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 Weihnachten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절기이지만,
독일에서 크리스마스는 중요한 '명절'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상당히 오래전부터
도시차원의 각종 축하행사들이 있고,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준비하고 기다린다.
물론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이다.
일전에 말했다시피 경제적으로는
중요한 '대목(*뜻 클릭)'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에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설'이나 '추석' 전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11월 말 어느 토요일, 그러니까
아직 12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내에게 주인집 아주머니인 Evelyn이
토요일에 함께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자고
초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대는 감사하고, 귀한 것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서양이기에 으레
가정집에서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겠지,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겠다는
막연한, 그래서 그 이상의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넘겼었다.
그런데,
이는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실로 이 날은 몹시 중요한 날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초대받은 것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쿠기 도우(반죽)를 만들고,
밀대로 밀고,
갖가지 예쁜 쿠키 틀을 가지고 와서
모양을 찍고, 오븐 팬에 넣었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사람이 개인의 틀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뭐랄까 개인 주방도구 같은 느낌이랄까?
그 외에는 특이한 인상을 받지 못했었다.
모든 것은 Evelyn의 지휘로 진행되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워낙에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 그런 줄 알았다.
10시 정도에 만났는데,
어느덧 점심시간 가까이가 되었다.
그 사이 여러 오븐에서
여러 차례 구워져 나온 쿠키가 한쪽에 쌓였다.
크리스마스 쿠키의 향은 그윽하니 좋았다.
나는 이쯤에서 만족스럽게 인사를 하고
헤어지면 되겠다고 홀로 생각했었다.
실로 엄청난 착각이었다.
Evelyn이 Hans Günther가
점심을 만들고 있으니
여기에서 같이 먹으면 된다고 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Hans가 평소 워낙에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자라 그런 줄만 알았다.
다 같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정리했다.
언제 가보겠다고 인사를 할까
틈을 엿보고 있었는데,
갖가지 이상한 도구들이 등장했다.
바로 크리스마스 쿠키를 꾸밀 재료들이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쿠키가 이럴 리 없었다.
토이스토리나 보면
왜 '진저맨' 같은 것,
여러 색깔로 꾸며진 쿠키가 있었는데
내가 너무 이 나라 음식을 무시했구나.
하나하나 붓으로 풀을 칠하고,
색을 입히고,
설탕가루로 만들어진
반짝이를 다시 붙이고,
쿠키를 구울 때보다 더 긴 시간이 들었다.
Evelyn 아주머니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드는 방법만
5가지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관심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딱 우리나라 추석에
가족들이 모여서 송편을 만드는 모양새다.
Evelyn아주머니의 지휘 아래
Hans아저씨는 재료를 날라주고,
밥을 해주고,
Jerome은 아이들과 놀아주고,
Stephany와 Judith은 직접 쿠키를 만들고,
거의 4~5시간 동안
모든 가족들이 각자 역할 속에 하루를 보낸다.
정말 재미있다 싶었다.
크리스마스가 이 곳에서
얼마나 중요한 명절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초대받았다는 것이 다시 감사했다.
11월 말.
12월 말에나 있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쿠키를 왜 벌써부터 만들까?
독일에서는 쿠키를 일찍 만들수록
이후 맛이 더 좋아진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일수록
일찍부터 쿠키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래도 한 달은 그 부류 중에서도
무척 이른 편에 속한다고!!
얼마나 귀한 분들 속에 우리가 있는지 또 느낀다.
참, 독일말 중에 그런 말이 있단다.
"크리스마스 쿠키는
5시간 만들면,
5분 만에 없어진다!"
그 맛있는 쿠키를
크리스마스에 맛볼지도 의문이다.
지금 숨겨놔야겠다.
'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 > 독일생활 &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생활&유학 #.22] 드디어 '독일 크리스마스' (Weihnachten) (0) | 2019.12.31 |
---|---|
[독일생활&유학 #.21] 독일 크리스마스 (Weihnachten) ④ - 성 니콜라우스, (*참고: 독일 산타 할아버지 없음!!) (2) | 2019.12.15 |
[독일생활&유학 #.19] 독일 크리스마스 (Weihnachten) ② - 니콜라우스 할아버지, 대강절 달력 (0) | 2019.12.01 |
[독일생활&유학 #.18] 독일 크리스마스 (Weihnachten) ① - 집 꾸미기 (0) | 2019.12.01 |
[독일생활&유학 #.17] 독일 인터넷 연결, 공유기 설치 - DSL 모뎀쓰는 나라!! (feat. O2 & Fritz Box) (14) | 2019.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