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유학 #.28] 독일 축제: 카니발(Karneval) & 코스튬 퍼레이드(Fas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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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생활 & 문화

[독일생활&유학 #.28] 독일 축제: 카니발(Karneval) & 코스튬 퍼레이드(Fasching)

by 독/한/아빠 202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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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살다 보면 뭐랄까 기념일이나 축제가 생각보다 많은 곳 같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그것마냥 화려하거나 거대한 말 그대로 "축제"인 것은 아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데 목적을 둔, 그러니까 '핑곗거리 축제' 같은 느낌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렇겠지만, 독일 역시 중세 카톨릭의 역사를 중요하게 공유하고 있는 국가이다. 심지어 종교개혁의 발상지이기도 하니 천주교, 개신교의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나라이다. 때문에 기념일들도 종교와 관련된 기념일이 많다. 좀 웃기는 것이지만 국가 공휴일을 따지면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훨씬 더 많다. 다만 독일은 개인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휴식일이 우리나라는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 부분에서도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함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조금은(아니면 상당히)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민족이다. 말이 샜는데, 어쨌든 독일은 공휴일이 뚜렷하게 있진 않지만 성탄절과, 부활절은 큰 기념일 겸 공휴일로 지킨다. 아주아주 큰 명절이다. 

 


이번 주는 부활절과 관련된 기념일, 아니 '기념기간'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번 주 월요일(2월 24일)을 '장미의 월요일(Rosenmontag)'이라고 부른다. 월요일, 화요일까지 그 유명한 '카니발' 축제가 열린다.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Aschermittwoch)'이며, 이 때부터 사순절(예수의 고난을 생각하는 40일의 기간)이 시작된다. 40일이 지나면 바로 '부활절(Ostern)'이다.

 

기념일 이름만 따지면 크게 종교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지만, 오늘날에는 기독교적 성향은 거의 없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기념일, 명절의 느낌이 강하다. 심지어 재의 수요일이나 사순절은 기념일로서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마에 재로 된 십자가를 그리고 죄를 회개하는 '재의 수요일'

 


 

 

 

항상 서론이 긴데, 여하튼 오늘의 테마는 '카니발'이다.  

 

카니발 하면 남미, 특히 브라질의 삼바축제, 삼바 카니발 축제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아주 화려하고 흥겨운 축제이다. 독일도 나름 이 '카니발'이 유명하다. 영어로도 카니발은 축제라고 번역되니 카니발의 이미지는 아주 정신없는, 웃음 가득한 축제의 느낌이 강하다.

 

남미에서 온 친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남미의 가니발은 약 한 달 동안 축제가 진행된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나름으로 유명한 축제이다. 특히 쾰른 등의 카니발이 대표적으로 유명하다. 이때는 모두 분장을 하고(Fasching)하고 퍼레이드를 벌인다. 남부지역에는 나무로 만든 탈을 쓰고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한다고 하고, 쾰른은 해골이나 피 흘리는 분장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나무 탈을 쓰고 행진하는 프라이부르크 카니발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de/photos/fasnacht-fasching-fasnet-karneval-2092819/)

 

종종 이틀동안 술을 진탕 마시고 흥에 겹다 못해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어떤 경우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는 이른바 '미친 축제'로도 유명하다. 카니발 하면 이처럼 높은 텐션의 정신없는 축제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부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장미의 월요일'에 시작되는 카니발이니만큼 실제 카니발은 굉장히 종교적인 의미가 강한 행사였다. 중세 가톨릭을 국교로 삼았던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공유하는 전통이었다. 함께 공부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친구로부터 들은 '알쓸신잡'을 기술해보겠다.   

 

카니발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Carnevale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고기'라는 뜻의 carnem과 '제하다, 금하다'는 뜻의 levare라는 단어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즉 카니발의 뜻은 '고기를 제하다, 고기를 먹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거 중세에는 장미의 월요일, 화요일을 지나고 재의 수요일이 되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예수의 고난에 참여하기 위해 40일 금주, 금욕, 금식의 기간에 국가적으로 참여해야 했다. 이를테면 '가톨릭 라마단'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카니발의 시작은 '내일부터 부활절까지 당분간 고기를 먹지 못하니, 오늘 하루 많이 먹어둡시다.'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이 쯤되면 왜 카니발이 오늘날에도 이렇게 '미친 축제'인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심지어 장미 월요일엔 유치원에 갈 때도 분장을 하고 간다. 유치원 등원 전에 기념으로 찰칵! 


 

이건 독일 전통은 아니고 이탈리아 전통인 것 같기는 한데, (적어도 나에게는) 재미있는 '알쓸신잡'이라 기록해 두려고 한다.

 

과거 중세시절 이 사순절의 기간에는 사람들이 모두 보라색 옷을 입고 다녔고, 집이나 거리도 보라색으로 치장했다고 한다. 이 색이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색깔이기 때문이었다. 사순절 동안은 금주와 금욕의 생활을 하며, 자신의 죄를 묵상하고 오로지 기도하곤 했는데, 이 때문에 보라색은 그 사순절 기간을 의미하는 색이었다.

 

금욕은 문화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제한했다. 이것은 극장이나 공연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무척 불행한 일이었다. 40일 동안 그들에게는 아무런 수입이 없다는 의미였다. 극장과 공연장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때문에 그들에게 사순절을 의미하는 보라색은 무척 불행한 색이었다. 이 전통은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탈리아 공연장에 들어갈 때 보라색 옷을 입거나 보라색 꽃을 선물하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표현이 된다. 심지어 일부 공연장에는 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의 입장을 제한하는 곳이 있기도 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배우들이나 공연업 종사자들을 축복하는 행운의 표현은 무엇일까? 

 

“merda merda merda”라고 말하면 된다. 이 역시 오늘날 이탈리아 문화 전통에도 영향을 미쳐, 공연이 시작하기 전 다 같이 한 목소리로 “merda merda merda”라고 외치기도 한다고 한다. 이탈리아어 merda는 '똥'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배우들에게 '똥! 똥! 똥!'이라고 말하는 것인데 욕하는 것이 아니라 왜 축복이 되었을까? 그것은 과거 극장에 오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차를 이용해서 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연을 하는 동안 극장 앞마당에 매인 말들은 엄청난 '똥'을 싸 댈 것이다. 즉, 공연장에서 '똥'은 곧 '매진, 대박, 엄청난 공연 수익'을 의미하는 것이다.

 

 

Perché a teatro si dice “merda merda merda”? – riccardo lestini

Perché a teatro prima di uno spettacolo si dice “merda merda merda”? Per l’origine di questo particolare rito scaramantico in uso tra gli attori e in generale nel mondo dello spettacolo (ma comunissimo e conosciuto da tutti), esistono principalmente due ve

www.riccardolestini.it

 


 

여러 국가의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굉장히 독특한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문화란 이를테면 보이지 않는 공기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보이지 않지만 한 인격의 주위를 빼곡히 감싸고 있는 공기. 피부에 닿아 부지중에 크게 영향을 주는 공기 말이다.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더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내 외연과 내연이 고루 확장되는 시간을 보내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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