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어른이나 (ft. 독일 가을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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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매일: 단편 : 일기

애나 어른이나 (ft. 독일 가을 방학)

by 독/한/아빠 2024.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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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뭐 이리 쉬는 시간이 많아?

 

그래 나는 지금 독일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아라.

위 말투에 고마움이나 긍정의 빛은 전혀 없지 않은가?

 

혜택은 보통, 언제나, 어디서나 누릴 복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정된다.

아, 그렇다고 매우 심각한 정치 혹은 사회적 현상을 이야기 하려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일부 특권층에 대한 비판과 같은... 

 

다행히도 이 이야기는 해맑은 애들에 대한 이야기다.

비교적 가볍고 밝게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그렇다.

바야흐로 아이들의 가을 방학이 시작되었다.

 

독일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매 계절마다 쉰다.

아래 그림을 잠시보자!

아! 얼마나 영롱한 푸른 빛이던가!

아이들이 쉬는 날, 계절마다 찾아오는 방학이라는 녀석들이다.

 

짜식들, 이제 놀고 자빠지겠네.

부럽다! 

 

 

 

어라!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쉬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왜 그것을 미처 느끼지 못했을까?

 

어이쿠~ 이런!

내 어린 시절 '자율학습'이라는 귀한 전통을 망각하고 있었구나!

그래, 나는 그 때 '자율적'으로 학교에 다니곤 했었지.

지금 나는 그 때 나의 자율에게 꿀밤을 먹이고 싶구나!


 

여하간 아이들은 신났다.

내일부터 학교에 가질 않으니, 오늘은 늦잠을 자야겠다고 선언했다.

 

'이 짜식들! 니들. 원래 나보다 늦게 일어나지 않았니? 빠져가지고.'

 

속으로 얄미움이 솟구쳤으나 기어이 참아냈다.

아이들의 행복을 시기하는 쫌생이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현실이 힘들 때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행히 나는 지금 나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다른 관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녀석들아. 오늘을 신나게 즐겨라.

10년 뒤, 그 때도 오늘 처럼 웃을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너희들이 어른의 라이프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기다리겠노라!

흐흐흐흐.'

 

* AI로 생성된 이미지 입니다

 

 

나는 지금 내 안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는 '작디 작고 작디 작고 작디 작은 악마'를 마주한다.

그것은 마치 C.S 루이스가 직면했던 노회한 스쿠르테이프의 모습과 같다.

즉, 누구도 피하기 힘든 보편적 진실에 가깝다는 말이다.

 


 

좋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이제 비교적 가볍고 기쁜 마음을 되찾았다.

나는 핸드폰을 열어 새로 온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보다 상쾌해진 기분으로 친구들의 Whats-app 최신 상태까지 찾아보았다! 

 

휘리릭. 뚜둥!

어라! 이게 뭐야!

 

학교에서 교사로 일 하는 친구의 상태에서 눈이 멈췄다.

 

 

 

Herbstferien (가을방학)!

 

느낌표도 쳐져있고, 빛 번짐 효과도 넣었네...

방학이라 엄청 기쁜 모양이다.

 

 

아이씨! 얘는 어른인데....

 

 

 

불현듯 두려움이 엄습했다.

우리 애들이 자라서 학교 선생님을 한다고 하면 어쩌나.

 

그렇게 되면...

정말, 만의 하나라도 그렇게 되면...

잘 하면 10년 뒤에도 웃을 수 있겠는데!

 

기도제목이 하나 더 생기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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