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여름 날씨는 기이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가, 이내 비가 쏟아지더니, 다시 청명한 하늘이 빛나곤 한다.
오늘도 꼭 그랬다.
아침, 선선한 날씨에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다녀오려고 집을 나섰다. 아이들이 오늘따라 느릿느릿 딴청을 피우기에 집구석에 있는 산딸기(Waldbeere) 쪽을 발을 돌려 제법 붉게 익은 열매부터 따먹으며 본격적인 채비를 하던 차였다.
저 편 하늘이 검게 어두워지는 것 같더니 집에서 한 2km 정도 떨어진 숲 쪽에서부터 '후두두 후두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엇, 이거 빗소리 아닌가? 빗소리 같은데?' 점점 커지고, 가까워지던 소리의 정체를 막 파악하던 찰나 우리 머리 위에서도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였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가?
도리어 웃음이 났다. 이상하게 재밌었다.
막내아들과 같이 '이히히, 야호'라고 소리치며 얼른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서 창을 내다보니, 금세 밖이 어두워졌다. 신나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내리붓는 비에 적셔지는 고요하고 어두워진 세상을 창 밖으로 보다 보니 덩달아 감성적이 되었다.
좋았다.
아침에 내려놓은 식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창 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좋았다.
사실, 요즘 들어 이따금씩 미래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불쑥 솟아올 때가 있었다.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겉으로는 짐짓 괜찮은 체 허리를 펴며 말하지만, 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약한 나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정면으로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창 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는 지금 이렇게 큰 비를 피할 보금자리도 가지고 있지.
이것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지.'
힘들지만, 두렵지만, 걱정되지만. 솔직히.
그래도, 괜찮다 싶었다.
지금까지 하나님이 '에벤에젤'하셨고, (*에벤에젤, אבן העזר : 도우시는 하나님)
앞으로도 하나님이 '임마누엘' 하실 것이다 (*임마누엘, עִמָּנוּאֵל : 함께하시는 하나님)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하나님.
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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