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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에세이 & 칼럼 & 리뷰

[경험교육칼럼] 독일, 절기를 통한 교육 : '부활절' (Ostern)

by 바후르 202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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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일상의 삶'과 '행복'을 통해 성장한다."

 

 

인물, 역사 그리고 절기를 통한 교육

 

루소, "역사와 인물을 통한 교육은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좋은 교육법이 된다."
샬럿 메이슨, "한 사람의 전 생애를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책(living book)'을 통한 교육이 중요하다."
명절, 절기만큼 한 사회의 문화와 가치,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잘 담아내는 것이 있을까?

 

 

루소는 그의 교육철학을 담은 책 <에밀>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는 '역사'와 '인물전기'를 통해 교육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루소는 이런 교육을 통해 타인의 삶,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인간관계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가 생각한 교육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는 '실용성'의 측면에서 아이들 스스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주변의 이웃과 사회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샬럿 메이슨은 아이들이 '살아있는 책(living book)'을 강조했다. 샬럿 메이슨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중요한 대안교육 방법론으로 정착된 '홈스쿨 교육'의 선구자이다. 그녀가 주장한 '살아있는 책'을 통한 교육이란 한 사람의 생애와 그 사람이 느낀 모든 감정과 이야기를 통찰할 수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물과 평전, 저자의 모든 책을 연대순으로 읽어가는 방법 등이 있다. 루소와 마찬가지로 샬럿 메이슨 역시 교육의 중요 목표 중 하나로 인간에 대한 관심, 이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영국 홈스쿨의 어머니, 샬럿 메이슨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이른바 '절기를 통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명절'로 대표될 수 있는 절기들은 그 사회의 문화와 전통을 아우르고 있는 한 편, 또한 사회가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잘 나타내 준다고 생각한다. 루소와 샬럿 메이슨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한 사회가 형성하고 있는 문화와 가치, 그 역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에 이런 '절기'만 한 것이 또 있을까? 

 

루소는 '감각'을 통해 배우는 지혜야 말로 잊어버릴 수가 없다고 했으니, 일상의 삶에서 문화를 누리고 즐기는 것이야 말로 해당 사회와 사람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임에 틀림없다고 믿는다.

 

 


 

지난 4월 12일은 '부활절(Ostern)'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일부 교회에서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종교적인 절기에 지나지 않지만, 독일에서 부활절은 우리나라 '설'이나 '추석'에 버금갈 정도로 큰 명절이다. 올해야 '코로나(Covid-19)'로 인해서 대규모 행사도, 축제와 여행도 없이 얌전히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원래였다면 몇 달에 걸쳐 주변을 가꾸고, 다양한 축하 모임과 행사를 계획하는 등 분주하고 떠들썩하게 보냈을 중요한 기간이었다.

 

아쉬운 대로 이웃에 함께 살고 있는 독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조촐하지만, 부활절을 기념하며 독일의 전통적인 문화를 조금 맛볼 수 있었다.

 

우리 가족도 지난 2월 말부터 봄을 준비하며 부활절 장식들로 집안을 꾸미기 시작했었다. 부활절은 독일인들을 비롯한 많은 유럽인들이 무척 기다리는 날임에 틀림이 없다.

 

 

 

 

기독교적 전통이 여전히 녹아있는 독일의 명절

 

독일은 기독교가 국교인 나라는 아니지만,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고) 유럽 대부분이 그러한 것처럼 과거로부터 기독교적 전통이 오랫동안 사회와 문화에 스며져 있다. 독일의 대표적 명절이 '성탄절'과 '부활절'인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심지어 기독교도 둘로 구분하여 개신교와 천주교적 전통이 다른데, 각 지역의 지방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종교에 따라 같은 독일이나 명절의 종류도 기간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는 천주교 문화에 바탕을 둔 독일 지역이 명절의 수도 더 많고, 같은 명절이라도 더 화려한 행사와 장식을 통해 이를 기념한다고 알려져 있다. 크게 보면, 독일 북쪽은 개신교, 독일 남쪽은 천주교 지방정부가 많다.

 

 

 


부활절은 '예수의 죽음과 살아남'이라는 기독교적 전통이지만,
이 날의 상징인 '계란과 토끼'는 기독교와는 전혀 관련 없는 고대 '게르만족'의 풍습

 

 

어디에나 각 절기, 명절을 대표하는 상징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에는 '아기 예수, 산타클로스(독일에는 '니콜라우스 할아버지'), 베들레헴 작은 별' 같은 것들이 있다. 어디 독일 뿐인가? 우리나라 설에도 '까치 까치설날(설 하루 전 날)'이라 하여 까치가 연하장에 자리 잡고, 추석에는 '명절 대보름'이라는 유난히 밝고 큰 '보름달'이 이 날을 상징한다. 

 

까치나 보름달이 각 명절의 상징이 된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과 큰 상관이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과거로부터 '농업'이 산업의 기간이었음을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농사를 짓는 데는 '양력'보다 '음력'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용하고 정확하였다고 한다. 세계 4대 문명의 기원이 되었던 나일강과 함께 성장했던 이집트에서도 달과 별을 관측하여 '이집트력'을 만들다고 알려져 있다. 여하간 이런 이유 때문에 '달'의 움직임은 과거로부터 우리 한민족들에겐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부활절을 상징하는 토끼와 계란, 올해는 코로나로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어 많은 독일인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출처:  https://www.shz.de/)

 

 

독일의 부활절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부활절 계란(Ostereier)'과 '부활절 토끼(Osterhase)'를 들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부활절이란 기념일 자체는 '기독교'의 전통에서 기인된 것이나 부활절을 상징은 기독교적 전통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계란'과 '토끼'는 과거 독일 등 북유럽 지역에서 거주하였던 토착 민족인 '게르만족(Germanic peoples)'의 전통에서 그 역사를 찾을 수 있다.

