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유학 #.44] 일단 독일 말은 잘하고 보자 (feat. 온라인 뱅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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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생활 & 문화

[독일생활&유학 #.44] 일단 독일 말은 잘하고 보자 (feat. 온라인 뱅킹)

by 독/한/아빠 202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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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할 독일 생활이라지만, 이따금은 지나치리만큼 기다림이 길어져, 있는 편이 훨씬 이익임에도 그만 포기해버리곤 하는 것들도 꽤나 많다.

 

나에게는 인터넷 뱅킹도 그중 하나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1년 전, 계좌(Girokonto)를 개설할 때 신청한 체크카드(EC-Karte)와 인터넷 뱅킹이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이라면 단순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였겠지만, 독일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 비밀번호조차 직접 우편으로 받아야 하는 등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불편함 정도였다면, 어떻게든 해보겠으나 우편을 한 번 받는데, 보통 3-4일이니, 우편을 받는 족족 은행을 방문하여,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약 3개월을 여러 직원들에게, 같은 문제를 설명하며, 해결을 위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해결될 듯 결국 해결되지 않았다. 4개월 정도 지나자 그만 포기했다. 페이팔이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유럽판 온라인 계좌를 만들어 대체하는 편이 속이 편했다. 집세와 같은 목돈을 지불할 때 소모되는 비싼 이체 수수료와 나의 부족한 계좌 상황만 아니었다면 끝까지 그 방법을 고수했을는지도 모른다.

 

독일은 아직도 카드보다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계좌이체를 할 때에도 이런 지로 요청서를 많이 쓰곤 한다. 단, 이 경우 같은 은행에 전송할 때에도 꽤나 비싼 송금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

 

그로부터 또 반년이 지나, 결국 다시 은행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인터넷 뱅킹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처음은 매끄럽지 않았다. 나를 상대하는 직원은 이전 직원들같이 또 버벅거렸다. 다시 안된다고 말하려던 찰나, 뒤에 있던 중진 간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분이 프런트에 서자 일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보통 고객들이 서있는 장소에서 벗어나 직접 작업대 뒤로 내가 이동해서 추가적인 정보를 입력해야 했지만, 결국 그녀는 내 인터넷 뱅킹 장애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Danke schön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특히 그동안 내가 잘 못해서 그런 줄 알고 지레 위축되었던 은행 프로그램의 문제가 실은 그들이 못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마음에 남았다.

 

지난 시간, 내가 문제를 가지고 은행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가? 이번에는 도리어 그들이 나에게 연신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위로했다. 실은 그들의 문제와 미숙함 때문에 내가 불편함을 경험해야 했던 것이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독일에 살려면 독일어는 잘해야 하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아직도 부족함을 많이, 자주 느끼지만. 독일어를 못하면 주위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다. 사과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도리어 사과하는 경우도 잦다. 독일에 살기 위해선 독일어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당당해진다. 그래야 타인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하나님, 저 좀 더 잘하게 도와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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