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크고 있다.
몸도 그렇고, 머리도 그렇고.
몸과 머리가 크는 것만큼
마음도 따라 컸으면 좋겠다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첫째는 어떤 것이든 잘하고 싶어 한다.
욕심이 있고, 근성도 있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것을 하든,
첫째는 결국 잘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모습은 첫째의 큰 장점인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지금 당장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들은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것에 첫 발을 떼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런 모습 역시 첫째 본연의 모습이라,
(어쩌면 우리 부부로부터 기인했을지도 모르고)
우리 부부는 이 모습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
좀 더 자연스럽게,
좀 더 편안하게,
도전을 즐기고,
자신의 실수를 용납할 수 있도록
곁에서 격려해줄 뿐이다.
처음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첫째는 수영을 배우는 것을 싫어했다.
물을 무서워했다기보다는
부모 없이 혼자 낯선 곳에
있어야 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것 같다.
첫날은 힘들었다.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아내가 첫째 곁에서 붙어서
다른 친구들의 연습을 함께 지켜보고 돌아왔다.
둘째 날부터 용기를 냈다.
첫째 성향에 따라 이내 적응했다.
자세나 순서도 곧 몸으로 익혔고,
간간히 웃음을 지으며 긴장을 풀었다.
셋째 날에는
엄마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말했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스스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와 내가 모두 예상했던 바였다.
새로운 첫 발을 멋지게 디딘
첫째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첫째를 살짝궁 놀려주고 싶었다.
"지온아, 수영 재미있어?"
"응, 재미있어."
"그것 봐. 네가 만약 처음부터 포기했으면,
이런 재미도 모르고, 엄청 후회했겠지?
엄마 말 듣길 잘했지? 어이구~"
첫째는 잠깐 동안 생각해보는 듯했다.
그다음 대답은
아내와 내가 모두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근데, 만약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어차피 이게 재미있는지 몰랐을 테니까...
그렇게 후회할 것은 없었을 것 같은데?"
우리 부부는 한 대 얻어맞은 듯
잠깐 동안 멍해졌다.
첫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범위 안에서만
알고 느낄 수 있는 법이니까.
첫째가 점점 커간다.
몸도 크고, 머리도 함께 크고 있다.
곧 우리 사고를 뛰어넘을 것 같다.
몸과 머리가 크는 것처럼
마음도 함께 컸으면 좋겠다.
그때에는 어쩌면 자신보다 부족해진
부모 또한 힘껏 품어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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