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놀이터가 많은 편이다. 아무리 작은 작은 마을이라도 한 개 이상의 놀이터가 있다.
독일 놀이터는 크게 두 가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당연히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장(場)이며, 다른 하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의 '쉼터 공간'의 역할이다.
놀이터에 오면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다니며 '자유롭게' 뛰어 논다. 그런 점에서 자기 마음대로 놀 수 있는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천국일 테다.
그러나 그건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놀이터에 온 부모들은 집에서 '볶닦볶닦' 아이들과 시름하지 않고, 놀이터 곳곳에 충분히 마련해 놓은 벤치나 테이블에 앉아서 자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다른 집의 부모들과 만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독일 놀이터는 아이들에겐 놀이의 장이고, 부모에겐 만남의 장이 된다.
놀이터는 나름 독일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리고 그 가치는 이미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공감된 것 같다.
보통 놀이터는 '지방행정부' 차원에서 관리된다.
지방 도시 시장의 업무 중 하나가 충분한 놀이터를 공급하고, 놀이터 시설을 관리하여 안전과 즐거움을 담보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각종 모임이 제한될 때, 시장의 시정 편지에 항상 등장했던 주제에 놀이터의 개방 및 관리에 대한 부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더랬다. 놀이터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한 것으로 상정해두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의 사회적 인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 집 앞에도 작은 놀이터가 있다. 작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독일 기준에서 작은 것이지, 우리나라 놀이터에 비견하면 결코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없다. 오후쯤 되면 동네의 많은 아이들이 놀이터로 모여든다. 당연히 아이들이 내지르는 소리가 가공할 만하다. 그리고 바로 그런 놀이터 옆에 개인 집이 있다.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놀릴 때', 아이들의 소리로 혹 피해를 줄까 걱정했더랬다. 아이들이 흥에 겨워 소리를 지를라치면, '쉬쉬' 조심시키곤 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까지나 타국인의 기우였음은 얼마지나지 않아 쉽게 알게 되었다.
놀이터 옆 집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는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아이들을 보고 미소 지어 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는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을 하고 있군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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