 

과거 어느 국가와 민족이 모두 동일했겠지만, 그 시대 가장 중요한 가치와 축복은 '다산'과 '풍요'였다. 당시 게르만족들은 봄이 오는 어귀 생명을 상징하는 '고기와 계란'을 먹으며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특히 토끼는 많은 자녀를 낳는 동물로, 다산을 상징하였다. 자연스레 토끼를 잡아 선물하는 문화가 있었다. 이 풍습이 훗날 기독교 '부활절'과 결합한 것이다. 부활적의 핵심 가치 역시 '생명'이기에 두 상징의 결합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기간과 상징이 비슷한 서로 다른 민족들의 전통이 오묘하게 합쳐져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부활절 계란(Ostereier)' 만들기

 

 

독일 하면, 성탄절 어귀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장(Weihnachtsmarkt)'이 유명하 듯이 마찬가지로 부활절에도 '부활절 시장'이 열린다. 부활절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상품은 단언컨대 예술작품의 경지에까지 오른 '부활절 계란'이라 한다.

 

빛이 새어 나오도록 만들어놓은 부활절 계란. 부활절 시장에 가면 다양한 부활절 기념 장식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seknews.de/)

 

물론 올해는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물론 아쉬움이 크지만,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찾아와 집에서도 아이들과 같이 부활절 계란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함께 '부활절 계란 염색'하기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우리 집 아이들이 아직 어린 관계로 가장 기본적인 염료 염색을 해보았다. 이렇게 시중에서 판매하는 염료를 구입하지 않고도, 직접 시금치나 양파껍질 등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천연염료를 준비하기도 한단다. 아주머니는 이 밖에도 토끼 귀나 스티커, 물감 등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하여 염색 후 부활절 계란을 장식하는 등 자신만의 창의적인 부활절 계란 만들기에 도전해본다면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활용 팁을 주셨다. 

 

 

 

 

한참을 집중하여 부활절 계란을 만들고 나면, 손 군데군데에 염색제가 묻어 1~2주간은 없어지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아이들이 7~8월이면 봉숭아 물을 들인다고 손톱과 손가락이 온통 주황빛이 되는 것과 것 같다. 독일에는 부활절이 되는 4월이면 집집마다 꼬마들의 손이 부활절 계란을 장식하느라 울긋불긋 물이 든다고 해서, '부활절 손(Osterhände)'라고 귀엽게 이름 지어 부르기도 한다.  

 

계란을 염료를 섞은 물에 넣어 염색한 다음, 돼지비계로 표면을 닦아 광을 낸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명절은 역시 아이들의 축제일, 부활절엔 토끼가 선물을 준다

 

자녀들에게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어 했던 오래전 독일 부모들은 그런 이유로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줄 궁리를 찾았다. 성탄절엔 니콜라우스 할아버지(우리나라의 산타와 비슷한 독일 성인)를 발견했고, 부활절에는

마땅한 존재를 발견하지 못해 결국 '부활절 토끼'라는 선물 중개자를 만들어냈다. 그 옛날 사랑이 넘치는 독일 부모님들 덕에 오늘날의 부모들도 훌륭한 일거리 매년 물려받게 되었다.

 

부활절이 되기 전, 독일 아이들은 집 앞에 부활절 토끼가 잠시 쉬고 갈 수 있는 둥지를 나무와 이끼 등 주변 자연물을 이용해 만들어 놓는다. 부활절 전날 밤, 부활절을 축하하는 토끼들이 집 앞을 지나다가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둥지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선물을 두고 가는 것이다. 

 

세 명의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스타일로 부활절 토끼 둥지를 만들어 내다 놓았다.

 

 

뿐 아니다. 부활절 당일이 되면, 토끼들이 집 마당과 숲을 온통 돌아다니며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는다. 주로 사탕과 젤리, 초콜릿 등을 뿌리고 다닌다. 당일 아침이 되면 아이들은 각자 주머니를 들고 신나게 보물 찾기를 시작한다. 독일 부모들은 부활절 토끼가 남겨놓은 많은 흔적, 그러니까 초콜릿과 사탕들을 찾아오면 올해 많은 행운을 받을 것이라고 귀띔을 해주기도 한다. 

 

우리 집 아이들만 하더라도 이웃 가족들이 준비해준 초콜릿이 150개가 넘었다. 아이들에게 많은 즐거움과 축복을 하고 싶은 독일 부모님들의 마음은 감동스러운 것이지만, 한국의 일반적인 부모로서는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이 같은 모습은 독일에선 더없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부활절은 일반적으로 "초콜릿 먹는 날(Süßigkeiten Tag)"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무 위, 풀 섶, 창문 틀 곳곳에 아이들을 향한 독일 부모의 사랑이 놓여져 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부활절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찾고 즐기는 재미, 먹는 재미까지 어우러지니 지난 몇 달이 훌쩍 지나갔을 것이다. 즐거움과 행복은 아이들을 성큼 자라게 한다 싶다. 오죽하면 플라톤은 '아이들을 축제와 놀이로 길러라'라고 했을까? 플라톤 역시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과업은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말이 꼭 여기에 맞는 인용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축제는 언제나 어디서나 '어린이들의 시간'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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