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아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축하모임이 있지만, 초등학교 입학식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날이다. 생각보다 독일은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오며 전해지는 노래가 있고, 그들만의 공감이 형성되는 문화가 있다.
조금 다른 건지, 아니면 비슷한 건지 솔직히 지금은 잘 분간이 가지 않지만...
왜 우리나라에 롱패딩이 유행하면 다 롱패딩을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것처럼, 독일에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다 같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물론, 안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기 때문에 왠만하면 부모들은 몇 달 전부터 이를 위해 정성껏 준비하기 시작한다. 물론, 타지에서 온 우리 부부에게는 여간 당혹스러운 것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1. 선물 꾸러미 (Schultüte)
부모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축하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선물 꾸러미를 준비한다. 보통 원뿔 모양의 '콘(Tüte)'에다가 담는다. 크기는 별 상관이 없지만, 어떤 이들은 거의 자녀만큼 큰 꾸러미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안에 넣는 선물들은 장난감이나 학용품, 학교에서 사용할 도시락통 같은 것부터, 풍선이나 초콜릿, 과자, 껌 같은 것까지 어떤 것이든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다행히 다른 사람 앞에서 포장을 풀 필요는 없다.
다만, 워낙 전통적인 것이다보니 기성품도 다양하게 나오지만, 부모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들어 주는 경우도 많다. 우리들도 처음에는 기성품을 샀지만, 옆집 할머니께서 참고하라고 '꾸러미 만드는 법'에 대한 책자를 주시는 바람에 밤 늦게까지 가내 수공업을 해야만 했다.
학교 입학식 당일에도 이 선물꾸러미를 가지고 갈 수 있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꾸러미의 모양을 보며, 중계하듯이 아이들에게 축하를 전하기도 한다. 전통은 전통이다.
2. 책가방 (Schulranzen)
책가방이 뭐 그리 다를 것 같지만, 아이들이 매는 가방(Ranzen)은 보통 가방(Sack)들과는 다르다. 거의 등산배낭과 같은 수준의 기능성 제품으로 시즌이 되면 매장 곳곳 마다 다양한 가방들이 전시된다. 전문적인(?) 기능성 제품이기에 가격 또한 매우 비싸다.
뭐 이렇게까지 무리해야 할까 싶고, 또 애들 가방을 써봐야 얼마나 오래 쓴다고 하는 생각이 들지만, 독일 부모들은 다른 건 몰라도 가방만큼은 조금 오버해서 사주는 것 같다. 왜 우리나라 학교에서 애들이 입은 옷이나 신발을 서로 비교하듯이 독일에선 아이들이 맨 가방을 서로 비교하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그러고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것 같다.
3. 축하파티 (Familienfeier)
너무 옛날 이야기를 들먹이는 것 일수도 있지만,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면,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랑 탕수육 시켜놓고 가족들이 모여 서로 축하해주었던 것 같다. 뭐,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똑같은 것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야 어제나 오늘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바야흐로 '학부모'가 되는 부모들이 다짐을 하는 순간이라서 그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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