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유학 #.43] 아날로그: 뒤쳐진 독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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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생활 & 문화

[독일생활&유학 #.43] 아날로그: 뒤쳐진 독일 사회?

by 독/한/아빠 202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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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대표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이 있겠지만, 진보된 국가라는 초기 이미지와는 달리 과거에 고착된 듯한 모습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도무지 21세기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은 1980년 대에서 발전하지 못한 답답한 아날로그적 시스템은, 독일을 찾은 한국인을 쉽게 당황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집에 들어갈 때는 그 흔한 전자키가 없다. 현관은 물론이요 각 방과 우편함, 세탁실 전기코드와 자동차까지 합치면 한 사람이 열 남은 개의 열쇠 꾸러미를 항상 지니고 살아야 생활이 가능하다.


한국인의 입장에선 후진적인 독일의 행정 시스템

행정 업무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얼마나 편리한가?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사설단체는 물론이요, 심지어는 국가적으로도 <정부 24>와 같은 사이트를 마련하여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사용할 수 있다면, 온라인 행정이 가능하도록 편의를 도모하지 않던가?

 

그러나 독일은 그렇지 않다. 공문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직접 행정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그 이후에도 발급된 문서의 진위 여부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하여 왠갖 다양한 도장과 서명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한다. 그 때문에 아무리 간단한 민원이라 할 지라도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당연스럽다.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이런 독일의 모습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소위 선진국이라 칭해지는 독일이 이러한 후진적인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는 모습이 생경할 따름이다. 

 

독일에서 요구하는 공문서들은 담당자가 직접 압인하고, 서명한 것을 대부분 요구한다.

 


독일이 뒤쳐진 이유 : 더 큰 공동체를 지향하기 때문

 

왜 이렇게 과거의 틀을 고수할까?

게으르기 때문인가? 아니면, 무지하기 때문인가?

 

이제 갓 독일에 온 이방인의 판단이 무에 그리 정확할까마는, 적어도 1년간 곁에서 그들을 지켜본 바로 그들은 <여유>를 즐기지만 <게으르진> 않았고, 비판과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따라서 나는 결국 아래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이 이렇게 느려진 이유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뒤쳐진 이유는 그들이 <더 큰 공동체>, <더 큰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인 듯싶다.

물론, 이를 뒷받침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아주 사소한 몇 가지 예일 뿐이겠지만 몇 가지 들어보겠다.  

 

1. 아직도 금속 열쇠를 고집하는 이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요즘 우리나라에선 대부분이 현관의 전자번호키를 설치한다만, 독일에선 방마다 일일이 서로 다른 금속 열쇠가 설치되어 있다. 만약 부주의하게 열쇠를 잃어버리는 경우 자칫하면, 문 자체를 뜯어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금속 열쇠를 고집하는 이유는 열쇠를 고치는 기술공들의 직업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성적인' (혹은 '이기적인')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유이겠지만, 그들에겐 진심이다. 소비자 중심 '효율적인'의 한국 사회에선 이 고려가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경제적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각각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저마다 기능하고, 존중받길 바라는 독일 사회의 마인드에서는 지극히 당연스러운 고민이 된다.  

 

 

“독일에선 청소부와 변호사 모두 존경받는 직업입니다” | TONG

낮은 학업성취도 강한 경쟁력독일의 교육에서 답을 찾다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5-2016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독일은 세계4위를 기록했다. 독일의 GDP는 3조4949억 달러(IMF 2016)로 세계 4위다. 

tong.joins.com

우리나라였다면, 어떤 부분에선 시대에 뒤쳐질 뿐 아니라, 못 배운 사람들이나 하는 일처럼 여겼을지 모르는 '굴뚝 청소부'는 독일에선 행운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때문에 그들이 자신의 일을 마치고 그을린 얼굴로 길을 지나갈 때면 그들을 무시하거나 더럽다고 멀리하기는커녕 도리어 다가와 인사를 나누고,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독일의 정서이다.  

