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세상을 생각하면 조금 무서워지곤 한다.
분명 다가올 세상은 더 '상식적'이고, 더 '도덕적'이고, 더 '이성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어떤 면에서는 더 '이상적'인 사회가 되겠지.
그런데, 그런 세상을 생각할 때마다 이따금씩 두려운 마음이 불쑥 생기곤 한다.
나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며, 당연히 세상의 끝을 믿는다. 성경에 세상은 갈수록 악해진다고 되어있다.
내가 아는 상식에서, 내가 보는 관점에서 세상은 더 '이상적'이 되어가는데,
왜 성경은 세상은 더 '악해진다'라고 할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었다.
요즘에야 비로소 조금은 깨달아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아마 온전하지 않은 인간이 온전한 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 수 있겠다고 말이다.
저마다 자신에게 '선(善)'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테다.
자신이 가진 도덕적 '선'으로, 상대를 지탄하고, 평가하고, 힐난한다.
지탄이 된 대상이 무너지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리어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기까지 하는 듯하다.
역설은 여기서도 존재한다.
상대에게 적용되던 그 '날 선' 평가의 잣대는 어느 상황에나 같은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상대를 찌르고, 죽이던 그 그 '잣대'는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에 대한 잣대는 한 없이 관대해지기 마련이다.
'이성적', '상식적'인 세상이 이런 '이중성'을 가지기 때문에 아마 세상이 더 악해지나 보다 싶다.
세상은 개인의 노력과 관계없이 계속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역사의 큰 강줄기는 언제든 꺽지 못하지 않았던가?
나 역시 완전하지 않지만,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성적인 세상에 살면 살수록, 내 마음은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으면 좋겠다.
하나님, 당신의 본성이 '공의(justice)'이시며 또한 '사랑(love)'이셨듯이.
나 또한 언제든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기를.
물론 줄타기는 어렵다.
균형을 '공의'와 '사랑'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은 해봐야지.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완벽한 세상.
상대에게 완벽을 강요하면서,
자신의 불완전을 눈 감지는 말자.
하나님의 온전하심을 쫓아 나는 온전해지려 노력하되,
타인의 온전하지 못함을 관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불의에 눈감는 것과는 다른 관용을 찾아야겠지.
여하간, 나를 돌아보지 않고, 상대에게만 향하는 날 선 잣대가 나에게는 없었으면 한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완벽한 세상.
그것은 이상적인 세상이 아니라 이상한 세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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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 [생각 덧붙이기] - 도래할 사회의 모습은 '정의의 완성'일까, '말세의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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