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화, 세분화, 규격화> 하기 좋아하는 독일 사회의 특성에 따라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나의 신분은 "대학생(Student)"이다.
대학생의 1차 목표는 "학문의 습득" 혹은 "지적 연구"이다.
때문에 대학생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그저 따뜻한 마음으로 전하는 권고가 아니라,
법(Gestz)으로 강제된 분명한 제약이다.
대학생이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 달에 450유로(약 60만 원) 이하의 급여를 받는 아르바이트(Minijob) 자리 뿐이다.
아내와 세 명의 자녀,
독일에서 총 다섯 식구가 함께 살고 살고 있지만,
나는 대학생이다.
따라서 그 법은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 다섯 식구를 건사하기 위해
한 달에 벌 수 있는 금액은
합법적으로 60만 원 정도가 전부이다.
노동인구가 받을 수 있는 독일 정부의 지원금은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전무하다.
그러고나서 돌아보니 지금까지 살아 온 것이 기적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하나님의 기적으로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멘)
여하간, 상황이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이따금씩은 "진심으로",
근검과 절약을 강조하게 된다.
어린 나이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음을 무척 소상히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 아이들의 기도에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는
<하나님. 엄마, 아빠가 돈 많이 벌 수 있게 해 주세요>이다.
올 가을부터 큰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독일의 초등학교 입학식(Einschulung)은 큰 행사 중 하나이다.
아이에겐 일평생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이다
때문에 각 가정에선 기념 파티를 열어 아이를 축하하고 축복한다.
독일 문화를 잘 모르는 우리를 위해 옆 집 할머니가 대신 축하모임을 준비해주셨다.
부족한 돈을 채우고 남는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부부는 딸아이에게 초등학교 가방(Schulranzen)을 선물로 주었다.
사실 딸이 원래 가지고 싶었던 것이 있었지만,
너무 무리되지 않는 범위에서 딸이 좋아하는 예쁜 가방을 골라 선물했다.
다행히 딸도 기쁘게 받아주었다.
한 달 쯤 지났을까?
딸아이의 동네 친구 한 명을 버스에서 만났다.
그 친구는 딸이 처음 점찍어 두었던 가방을 매고 있었다.
가만히 그 친구를 바라보던 딸이 한 마디 했다.
"아빠, 쟤는 저 가방 메고 있네.
아~ 이제 알겠다.
쟤 엄마는 레베("롯데마트"같은 상점)에서 일해서 그런가보다!"
- #.42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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