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찍 결혼을 한 편이었다.
아내는 24살, 나는 27살.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1년 반이 조금 못 되는
짧은 연애를 마치고 식을 올렸다.
대학 4학년 연애를 하면서,
"만약,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서로 그런 마음만 확인하고
그 마음만 가지고 결혼했다.
모아 둔 돈도 없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작은 집을 얻어 살았다.
장판도, 도배도, 페인트칠도 직접 했다.
충분한 준비를 못했다.
서로에 대해서도 충분히 몰랐다.
결혼이 무엇인지도 충분히 알지 못했다.
아무것도 없이 결혼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했다.

연애기간이 짧으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실은 지금도 그렇다.
결혼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나는 아내를 잘 모른다 싶다.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늘 새로운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것은 아내도 마찬가지.
아내의 경우에는
'내 첫인상에 속아서' 결혼했단다.
아내 입장에선,
거의 <사기결혼> 같을 테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연애가 짧으니
가끔은 결혼생활 자체가
연애하는 것 같다.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세 명의 자녀가 생겼다.
딸 둘,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다.
우리부부가 처음부터
셋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시기도, 숫자도
모두 우리 부부의 계획을 빗나갔다.
우리의 결혼이 그랬던 것처럼
부족한 준비, 부족한 계획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매일매일이 새롭다.
부모로서 우리들은
매일 모르는 것을 발견한다.
첫째가 생겼을 때
우리는 초보 부모였다.
둘째가 생겼을 때,
우리는 두 명의 자녀를 둔
부모로서 첫 발을 뗐다.
셋째가 생겼을 때도,
세 자녀를 둔 부모로 처음이었다.
첫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우리는 초보 학부모가 되었다.
부모로서 우리는
늘 모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청소년 자녀를 둔 초보 부모,
대학생 자녀를 둔 초보 부모,
결혼한 자녀를 둔 초보 부모,
부모로써 우리는 매일매일,
늘 처음 발걸음을 떼며 걷고 있다.
우리의 결혼이 그랬던 것처럼
부모가 되는 것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
때로는 힘도 들지만,
늘 깨닫고, 늘 배우며,
지루할 틈 없이 살고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특별히 무엇을 잘하지 못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누구 같은
이상적인 배우자와는 거리가 멀다.
부모로서도
그리 좋은 점수는 못 받을 것 같다.
하루하루,
남편으로써,
아빠로서,
나의 부족함을 고스란히 느끼며,
매일 깨지고,
매일 후회하며,
버티듯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일찍 결혼을 한 편이었다.
아내는 24살, 나는 27살.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별 것 없이 평범한
우리 부부의 고군분투를 보며,
누군가는 도리어 용기를 얻고,
우리의 엉망진창인 모습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아내와 내 친구들 중
"너희 부부를 보고 결혼할 힘을 얻었어."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몇몇 있다.
얼마 전에는 아내의 친한 친구가
"너희 부부가 희망이야."
라고 말해준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듣던 날,
아내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었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
때로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삶도
희망이 될 수도 있나 보다.
별 것 없는, 도리어 실수 많은
우리 부부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것.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우리 부부는
오늘도
우리들의 초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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