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신앙교육 #.2] 가정예배 기도문 만들기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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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신앙교육 #.2] 가정예배 기도문 만들기 - 후기

by 독/한/아빠 2020.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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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독일 전체에 휴교령이 떨어지면서 매일 아침, 가정예배를 시작했다.

솔직히 매번 은혜스러운 것은 아니고, 때로는 아이들의 심드렁한 반응에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번에 함께 만들어서 거실 벽에 붙여 놓은 가정예배 기도문, 예배시간이 되면 클립에서 기도문을 떼어와 돌아가며 대표기도를 하고 있다.

 

가정예배를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시도해 본 것이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기도문'이었다.

기도는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인데, 아이들이 스스로 하나님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실은 둘째 날부터 '아~ 이거 괜히 하자고 했나? 별로 도움도 안 되고 쓸데없는 짓 한 거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시 여느 형식적인 기도처럼 전락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을 '살짝'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한 10일 정도 이어갔는데,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기억력이 좋았던 첫째가 그랬다면 그냥 '오, 역시.' 하고 넘어갔을 텐데, 예배에는 언제나 심드렁하게 보였던 둘째부터, 엉뚱 쟁이 막내까지. 삼 남매가 모두 앞다투어 기도를 했다. 자신이 쓴 기도문을 외우기는 게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꼭 콩 시루에 물을 붓는 것 같았다.

겉으로 보면 모든 물이 시루 바닥으로 그냥 빠져나간다. 그러나 그 속에선 하루가 다르게 키를 키우고 있는 콩나물이 있다. 외관으로 낙심하지 말고 알맹이를 기대하는 꼭 그런 마음이 들었다. 감사했다.

 

 

 


 

2주가 지나 아이들과 새로운 기도문을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나름 재미를 붙였는지 아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기도문을 만든다고 나섰다. 이번에는 '브레인 스토밍' 같은 사전 준비도 필요 없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쑬쑬 써내려 갔다.

 

한글을 한국에서 이미 떼고 온 첫째는 자기 스스로 글씨를 '쓱쓱' 적어 내려 간다. 둘째는 엄마에게 대필을 지시한다. 자기가 하나님께 하고 싶은 말을 불러주는 대로만 적게 한다. 부모의 다른 첨언은 용납하지 않는다. 셋째는... 언제나처럼 역시나 혼자 신났다.

 

직접 기도문을 써내려가는 첫째(위), 엄마의 대필을 지시한 둘째(왼쪽), 아주 멋진 '그림' 기도문을 만든 셋째, 일테면 '방언 기도문'이랄까?(오른쪽)

 

어릴 때부터 '자기의 언어'로 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다면, 하나님과 조금 더 솔직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봐야겠다.

 

이 아이들은 '내 자식'이기 이전에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맡겨주신, 하나님 자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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