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아이들이 다니고 있던 유치원이 휴원 하면서, 뜻하지 않게 우리 부부가 많은 부분을 감당하는 '홈스쿨'이 시작되었다.
사실 유치원에 보낼 때에도 '홈스쿨은 홈스쿨'이었다. 자녀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그러니까 중심을 잡고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주체는 학교나 유치원이 아니라 언제나 가정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것은 훗날 학교에서 아이들이 보내는 시간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더 길어질 때에라도 마찬가지이다.
말을 시작하면 '사족'이 많아져서 못쓰겠다. 여하간, 휴원 하며 제일 먼저 했던 것 중 하나가 매일 아침 가정예배였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솔직히 쉽지 않았다. 어떨 때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가 또 다른 날에는 아이들이 귀찮아하고, 힘들어해서 '이게 무슨 소용 있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예배는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과의 만남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것이었으면, 행복한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야, 나중에 부모의 '강제, 강압'이 사라지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하나님과 교제의 시간을 기쁘게 가져갈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부모가 강하게 영향을 발휘하는 때가 이제 얼마나 더 남았겠는가?
또 말이 길어지네. 여하튼, 다행히 아직도 가정예배를 계속하고 있다. 여러 번 포기할 뻔했는데,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벌써 한 달하고도 2주가 더 지나가고 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사이 형식은 다소 변했다.
처음에는 기성의 '예배'와 가까웠다. 찬양, 기도, 말씀. 특히, 말씀 시간이 길었다. 원체 말이 많은 사람이라 말씀 나눔 시간은 말 그대로 기성교회의 '설교'시간에 가까웠다. 말씀 나눔 시간이 길어지니 아이들도 힘들어했다. '또 설교하네.' 혹 아이들이 성경말씀에 염증을 느끼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 그뿐 아니었다. 나도 가정예배 말씀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나도 지쳐서 얼마 못 갈 것 같았다.
교육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반복'이라 한다. 존 듀이는 경험이 일관성을 유지한 채 지속되고 반복될 때만 교육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우리 가정에서 '일관성'있게 '반복'하고 '지속'할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 가정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포기했다.
최근 자리 잡은 우리 가정 예배 순서이다.
1. 시작 기도 (주로 아빠)
2. 말씀 암송 (일주일에 2~3개 / 시편 말씀)
3. 찬양 (3~4곡)
4. 마침 기도 (아이들 신청, 없으면 엄마)
우리 아이들은 찬양을 좋아한다. 매일 예배시간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기타 반주에 맞춰 찬양을 드린다. 아이들은 춤을 추기도 하고, 물건을 타악기처럼 두드리기도 한다. 소리 내어 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어린이 찬양도 부르지만, 성경 찬송가를 많이 부른다. 처음 이유는 단순히 기타를 연주할 수 있는 코드 악보를 많이 확보하려는 것 때문이었는데, 부를수록 우리 부부가 은혜를 받는다. 부모가 은혜를 받으니 아이들도 좋아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기보다 나를 위해 하는 것에 아이들을 초대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지속성과 진실성을 더불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최근 제일 좋아하는 찬송가는 '예수님은 누구신가(96장)' '나의 사랑하는 책(199장)' '행군 나팔 소리에(360장)'이다.
여러 시도 끝에 지금은 말씀을 나누지 않고 있다. 대신 말씀을 암송하고 있다. 말씀 암송의 장점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요시간이 짧으니 아이들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아이들도 예배를 지루하게 생각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집중력을 발휘하니 실제로 기억하는 말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덩달아 부모도 함께 말씀을 같이 욀 수 있게 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심지어 성경말씀으로 설교를 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도리어 성경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모든 예배를 마친 뒤 '아이들의 시간'을 사용하여 성경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하지 말라 하면 되려 더 하고 싶은 법이고, 스스로 찾을 때에만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아무리 좋을 것을 가져다주더라도 아이들에게 와 닿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암송을 할 때도 실패가 있었는데, 매일마다 한 절씩 말씀을 암송하려다가 포기했던 것이다. 듣는 이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나는 처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있었다. 심지어 2~3일 동안 해보니 실제로도 가능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일주일 정도 해보니 그제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 주에 2~3개씩 반복해서 하기로 정했다.
무모해 보이더라도 일단 시도해보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으니 해보면서 조정해나가면 된다. 부모의 태도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니 방법의 변화야 겉으로는 크게 보일 수 있으나 실은 미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다 보면 결국 자기 가정에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주 우리 가정에서 암송한 말씀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축복하며 글을 맺는다.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살게 하신 사람은
복이 있나이다." (시편 65:5)
"땅이 그의 소산을 내어 주었으니
하나님 곧 우리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시리로다." (시편 67:6)
"주를 찬송함과
주께 영광 돌림이
종일토록
내 입에 가득하리이다." (시편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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