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집에 살고 있는 베냐민이란 친구가 머리를 은발로 염색하고 왔다.
'동방예의지국'의 근본 있는 백성으로 그 모습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되었기에 "머리가 참 예쁘게 되었다"라고 칭찬해주었다. 그 친구는 내일부터 휴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염색을 한 것이라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는 몇 주 전부터 이번 여름휴가에는 '텐트 아영 캠핑'을 다녀보겠다며, 본격적으로 각종 캠핑 장비를 구입했더랬다. 문득 궁금하여 여름휴가를 얼마나 받았는지 물어보았다.
별스럽지 않게 그 친구는 말했다.
"나 내일부터 3주 동안 여름휴가야."
그렇지. 자고로 여름휴가란 3주 정도는 받아야지. 그 정도는 되어야 여름휴가라 할 수 있지.
2주도 안 되는 휴가를 받으면 어디 갈 새나 있을까? 갔다가 바로 오면 2주인데. 그건 여름휴가라 할 수 없지.
1주일 받으면, 그냥 집에나 있어야지. 신발 신었다 벗으면 끝날 텐데.
그런데 만약 1주일도 못 받으면, 그건 그냥 휴가가 아니라 주말 같은 휴식시간(Pause)에 불과하지. 설마 이렇게 받는 사람이 있을라고? 가만 보자. 우리나라, 한국은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지?
너무 기막힌 상황이라, 되지도 않은 농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더 좋고, 안 좋고를 떠나 정말 두 나라는 인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은 이렇게 떠나면서 회사나 동료나 눈치를 보지도 않겠지? 그래, 아마 그럴 것이다. 작년에도 베냐민은 한 달간 미국 일주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으니까. 이건 아마 일상적인 문화일 것이다.
그래도 참 비현실적인 문화임에 틀림없다. 갈피가 잘 잡히지 않는다. 너무 극단에 있는 딴 세상 일이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우리 상황과 비교해야 할까 머릿속이 빙빙 돌고 있었는데...
옆에서 7살 첫째 딸이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아니, 베냐민 삼촌은
코로나라고 얼마 전까지 회사에 잘 나가지도 않더니,
이젠 여름이라고 3주 동안 휴가를 가지네.
독일이란 나라는 참 살기 편한 나라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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