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의 세대는
동시대의 천박한 문학으로
양육될 것이네."
- 본회퍼가 베트게에게 보낸 편지 중 -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을 치리하고 있던 나치는
국민을 효율적으로 선동하여
당과 일체화하기 위해서
'독일 지성인 고립 작업'을 추진한다.
당시 테겔 형무소에 수감중이던
디트리히 본회퍼는
이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걱정했다.
그는 나치의 정책으로 인한
천박한 언어교육으로 인해
이후 세대에서는
언어를 통해 획득되는
인지와 사고의 명료성,
본질과 실체의 통찰 등에
장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의 모든 판단과 걱정이
실제로도 옳은 것이었는지
나에게는 판단할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언어가 사고와 태도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한
그의 시각에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동의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독일어가 가지고 있는 언어적 특징이
독일인의 민족성과 상당히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결에서
우리말이 우리 민족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어떠한 언어적 특징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식, 사고, 판단, 행동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얼마 전, 윤동주 전집을 읽었다.
예쁘고 따뜻한 옛 말이 많았다.
우리말 또한 시대의 흐름을 따라
떠내려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떠밀려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무조건 옛말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감 있고, 재치 있던 옛말들이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속에 일었다.
김영하 작가가 언젠가 '알쓸신잡'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작가는 결국 말을 수집하는 사람이에요."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와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윤동주의 시에 쓰인 예쁜 옛말을
몇 가지 수집하여 기록한다.
훗날 나의 아이들이 이런 말들도 기억할 수 있도록.
가랑지길: 갈림길
가마목: 부뚜막
간신한: 힘들고 고생스러운
간질키오: 간질거리오, 감지럼을 타오
갑박이: 가뜩
걸음발을 탄다: 걸음을 걷기 시작한다
고누다: 북한 방언에서 ‘발굽을 세워 디디다, 일정한 무게로 짓누르는 힘을 밑에서 뻗치어 받치다’ 등
~곺소이다: ~이고프다, ~인 듯 싶다 의 예사높임말
길모금: 길목
날발을 태우려: 날게 하려
다람이: 두름
덩렁수캐: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개
땅검: 땅거미
땍볕: 뙤약볕
몽긔몽긔: ‘뭉게뭉게’의 작은 말
배암이: 뱀
벼룻장: 벼룻집
산굽: 산기슭
산등서리, 산등아리: 산등, 산등성이
상가교: 구름다리
상푸등: 과연
상화: 수필, 또는 생각
샛춤히: 새침하게
송치: 속
쌔워: 싸여
쓰르라미: 저녁 매미
아질타: 아질하다, 어지럽다의 준말
앙당한: 모양이 어울리지 아니하게 작은
역흐로: 옆으로
자래웠소: 자라게 하였소, 길렀오
주두리: 주둥이
주룽주룽: 사람이나 짐승이 줄줄이 모여있는 모습의 북한 방언
지도 째기 놀음: 땅따먹기, 땅빼앗기 놀이
쪽나래: 작은 날개
찌개논: 쪼개 놓은
철비: 철 따라 내리는 비
치벽한: 외진 곳에 치우쳐서 구석진
커리: 켤레
터분한: 개운하지 아니한, 매우 답답하고 따문한
푸드른: 푸른에 생동감이 가미된 말
하냥: 늘, 계속하여, 줄곧
하잔한: 허전한
해비: 여우비
허양: 거침없이, 그냥
후누주군이: 후줄근히
흐리우는: 숨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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