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딸이 귀를 뚫었다.
같은 반의 친구들이 예쁜 귀걸이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지난 여름부터 자신들도 귀를 뚫고 싶다고 한참을 졸랐던 터였다. 첫 딸은 이제 3학년, 둘째가 독일학년으론 2학년, 한국으로 치면 갓 1학년이 될 나이였다. 그래서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꽤나 놀랐다.
'엥, 벌써부터 귀를 뚫는다고! 너무 아프지 않을까? 너무 빠른게 아닐까?'
그런데 주변을 보면 벌써 귀를 뚫은 친구들이 많다. 심지어는 빠른 편도 아니다. 둘째의 친구 여동생도 벌써 귀를 뚫었으니까. 아마 그 친구는 만으로 서너살쯤 되었으려나?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샵을 찾았던 그 날도 딱 그 또래의 여자아이가 귀를 뚫고 싶어 왔더랬다. 그것은 엄마의 원함이었을까, 아이의 원함이었을까?
처음 시작이 누구로부터였는지 알 길은 없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그 샵에서 그 결정을 내린 주체가 그 아이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이는 귀를 뚫는 과정에 대한 것, 조심해야 하는 것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직원으로부터 들었다. 무서우면 하지 않아도 좋다는 엄마와 직원의 제안도 들었다. 그리고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서 당장 할 수는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 지금 당장 귀를 뚫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던 아이는 크게 실망하며, 눈물을 보이며, 그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하기 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독일에선 어릴 때 피어싱은 의외로 쉽게 허용한다.
오히려 파마나 염색을 어린이에게 하기 어렵다. 미용제품에 든 화학약품이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만 16세가 되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미용사의 미용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그러고 보면 문화 차이라는 것, 생각의 구조의 다양성이라는 것은 참 재미있고, 신기하다. 아마도 오랜 시간을 거쳐 생활과 습관, 역사와 문화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어떤 지점으로 수렴된 결과이리라.

여하간, 이제 우리 딸들이 처음으로 귀를 뚫은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
우리는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피어싱 샵을 선택했다. 그곳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자격증(Urkunde & Zertifikat)을 획득한 곳이었다. 피어싱을 하기 위한 시술기구들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위생적으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하간 몸에 상처를 주는 행위이므로 안전한 곳을 찾는 것이 중요했고, 이웃의 제안을 통해 괜찮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가 선택한 곳은 마부르크에 있는 <타냐 피어싱>이란 매장이었다.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검색하시길~)
https://www.tanjas-piercing.de/marburg

간단한 일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도통 아무 것도 쉬이 할 수 없는 독일인지라 나름 걱정을 했더라만, 다행히 두 딸의 귀 뚫는 '시술'을 위해서는 특별한 예약이 필요하진 않았다. (*홈페이지에도 상세히 적혀 있다.)
그렇다고 쉽기만 하다면, 그것이 어디 독일에서 사는 삶이 주는 즐거움일까!
끝판대장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딸들이 미성년이란 사실이었다.
'피어싱' 시술 - 귀 뚫는 것도 어쨌든 거기서 거시, 그런 일종이라고 볼 수 있으니 - 의 안정성과 사후관리를 위해, 해당 매장에서는 시술을 받는 사람들의 '신분증(Ausweis)'을 요구했는데, 딸들은 미성년이므로 부모의 신분증까지 같이 요구했다. 그 말인 즉슨, 자녀의 몸에 이른바 '상해(ㅋㅋㅋ)'를 입히는 행위를 부모가 알고, 용인하는가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또다른 문제가 생기는데, (대다수) 한국인의 특성상 자녀의 성과 어머니의 성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외국인들은 가족성(Familename)이 같으므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우리는 아내와 자녀의 성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이때는 아내가 부모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자녀들의 '출생증명서(Geburtsurkunde)'까지 증명을 요구받았다.
'사진으로 보여주면 안될까? 인터넷 드라이브에 있을수도 있는데.'라고 말해보아도 소용없었다. Sicher ist Sicher! 종이에 도장과 서명이 꽉 박힌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독일인들의 특성상, 현장에서 해당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그 날 두 번의 걸음을 해야했고, 보다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두번째에는 아내 뿐 아니라 나까지 현장방문을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참고로, 위에 언급되었던 네살정도 되는 아이도 엄마의 성이 달랐기 때문에(프랑스인일까? 외국말도 간간히 하더라만, 여하간 외국인인 탓에) 결국 출생증명서를 가지러 다시 매장을 떠나야만 했다.

이런 고비를 넘어선 뒤, 다행히 두 녀석 모두 '첫 귀'를 잘 뚫었다. 깔끔하니, 덧나지도 않고, 예쁜 큐빅이 받힌 은으로 도금된 의료용 귀걸이를 하고 웃으면서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애기들 손님이 많아서일까? 매장에서 준비한 '귀 잘 뚫은 증명서(Urkunde)' 상장까지 챙겨받고서 말이다.
첫째 친구 중 한 아이는 왼쪽인가 오른쪽 귀를 뚫은 뒤, 너무 아프고 놀라 한 쪽을 마저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만. 이곳에선 두 직원이 '하나, 둘, 셋' 동시에 양쪽 귀를 한 방에 뚫어버린 덕분에, 설령 적이 놀랐다고 할지라도 찰나의 순간을 흘려보낸 뒤, 양쪽 귓볼에 반짝이는 귀걸이를 모두 착용하고 나올 수 있었다.
이제 6주 정도 지나면, 다른 귀걸이로 바꿀 수 있다고 하던데. 앞으로 애들 생일마다 예쁜 귀걸이나 보러다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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