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것도 불편한 것도 금방 적응된다 (ft. 택배기사 파업, 언론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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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에세이 & 칼럼 & 리뷰

편한 것도 불편한 것도 금방 적응된다 (ft. 택배기사 파업, 언론과 여)

by 독/한/아빠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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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오늘부터 총파업…사회적 합의 결렬

[앵커] 택배 기사 과로사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택배 노사 간의 사회적 합의가 어제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news.kbs.co.kr

 

 

택배 노조의 결정으로 노조 가입자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된다는 한국 기사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슬몃 살펴본 댓글들은 비난 일색이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그런 판단을 내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분명 있겠으나,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최근 "대기업 수준의 임금 수령", "황금 노조", "택배회사는 꿈의 직장"이라던 기사들이 신문이나 방송을 한차례 휩쓴 요인이 컸던 것 같다. 

 

여론이라는 것은 참 조심스럽다. 때로는 이해하기도 어렵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택배기사의 과로사 문제, 택배 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동정 여론들이 가득했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은 어제 스스로 옹호하고 안타까워하던 그들에게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판을 친다.

 

 

 

2021.06.09 네이버 검색 캡쳐 "택배기사 과로사" 

 

 

 

사람들은 그들이 파업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려고...

그런데, 솔직히 그게 뭐 잘못인가? 어제까지 우리가 가졌던 그 시선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그 돈 문제라는 것이 더러운 돈 욕심과 같은 뜻 일리 없다. 실은 그저 조금 더 넉넉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길 원하는 소소한 마음이 아니겠는가? 

 

 

택배회사 직원이 꿈의 직장, 신의 직장이라고?

그러나 적어도 내 주변에는 택배일을 해서 떼 돈을 번 사람은 하나도 없다.

게으르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지만, 빚을 지고 다른 직업을 다시 알아보는 경우는 봤어도 대기업에 다니는 것처럼 떵떵거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들의 고되었던 노동강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돈 문제만 가지고 이야기한다 해도 이것들은 사실이 아니다.

 

손바닥 뒤집듯 너무 쉽게 시선과 생각이 바뀌는 오늘의 상황이 당혹스럽다.

 

이미지 출처(클릭): 택배업계, 삼중고에 '시름' (newstomato.com)

 

 

 

어쩌면 더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가 너무 편한 것에 길들여졌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 누리고 있는 내 삶의 편리가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것을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타인의 노력과 노동은 이미 볼 수 없게 되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너무 쉽게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다가, 또 너무 쉽게 그들을 지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닐까?

 

 

 

이미지 출처: Umweltfreundliche Lieferung (fairkehr-magazin.de) **Foto: Kay Herschelmann

 

 

독일에 살지만, 나 역시 인터넷 상품 주문이 익숙해진 한국인이라 타 이웃에 비해 인터넷 구매가 많은 편이다.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수령하는 데까지 보통은 1주일 안, 심하면 한 달여가 걸리기도 하고, 가장 빠르고 편하다는 '아** 프라임' 서비스도 2~3일은 보통이다.

 

 

편안함이 당연해지는 것이
순식간이었던 것처럼,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답답했는데, 이젠 익숙해졌다. 택배사 직원들이 하루 반나절만 일하는 것도, 주말에 쉬는 것도, 다 괜찮다. 내 옆집 이웃인 택배 아저씨가 우리에게 물건을 건네주며 웃는 모습이 보기 좋고, 그가 택배 일을 하면서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함께 즐거워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이웃을 얻게 해주는데, 이 정도의 불편쯤은 내가 충분히 감당해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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