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교육 & 유아교육 & 홈스쿨링] #04. 아빠의 요리교실 (feat. '예술교육', 에릭부스)

삶의 모든 활동들은 좋은 교육의 재료가 된다.

보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 노는 것, 만드는 것, 먹는 것, 심지어는 자는 것까지.

 

3년 전쯤. 줄리어드 음대 예술 교육학과 교수이자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의 저자인 에릭 부스를 예술교육 세미나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을 때였다. 하지만 나는 음악이나 미술 등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아니었다. 세미나 후 따로 에릭 부스를 만나 나의 이 고민을 나누었다.

 

"혹시 예술 영역에서 전문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도 예술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분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리고 아직도 인상적으로 내 머리에 남아있다.

 

"물론입니다. 당신은 혹시 요리를 할 줄 압니까? 만약 당신이 요리를 할 줄 안다면 당신은 충분히 교육 예술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머릿속에만 품고 있던 것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밖으로 표현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예술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 요리를 통해서 <아빠놀이터>를 진행할 것이다. 

 

---

 

어떤 음식이든 상관없겠지만, 우리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고 독일에서는 잘 구할 수 없는 만두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결정하고 나니 두부도, 만두피도 구하기 쉽지 않아 난항이 예상되었지만.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에선 결과뿐 아니라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자, 그럼 본격적으로 만두 빚기를 시작해볼까!

 

만두속과 만두피를 만들 반죽은 미리 준비해두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함께 준비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만두피는 반죽을 조금씩 떼어 일일이 얇게 만드는 것이 정석인 듯하다. 그러나 당시 우리 부부는 (모두 처음이라) 그 사실을 잘 몰랐고, 전체 반죽을 크게 편 다음 둥근 컵으로 떼어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막내에게 좋은 놀이가 되었고, 막내도 만두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과정이었던 것 같다. 역시, 어떤 과정이든 100% 실패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막내가 열심히(!) 만두피를 만들어 첫째와 둘째에게 주면 엄마가 만드는 법을 알려준 대로 두 녀석들이 만두를 빚었다. 처음 하는 것인데도 '제 법'이다. 꽤나 그럴싸하게 만들어졌다. 찰흙놀이 같은 것과 비슷해서 그런가? 작은 손으로 제법 야무지게 만든다. 둘째는 어디서 보았는지 '제 멋'대로 만두를 비틀어 모양을 잡더니 "딤섬, 딤섬" 그런다. 

 

이 녀석 아주 신이 났다.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발을 둥둥 굴리며 뛰다가 아내가 좋아하는 포트메리온 커피잔을 깨뜨렸다.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영국 찻잔 두 개는 모두 이 녀석 손에서 마지막을 맞이했다.

 

한편, 반죽을 컵으로 찍으며 그림을 그리던(?) 막내는 얼마 뒤 심심해졌는지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너무 조용해져서 순간 '쐐 한' 느낌이 들었다. 막내가 조용하면 뭔가 사고가 난다는 말이다. 공포영화처럼. 재빨리 이 녀석을 찾기 시작했다. 아니다 다를까, 테이블 밑에 숨어서 몰래 생반죽을 먹고 있는 막내를 발견했다.

 

여전히 우리에겐 좀 생소하지만, 독일에서 쿠키를 만들 때는 안 익힌 쿠키 반죽을 먹기도 한다. 실은 독일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간식이 안 익힌 쿠키 반죽이기도 하다. 몇 번 그 모습을 보아서일까? 막내는 맛있는 간식을 혼자서 숨어 먹듯이 만두 반죽을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드디어 만두가 완성되었다.

각양각색 모양도 '제멋대로'였다. '제 멋, 각자 자기만의 멋'이 느껴졌다. 

 

 

오늘의 <아빠놀이터>, "제멋대로 만두 만들기!" 대성공!!!

 

 

모양와 크기는 각양각색이지만, 에어프라이기에 튀겨 먹으니 시판만두보다 되려 맛있는 느낌이었다. 역시 일을 하고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있는 법이지.

 

 

---

[지난 글 보기]

2020/03/29 - [독일, 생활 & 교육] - [아빠육아] #01. 아빠놀이터의 시작 (feat. 독일, 코로나19)

2020/03/30 - [독일, 생활 & 교육] - [아빠육아] #02. 우리집 '키즈카페'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