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근 더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된 가수이자 시인 김창완 씨가 오늘(2020.10.18) 36년 만에 솔로 앨범 "문(門)"을 발매했다.
김창완 씨는 가수로 데뷔했지만, 연기자로도 다양한 색을 보여주셨다. 노래하는 김창완씨에 대한 내 첫인상은 온화한 미소를 짓는 순수한 소년 같은 느낌이었지만, 배우자로 김창완 씨는 때때로 비열하고, 잔혹스러운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양한 모습의 인간의 색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그를 보며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이나 시선이 매우 진중하고 깊었다. 일면은 철학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김창완은 "최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간 개념이 있었어요. 내 시간과 상대방의 시간은 다르게 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라고 털어놓았다.
가상의 장면이 찍힌 사진을 그 예로 들었다.
"2억 3000만 광년 떨어진 별을 2020년에 같이 보고 있다고 칩시다. 2억3000만 광년에 걸쳐 도달한 별빛은 지금의 빛이 아니잖아요. 이미 죽어있을지도 모를 별의 빛일 수도 있고요. 근데 우리의 모습과 그 별빛이 한 컷에 담기면, 과거 그리고 너와 나의 시간이 모두 같이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 빛을 찍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어요. 우리 모두 다르지만, 같은 시간을 체험하는 거죠."
- 뉴시스 인터뷰 기사 본문에서 발췌 -
그러면서 김창완은 울지도 못하고 사는 세상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우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죠. 눈물을 흘리면, 곧바로 실패자로 낙인을 찍고요. 우리는 카타르시스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어느 날 문득, 내 몸·내 마음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실존으로서 '시간의 끝'이 내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결국 제게 위로를 전하는 앨범이 된 거예요. '나 위로하자고 앨범을 만들다니, 사람이 이렇게 못돼 처먹을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하."
- 뉴시스 인터뷰 기사 본문에서 발췌 -
김창완은 얼마 전 동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삶의 어려움과 위기를 만났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그는 동시에서 찾는다고 했다. 자신의 삶의 결핍을 채워주는 통로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온갖 세상의 때를 묻히고도, 순순한 삶의 동력을 포기하지 않는 영원한 소년이다.
"글씨 나무가 자란다 장난감 써서 붙여라 글씨나무가 자란다 내 이름도 붙여라 / 초록색 칠판 위에 커다란 나무 그리고 / 예쁘게 글씨를 써서 마음대로 붙여라."
어느 날 분교를 방문한 김창완이 아이들이 칠판에 빼곡하게, 희망이 담긴 글을 적는 걸 보고 만든 곡이다. "아이들은 글씨를 적어 벽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걸 가졌다'라고 생각하죠. 하하. 그런 아이들이 너무 예뻤어요. 글씨 하나하나가 나무처럼 자라서 하나하나의 꿈이 되는 거잖아요."
김창완의 멜로디 하나, 노랫말 하나에도 여전히 꿈의 시간이 담겼다.
- 뉴시스 인터뷰 기사 본문에서 발췌 -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가수 김창완.
그가 쓴 노랫말이며, 시며, 글들에는 그의 생각의 깊이가 오롯이 담겨있다.
부럽다.
나도 세상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생각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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