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짧은 인생을 돌아볼 때, 사람을 넘어뜨리는 것은 언제나 아주 조그만 돌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외로 사람들은 '바위' 같은 거대한 문제에는 낙심하거나 쓰러지는 법이 없는 것 같다. 말도 되지 않지만, '골리앗'과 같은 문제 앞에서는 신앙적으로 고무되어 싸울 용기를 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기기까지 하는 일이 잦은 것을 자주 본다.
좀 우스운 비유지만, 실제 다윗 역시 거대한 골리앗의 육신은 '쓰러뜨렸지만', 밧세바의 보드라운 살결 앞에서는 자신의 육신이 '쓰러뜨림을 당하지' 않았는가?
비단 다윗뿐일까? 누구나 그렇다. 인생은 누구나 그런 성정을 지닌 것이다.
성경을 보면, 작은 돌부리에 차여 넘어지고 쓰러졌던, '우리 같은' 인물과 사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 옛날 이집트를 탈출하던 광야 위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을 죽인 것은 '홍해' 바다의 거대한 물이 아니라, '마라'의 쓴 물이었다.
홍해의 거대한 물 앞에선 그들이 당당히 서있었다. 홍해가 그들 앞에 갈라졌고, 그들은 뭍으로 걸어 지나갔다.
하지만 마라의 작은 샘물 앞에선 그들이 나뉘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가 하나님 앞에서 쓰러졌다.
인생을 넘어뜨리는 것은 언제나 작은 샘물이다.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를 생각해보라.
450명이 넘는 바알의 선지자 앞에선 엘리야가 두려움에 떨었던가? 피를 흘리고 소리를 지르던 거대한 무리의 무시무시한 얼굴에 그가 놀라거나 겁에 질리던가? 아니었다. 엘리야는 도리어 그런 그들을 비웃고 멸시할 정도의 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담대했던 엘리야가 언제 기력을 잃고, 용기도 희망도 쥐지 못한 채 "죽고 싶다"라고 주저앉던가? 고작 한 여성, 이세벨의 날카로운 협박 앞이 아니었는가?
예수의 비유에 등장하는 왕에게 만 달란트 빚을 진 종(마 18:21~35)을 생각해보라.
그가 옥에 갇힌 것은 왕에게 빌렸던 만 달란트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친구에게 자신이 빌려주었던 백 데나리온 때문이었다.
인생은 거대한 돈 앞에 굴복되지 않는다. 도리어 몇 푼의 하잘 것 없는 돈에 눈이 멀어 올무에 걸려들고 만다.
내 짧은 인생을 돌아보니, 나 또한 그렇다.
거대한 장벽 앞에서 나는 무너지는 법이 없다. 힘이 들어도 도리어 하나님을 붙잡고 담대히 걸어간다. 도리어 하나님의 기적을 맛본다. 여리고와 같은 성은 기적처럼 눈 앞에서 무너진다.
내가 살 힘을 잃어버리고, 신앙의 힘을 믿지 않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리고 싶을 때는 언제나 작은 돌부리에 걸렸을 때였다. 돈 몇 푼으로 인한 문제 때문이었다. 한두 사람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언제나 인생의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작게 보이는' 문제들이었다. 쇠봉에 맞아서는 살갗이 뚫리는 법이 없지만, 얇게 벼려진 칼에는 살이 베이고 심지어는 생명이 앗아지지 않던가?
그러니 내 인생 앞에는, 내가 당면한 문제 앞에는 언제든 방심하지 말라.
나를 넘어뜨리는 것은 언제든 아주 사소한 문제일 터이다.
그러나 또한 같은 이유로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너그러워져라.
'고작 그까짓 문제 때문에.'
세상에 이런 미련한 말은 다시없다. 내가 당하고 있는 오늘의 고통은 '고작 이 따위 작은 문제' 때문이 아니다. 충분히 나는 이 문제로 넘어질 수 있는 사람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그러하다.
죽음을 요구했던 엘리야에게 하나님이 꾸중하고 채근하시던가?
아니, 도리어 먹을 것을 주어 먹게 하고, 쉬게 하고, 다독이지 않으시던가?
사람은 누구나 그러한 문제를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문제든 개인이 가진 상대성으로 비교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한 인생이 느낄 주관적인 고통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법이다. 누구나 어떤 것이나 그 나름의 '절대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개인이 느끼는 고통은 오로지 그가 가진 '기준' 속에서만 측정될 수 있다. 내 기준에는 '그까짓 문제'일지 모르지만, 그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인생의 소망을 버릴 정도로 거대한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고작 그까짓 문제 때문에.'
세상에 이렇게 어리석은 말은 다시없을 것이다.
사람을 넘어뜨리는 것은 언제나 바위가 아니라 돌부리다.
그것은 오늘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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