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왕의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켰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다윗에서 마음을 돌이켜 압살롬을 따랐다. 압살롬은 우위에 있었으나 훌륭한 책사 아히도벨의 말을 따르지 않아 결국 다윗의 군대에게 패배한다. 다윗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죄임을 고백하며 자기 아들의 죄를 사하고자 했으나, 다윗의 책사이자 군대장관이었던 요압은 그 말을 무시하고 압살롬을 죽인다.
이 짧은 역사 이야기 속에 얼마나 지혜로운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지 모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계책들은 과연 영민하여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였다.
#01. 압살롬
"또 압살롬이 이르기를
내가 이 땅에서 재판관이 되고
... 중략 ...
내가 정의 베풀기를 원하노라 하고
... 중략 ...
압살롬의 행함이 이와 같아서
이스라엘 사람의 마음을
압살롬이 훔치니라." (삼하15:5~6)
개인적으로 인간적인 다윗과 가장 닮은 자식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그의 용모는 아름다웠고, 또한 처세와 계책을 세우는 것에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모반의 마음을 품었지만 (왜 그런 마음을 품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천천히 이스라엘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시행한다. 마침내 모든 이스라엘의 마음이 자신에게 돌아왔음을 확신하게 될 때 헤브론으로 떠나 반역을 일으킨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묘한 방법으로 그는 손쉽게 이스라엘 전체를 차지할 수 있었다.
#02. 시바
"왕이 이르되
네 주인의 아들이 어디 있느냐 하니
시바가 왕께 아뢰되
예루살렘에 있는데 그가 말하기를
이스라엘 족속이 오늘 내 아버지의 나라를
내게 돌리리라 하나이다." (삼하16:3)
이스라엘 초대 왕 사울의 하인이자 재산관리인이었다. 사울이 전쟁의 비명 속에 죽자 실질적인 소유인이 된다.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을 찾으면서 모든 재산이 그에게 넘어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지혜로운 사람이었고, 그 땅을 다시 자신의 소유로 삼을 기회를 포착했다.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으로 왕궁에서 피난을 갈 때, 그는 주인 므비보셋을 거짓말로 모함한다.
그는 정세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지녔음이 틀림없다. 결국 압살롬에게 승리한 다윗이 귀환할 때 그는 사울의 재산 중 절반을 자기 몫으로 얻게 된다.
#03. 아히도벨
"아히도벨이 또 압살롬에게 이르되
... 중략...
내가 다윗 왕만 쳐 죽이고
모든 백성이 당신께 돌아오게 하리니."
(삼하17:1~3)
압살롬이 단 번에 이스라엘을 얻었지만, 아직 다윗과 그의 친위병이 남아있었다. 다윗을 완전히 몰아내고 왕국을 완벽히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책사가 필요했다. 아히도벨이 바로 그였다. 그는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제갈량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계책은 하나같이 다윗에게 치명적이었다.
만약 압살롬이 아히도벨의 계책을 따랐더라면, 하나님이 만약 아히도벨의 계책을 막지 않으셨다면, 하나님이 다윗을 조금만 덜 사랑하셨더라면, 다윗의 왕위는 그 순간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사람의 지혜로만 따지고 보면 그 역시 난 사람 중에 난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히도벨은 자신의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압살롬의 왕위가 곧 끝이 날 것을 이내 직감하고,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04. 요압
"우리가 들었거니와
왕이 당신과 아비새와 잇대에게
명령하여 이르시기를
삼가 누구든지 젊은 압살롬을
해하지 말라 하셨나이다
... 중략 ...
요압이 이르되
나는 너와 같이 지체할 수 없다 하고
... 중략 ...
아직 살아 있는 압살롬의 심장을 찌르니"
(삼하 18:12~15)
요압은 다윗의 군대장관이자, 영민한 책사였다. 문과 무를 모두 겸비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다윗의 왕위가 공고히 설 수 있도록 정적을 제거하는 일에 거침이 없었다.
사울은 물론이요, 그의 군대장관이었던 아브넬로 사울의 세력이 모이는 것 같자 이내 지략을 펼쳐 손쉽게 제거한다. 압살롬은 다윗의 아들이라 다윗이 생명의 보존을 '명령'했으나, 세력이 분산되는 것을 보지 못했던 요압은 그 명을 무시하고 압살롬을 친다. 압살롬의 반역 후 기반이 흔들리며 세바의 반역이 일어났고, 세바의 잔류세력이 자신의 사촌 형 아마사에게 몰리는 것 같자 그 역시 과감하게 제거해버린다.
그는 냉철하게 상황을 진단하였으며, 냉정하게 행동하여 최소한의 노력으로 자신의 목표하는 바를 성취해낸다. 그의 과감하고 영민한 판단은 대부분 다윗이 싫어하는 것이었고, 하나님 앞에서 무죄한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었으나 역설적으로 다윗의 왕위는 더욱 공고해진다.
그는 결국 임종 전 솔로몬에게 전해진 다윗의 유언으로 인해 다윗의 사후 반역죄를 엎어 쓰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 부분의 성경을 읽을 때마다 삶이 실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깨닫는다.
사람의 지혜는 일순간의 광명을 가져다 주시만 대부분의 경우, 또한 지푸라기처럼 사라진다. 본문에 등장하는 시바는 그나마 절반의 땅을 획득하였으니 자신이 목적하던 바를 달성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역시 자신이 얻은 땅을 품에 안고 죽진 못했으리라. 모르긴 몰라도 그의 호흡이 다하는 날, 하나님 앞에서 좋은 소리를 듣진 못했으리라.
솔직히 지금 나의 상황과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일곤 한다.
내 평생 이렇게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살아간 적이 있을까 싶다. 매일 하나님의 뜻을 더 묵상하려고 노력하고, 하나님과 대화하기 위해 질문하고 귀를 기울인다. 역시나 하나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내 상황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어떤 묘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나의 모든 고민을 일시에 날려줄 완벽한 계책.
그런데, 오늘 본문을 읽다가 그 생각을 닫았다. 그냥 답답하더라도 (원래 나는 그럼 사람이니까) 이 답답함 속에 거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영민하지 못한 것도 은혜겠지. 내가 지혜롭지 못한 것도 내 분수에 맞는 것이겠지. 그저 또 한 번 잘 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세미한 음성을 듣고자 노력하며 살아가 보련다.
사람의 계책을 갖느니, 차라리 하나님만 바라보는 막막함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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