 

아직도 이 나라에선 버스 검표인이 있다. 과거 오래전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던, 것도 아니면 개그우먼 이영자 님이 열연하던 90년 대 <영자의 전성시대>에서나 볼 수 있던 바로 그 버스 검표인 말이다. 물론 이들도 21세기에 접어들자, 이제는 레이저를 쏠 수 있는 멋들어진 '기계'를 들고 '버스카드'를 체크하고 있지만 말이다.

 

마부르크 중앙역에서 버스표를 확인하고 있는 검표원.

 

2. 동식물, 생태와 환경까지 확장된 독일의 큰 사회

 

독일 사람들이 지향하는 더 큰 공동체는 단순히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선다. 그들이 그리는 더 큰 사회는 생태, 환경까지 확대된다.

 

예를 들어, 독일 사람들은 화단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예뻐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으나 벌과 나비의 양식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그저 웃고 말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거짓말이 아니다.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파업>까지 이어가는 독일 시민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진심을 가지고 하는 일인지 알 수 있다. 

 

 

Woche 32 und 33/2019 – Bäume pflanzen fürs Klima, Streiks vor der INSM und #AlleFürsKlima | Fridays for Future

Was passierte vom 05. bis 18.08.? Im neuen Wochenbericht erfährst du alle Geschehnisse aus den zwei Wochen zusammengefasst. 🎉 Streiks gehen weiterIn weiten Teilen Deutschlands fing am Montag die

fridaysforfuture.de

 

아래 영상(5:15~)은 건물 공사를 위해 땅을 파다가 개미집이 발견되자, 개미 무리 전체를 조심스레 숲으로 옮겨주었다는 '어린이 뉴스'의 내용이다. 독일은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생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연환경의 보호와 동식물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도록, 삶에서부터 실천적인 교육(Erlebnis-)을 실시하고 있다.

 

www.youtube.com/watch?v=94_Uka3BFDU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 사회는 과연 독일보다 '선진화'된 사회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우리나라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분명 자랑할 것이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부분 성실하고, 높은 의지력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부터 오늘까지 진취적으로 사회를 개척해왔다. 최근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는 다양한 "K" 모델들과 편리한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은 우리나라를 돋보이게 만든다. 독일에서 거주하는 여러 이방인 중에 "고국을 그리워하고, 고국으로 다시 돌아가 살길 기대하는" 민족이 많지 않다. 그러나 내가 알고 지내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만 보더라도 한국은 분명 좋은 나라이다. 나 역시 그런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기준은 있다. 우리는 분명히 그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편리> 한 것과 <평화> 로운 것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쩌면 <편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썼는지 모를 노릇이다. 나의 <편의>를 위해 타인의 <불편>에 눈을 감았을지 모를 노릇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기사를 하나 보았다. 프랑스 시민들을 대표하는 의원과 시장들이 정부의 5G 기술 개혁 정책에 반기를 내세웠다는 내용이었다. 국가의 경쟁력을 위해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을 위해서는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왜 그럴까? 더불어 사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야만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통해 자본주의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수요가 없음에도 무한한 공급을 이어가야 하는 자본주의의 특성이 오늘날의 무분별한 생태적 문제를 낳았고, 그러한 생태적 문제들이 오늘날의 감염병 사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코로나에 5G까지? 그런 세상 원치 않는다'... 프랑스 들썩

5G 도입 두고 격돌하는 두 개의 프랑스 [목수정 기자] ▲ 5G 도입 절차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프랑스 시장들과 의원들 60여명의 의원들과 11개 시장들이 국민적 합의와 안전 문제를 확인하지 않��

n.news.naver.com

 

독일의 느림을 보면서..

독일의 낙후된 시스템을 보면서...

물론 때로는 답답하고, 짜증이 치솟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들이 생각하는 거대한 공동체에 대한 밑그림이 대단해 뵌다. 

 

내가 얼마나 이곳에 머물며 다양한 경험을 이어가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좀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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