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교육 & 유아교육 & 홈스쿨링] #23. 행복 (feat. 첫째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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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교육 & 유아교육 & 홈스쿨링] #23. 행복 (feat. 첫째의 위기)

by 독/한/아빠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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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작은 농촌 마을에서 살고 있다.

 

집 뒤로는 여우와 고라니가 살고 있는 숲이 있고, 눈을 들어 위를 쳐다보면 이따금씩 멋들어진 날개를 힘껏 뻗치고 바람을 타는 매가 보인다.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정원 의자에 앉아 옆을 바라보면, 얼마 전 태어난 새끼 야크가 엄마를 따라 풀을 뜯는 모습도 보이고, 마을 어귀로 조금만 걸어가면 한가로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양이나, 서로 목덜미를 부비며 사랑을 표현하는 말들의 모습도 눈에 담긴다. 

 

한국에선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비일상적인 풍경들이지만 이젠 별스럽지 않은 일상이 되어 눈가에 얼마 머물지도 못하고 고만 스스륵 스쳐 지나간다.  

 

 

 

 

 

아이들은 행복하다.

 

세심하지 못한 아빠이기에 아이들의 속마음을 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얼굴에는 대부분 웃음을 머금고 있다.

 

독일의 삶. 어른들, 특히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국의 삶이란 평온함보다는 불안이나 염려를 더 많이 느끼게 하지만, 그런 연약한 부모라도 딴에는 버팀목 비슷한 것이 되는지 아이들의 삶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이고 여유 있어 보인다.

그래,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의 독일행이 전혀 어긋난 방향은 아니었겠다 싶다.

 

 

 

 

 

그 와중에 첫째는 조금 힘들어졌다.

 

두 달여 전부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첫째는 인생 처음으로 "숙제"라는, 어른들 눈에는 그리 높지 않은, 나즈막한 담벼락을 만났다. 그래 봐야 독일어 알파벳을 몇 자 끄적끄적하는 것으로, 하루에 고작 30분 정도나 될까 싶은 것이지만. 

늘 하고 싶을 것을 제 마음껏 하던 녀석에겐 자기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아니 더 정확히는 앞으로도 스스로는 도무지 선택할리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된통 불편한 모양새다.

 

얼마 전에는 제 방에서 숙제를 마치고 거실로 내려와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동생들을 보며 심드렁하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참 좋을 때다. 너희들은 유치원에서 놀기만 하면 되니까."

 

첫째의 푸념을 들으니 이제 녀석도 한 걸음 정도는 어른이 되는 길에 올라 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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