무례해.

그건 너희가 가진 좋은 모습이야.

 

의무교육 법에 의해

꼭 초등학교 입학을 해야하는

독일 아이들 중에서

도리어 의문이 생기는 애들이 많아

 

너희 아이는 완벽해.

걔는 완전히 지적이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야.

 

그건 내 생각 뿐이 아니야.

걔를 알고 있는 세명의 교사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해." 

 

(Von Anne.)

 


 

"나는 이런 교육 사전 검사가

아주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믿는다.

 

아이들 중 새로운 환경이나

부담을 주는 상황을 만나면

긴장하거나 힘들어하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현재 아이의 상태를

가장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유치원 교사라고 생각한다.

 

비단 지금 이 상황 뿐 아니라,

그동안 나는 이런 일을 많이 경험했다.

 

내 첫째 딸이 그랬고,

그녀의 막내 딸이 그랬고,

또 나의 막내 딸도 그랬다.

 

모두 검사 자체에 긴장했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때마다 보건청은

너무 이르게 학교에 보내려 마라 조언했지만,

지금 보아라.

모든 상황에서

일찍 학교에 보내겠다는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

 

너희 첫째만 하더라도

보건청의 판단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니?

이번 둘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 학교에 보내겠다는 너희 판단이 옳다."

 

(Von Hans Guenther)

 


 

"그들은 그렇게 말하곤 해.

만약 그들 말대로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이 꼭 유치원일 필요가 뭐 있어.

 

정말 능력이 안되면서 

일찍 초등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학교에서 판단해서

1년 유급을 시킬 수도 있어.

 

나는 너희 아이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믿지만,

만약 아니라 하더라도

학교에서 그 부분의 다시 보완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Von Judith)

 


 

 

 

하나 같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렇게 우리를 믿고 지지해주는

주위 이웃과 건강한 환경 속에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만치 감사하다.

 

어느 누가

이런 환경을 쉽게 가질 수 있으랴?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나 있으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일 뿐이다.

우리의 노력과 무관하게

여전히 우리를 위해 일하셨고,

좋은 것을 선물로 주셨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계신다.

 

그저 감사할 뿐.

 


 

'따라리라 딴딴~ 따라리라 딴딴'

 

그 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06424...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벌써 전화가 왔을까?

 

서둘러 전화를 받았더니

아이의 '예비입학반(Vorschule)'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이야기는 들었는데...

너희 이번에 학교 보낼거지?

 

너희 아이는 올 해 학교 가야해.

내가 이미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도 말씀드렸어.

그녀도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걱정할 것 없어.

너희 아이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초등학교에서도 분명히 잘 할 거야."

 

(Von Ste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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