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현실이란 비현실적이오.
꿈꾸는 것 같은 것,
꿈에서 본 것 같은 것,
꿈에서라도 맛보고 싶은 것.
바로 그런 것을 쓰는 게
이 책의 핵심이오.
뭐 우리 세계에서는 그런 것을
‘진맛’이라 부르기도 하지.”
- 영화 「음란서생」 중에서 -
아주아주 오래 전에 개봉했던
영화의 대사가 지금 내 마음에
'콕' 꽂혔다.
"원래 꿈이란 비현실적이오."
두어 달 전,
독일로 들어서는 비행기의
창 아래로 보이는 풍경은
참으로 이질적이었다.
그 모습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이었다.
머리로, 마음으로
무수히 그렸고,
입으로 선포했던 모습이었다.
그런데 참 낯설었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현실.
꿈.
그리고 마침내
눈 앞에 '현실'로 펼쳐진 그 꿈은
그 순간에조차
현실적이지 않았었다.
'그래, 꿈이란 참 비현실적이구나.'
나는 비행기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한참을 속으로 생각했더랬다.
얼마 전, 노무현 재단에서 주최한
문정인 교수의 강의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미국과 북한의 추가 회담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였다.
"나는 낙관주의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2~3주 안에 열릴 거다.
그러니까 항상 열리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뭐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쌍중단'을 상당히 원했었거든요.
그거 (주장) 허고 나니까 내가
조중동 앞에 엄청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쌍중단'이 이루어지고,
평창 올림픽이 열리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는 항상 희망을 갖고,
상상력을 갖고,
그리고 '항상 될 수 있다.'
그게 독일말로는 '베르덴(werden)',
'만든다'라고 하는
그런 마음의 자세가
상당히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누가 세상을 변화시킬까?
그것은 도무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상(理想)을
포기하지 않을 때에만
가능할 것 같다.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도
티끌 같은 긍정의 가능성을 본 사람,
그것을 믿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비록 이상(異常)하다고 평가받을지언정
비로소 그 이상(理想)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현실적이지 않은 현실을 마주할 것이다.
'일기장 : 소식지 : 편지 > 에세이 & 칼럼 &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 시대의 흐름에 떠내려간 옛말들 (feat. 본회퍼) (0) | 2019.10.16 |
---|---|
[생각+] 내일은 없다 (윤동주 詩) (0) | 2019.10.16 |
[斷想] 나의 할머니께. (0) | 2019.09.16 |
[경험교육칼럼] 교육, 놀이, 문화 (0) | 2019.09.12 |
[생각+] 도래할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feat. 조국) (2) | 2019.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