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중국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1월 말, 한국에서도 발생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이야기다.
벌써 4개월째 계속 관련 뉴스가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단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대하소설이었다. 이젠 그만 좀 보고 싶은데,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없다. 아마 당분간은 그 자리를 계속 지킬 것 같다.
어학원에서 이탈리아 친구가 "너흰 은메달, 우린 동메달이네."라고 가벼운 농담을 하던 것이 한 달 여 전쯤이었던 것 같다. 이젠 너무 동떨어진 현실이 되어 나서 아득한 옛날 같은데, 실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였다.
한국에서 총감염자가 8,000명이라고 할 때 너무 많아 어쩌나 염려했더니, 독일에선 하루에 4~5,000명씩 감염자가 생기고 있다. 오늘까지 7만 명이 약간 못된다. 독일 전체 인구가 대략 8,000만 명이니, 메르켈 총리가 초기 언급한 국민 60% 감염 가능성을 생각하면 아직 한 참 남았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코로나는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차가운 봄이다.
경제가 멈췄다. <1분기 역성장 전망>. 산업이 멈췄고, 실물경제가 멈췄다.
<사회적 거리두기>. 관계적 영역도 어느 선에선 분명히 멈춘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똑같다.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길어진다면 dl 세계적인 '동요'와 '정지'는 더 길어질 것이다.
모든 것들이 더 흔들리고, 모든 것들이 또 멈추고 있다.
익숙지 않은 시간들이다.
열심히 앞만 보고, 땅만 보고 달려 나가던 현대인들이게 정지된 세상은 무척 낯설다.
이질적이고 두려운 모습이다.
대학생 때 한 달간 짧은 해외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2주는 네팔 기아대책 후원자 방문을 하기로 했고, 다음 2주는 홍콩과 상하이 지하교회를 방문하기로 기획했다.
처음 2주가 너무 행복했다.
당시 네팔은 우리나라 50년 대, 60년 대 같은 모습이었다. 소가 논을 일구고 있었다. 사람들의 복장은 허름했고, 집은 낡았지만 이방인들과 객을 대접하는 것을 기뻐했다. 우리들이 지나가기만 하면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변변한 음식은 없었어도 그들이 건넨 밀크티 한 잔, 가마솥에서 갓 끓여내 회색 재가 들어 있는 그 밀크티 한 잔에 그들의 뜨거운 사랑이 내 속에서 차오르는 것 같았다.
자연스레 다음 2주를 기대했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처음 2주의 행복한 기억을 엎을 만큼 화가 나고 속상한 여행이었다. 내가 생각하던 중국이 아니었다.
홍콩과 상하이는 세계 경제와 금융의 중심이었다. 나는 높은 건물과 화려한 야경만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바빴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땅만 보고 달렸다. 정말 달렸다.
나는 거기서 그 사람들과 단 한 번도 제대로 눈을 맞춘 기억이 없다.
화가 났다. 실망스러웠다. 이 여행이 너무 싫었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한 달 간의 여행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왜 그렇게 중국 여행을 끔찍하게 여겼는지 말이다.
그들의 모습이 실은 바로 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홍콩과 상하이는 사실 서울과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그들처럼 내가 달렸던 것이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꽂고는 혹 누군가에게 뒤쳐질까 달리고 또 달렸었다.
내가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했던 그들의 모습은 사실 내 모습이었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컨베이어 벨트같은 세상 위에서 땅만 보고, 달리기만 하던 사람들은
코로나가 멈추어 놓으느 세상에 갑자기 홀로 섰게 됐다.
사람들에게 이전까지 미처 보지 못했던 낯선 세상이 펼쳐졌다.
늘 흐릿흐릿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만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멈추어 선 세상은, 하나하나 또렷하게 다가오는 세상은 분명 이질적이다.
너무나 거대하고 평온하기에 도리어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코로나의 역설…이동 차단에 유럽 공기 깨끗해져
코로나의 역설…이동 차단에 유럽 공기 깨끗해져, 파리, 마드리드 등 3월 이산화질소 농도 10~40% 줄어 "도로와 공장 폐쇄로 대기 오염 물질 감소"
www.hankyung.com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돌아가게 하던 세상으로 망가진 환경이
코로나가 일시에 멈춰 세우자 다시 회복되더란 것이다.
무엇이 정상일까?
무엇이 원래 있어야 하는 그대로의, 자연(自然)일까?
코로나가 멈춰 세운 세상에서..
코로나가 멈춰 세운 세상이
우리에게
아직도 당연한 것을 모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계속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이젠 그만 좀 멈춰 서서 세상을 바로 보라고, 이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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