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세 살 정도에 독일에 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녀석은 한국어를 꽤나 유창하게 했다.
아들은 말을 배우는 데 빨랐다.
독일에 왔을 때 아들은 독일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몇 달을 기다려 유치원에 들어갔지만, 코로나로 두어 달이 지나 문을 닫았다.
어떻게든 독일어를 익혀주고 싶은 마음에 갖은 방법을 강구했다.
이웃에서 독일어 이야기 CD를 받아 들려주었다.
독일어로 된 DVD 만화영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채 일년이 안 되어 아들은 독일어를 익혔다.
몇몇 실수야 있었겠으나,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 아닌가?
자신의 이야기를 독일어로 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만도 대견했다.
아들은 말을 배우는 데 빨랐다.
아들이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것에는 반작용, 혹은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다.
아들은 말을 잊는데도 빨랐다.
아들은 어느새 한국어보다 독일어로 말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했다.
아들은 한국어 능력은 뇌의 어느 깊은 곳에 빠르게 숨겨졌다.
그런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런 것은 단점일 뿐 아니라 장점이 되기도 한다.
아들이 사용하는 한국어를 들을 때면 언제나 재미있고 웃기다.
독일어 문화권에서 생각하는 아들에게는 존댓말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것이 재미의 백미다.
모든 웃기는 상황을 촉발한다.
오늘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들과 잡기놀이를 할 때였다.
늘 그렇듯 이런 놀이들에 집중하다보면 양상이 과열되기 십상이다.
흥분한 아들을 떨어놓기 위해 발을 뻗어 아들을 막았다.
아들은 순간 흠칫 놀랐다.
그리고 엄마에게 크게 소리질러 아빠의 만행을 고자질 했다.
엄마~, '얘' 태권도 해!
이 쯤 되면 이젠 어쩔 수 없다.
포기하면 편하다.
녀석과 그냥 친구 먹어야겠다.
[더 알아보기] 독일 문화 Tip
독일 문화 Tip! 독일어에도 존댓말의 개념이 존재한다.
흔히 Sie(당신)라는 대명사를 주어로 삼는 말하기 방법으로 Siezen이라고 불린다. 이는 Du(너)라는 대명사를 사용한 Duzen이라는 평어와 구분된다.
하지만 독일의 존댓말은 우리나라의 존댓말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존댓말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방식이라면, 독일어의 존댓말은 상대방과 격식을 차리기 위해, 즉 거리감을 두기 위해 말하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독일의 평어 Duzen은 친근한 언어, 독일의 존댓말 Siezen은 조금은 딱딱한 언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존댓말을 사용하는 때를 생각하면 '어른과 아이'의 대화 같은 존중의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일텐데, 독일에서 존댓말을 쓰는 경우는 '점원과 손님'과 같은 거리감이 필요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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