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방선거(Landtagswahl)가 있었다.
물론 나는 '한국인'이므로 투표권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 어제자 지역신문(OP, Oberhessische Press)에 선거 결과에 대한 내용을 읽던 중 한 가지 꽃히는 지점이 있어, 오랜만에 글로 정리하여 생각을 남긴다. (*기사내용, 아래 링크 참조)
독일 극우정당 AfD의 약진
여러 결과 중 내가 눈여겨 본 대목은 이른바 독일의 대표적인 극우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AfD(독일을 위한 대안, 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의 약진이다. 물론 이 대목은 한국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진바 있다.
요약하자면, 과거 선거의 결과에 따르면 옛 동독지역에 국한된 지지세력을 결집하던 AfD가 헤센과 바이에른 주 등에 영향을 미치며, 여론을 주도할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헤센과 바이에른의 경우 대표적 보수정당인 CDU/CSU의 텃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기존의 우클릭 경향성의 전반적 강화로 인해, 기존의 우파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전세계적인 우클릭 경향성의 이유
사실, 이는 비단 독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정치적 우클릭의 경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예를들어, 이탈리아에서만 하더라도 무솔리니 이후 100년만의 국우정당 소속의 총리가 탄생했다. 정통적인 보수정당의 이미지에서 탈피한 파격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 번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미국 대권에 도전하고 있고,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도 특이할 점이다. 조금 다른 결이지만, 러시아의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자국민들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강하게 결집하고 있는 보수적, 혹은 자국중심의 외부 폐쇄적인 경향성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유시민 작가는 한 유투브 방송을 통해 "보수란 생존에 대해 높은 가치를 반영하는 것, 높은 현재 경향성에 대한 탄력성을 지니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 점에서 비추어 본다면, 최근은 경향성은 전세계적으로 침체된 경제적 상황에 대한 반향으로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추가적으로는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으로 강화될 수 있는 흐름일 수도 있다.
지지자에 대하여: 누가 이런 보수 경향성을 만들어 내는가?
내가 이번 지역신문에서 눈 여겨 본 대목은 AfD를 지지했던 지역에 대한 분석이었다. 물론 이는 우리 지역(Marburg, in Hessen)에 국한된 사실이므로 일반화의 증거가 될 수 없음을 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확장해볼 수 있는 하나의 충분한 단초를 제공한다.
지역신문에 의하면, AfD를 특히 높이 지지했던 지역이 이민 및 난민들의 비율이 높은, 소위 문화적인 용광로(kulturellen Schelztiegel)라 할 수 있는 Richtsberg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는 심지어 두 개의 개표소에서 50%이상을 득표했으며, 전체적으로 20%의 지지율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매우 의아한 대목이었다. 왜냐하면, AfD의 정책, 특히 그들의 이민정책은 그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과거 난민의 유입 및 지원의 결과로서 다양한 국가와 민족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거주민들이 많다. 따라서 그들이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존중받으면서, 또한 독일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도록 지지를 받으려면, 상호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옳다.
아이러니하게도 AfD는 그와는 전혀 반대되는 선상에서 정당의 가치를 주장한다. 위 AfD가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된 그들의 이민 정책의 이름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예를들어, 외국 특히 아프리카 노동인구의 유입 금지, 시스템적인 이민정책 금지, 이중국적 금지, 이슬람에 대한 견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들은 독일의 대표적인 이민학자인 폴 메첼린의 주장에 따르면, 이른바 '독일의 국가성'을 강조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현재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는 독일이라는 정체성에 집중하고, 이를 지속해서 전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첼린은 이런 국가정체성은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이민자들은 절대 능동적이 될 수 없다. 그들은 독일 사회가 요구하는 특성을 획득하고, 감정받아야 할 대상으로써 밖에 기능할 수 없다. 그들의 역할을 지극히 제한적이다. 실제 AfD는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한 한정된 소규모의 이민'을 강조한다.
아이러니: 정보의 불균형 탓일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왜 이민의 배경을 지닌 그들이, 그들의 처신을 약화시키고 제한 시키는 방향성을 강조하는 단체에 이토록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는 말인가?
마치, 노인의 부양할 수 있는 사회적 복지 제도를 약화시키고 붕괴시키고 있는 현재 한국 정부와 여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대한민국 노령층을 볼 때처럼 혼란스럽다.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라 그럴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에 족쇄를 매는 일을 스스로 벌이고 있는가? 막연하고 안일한 믿음이, 비판과 검증이 없는 그들의 믿음 때문일까?
이방인으로 독일을 살아가면서, 특히 이민을 대하는 정책에 특별히 많은 관심이 생겨 눈여겨 본 기사에서,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얽히고설켜 마음 한 켠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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