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독일이야?"
지난 일주일간 만난 독일 사람들이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다.
의역도 아니고, 더 자상하게 묻는 법도 없다.
"왜 독일이야?" 아니면 "독일에 와 왔어?"
아마 이는 앞으로도 가장 많이 듣게 될 질문이지 싶다.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웠던 것 같다.
'경찰 취조실도 아니고, 면접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의 독일생활을 보장해 줄 비자청도 아닌데,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질문은 처음 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인삿말 같은 것이란다.
왜 우리나라에서 친해지려고 관계를 맺을 때,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죠? 그럼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 것 마냥.
실은 위의 이야기는 독일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실제 경험담인데,
한국에 놀러갔다가 굉장히 교양있어 뵈고, 본인보다 젊어보이는 한 여성분이
자신과 처음 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나이를 물어봐서 무척 놀라셨다고 했다.
유럽 사람에게, 그것도 여성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것은 굉장한 실례인데
교양있어 보이는 그 사람이 왜 이런 무례를 행하나 처음에는 당혹스러우셨다고.
나중에야 그것이 더 친해지고 싶고, 대화를 지속하려고 하는
한국사람들의 대화패턴임을 알았고, 안도하며 이해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나에게 "왜 독일이야?"는 이 할머니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와 같은 질문이었다.
실제로 이 할머니도 내게 "왜 독일이야?"라고 물어보셨고.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왜 독일이야?"라는 질문에 그리 장황하거나 거창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음, 그러니까.."라고 말을 시작할라치면
"뭐 엄청 긴 스토리야? 짧게 요약해주면 안돼?"
뭐 요런 식으로 직설화법을 구사하며 사람 무안을 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더 구체화하며 찾아가는 중이다.
여러 이유들이 있었고, 또 지금도 있고,
다양한 이유들과 방향성, 목적과 목표들이 내 머리를 위성처럼 맴돈다.
더 찾고, 더 정리하고, 더 구체화하고, 더 분별하고,
아마 이 작업은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속해야 하는 것이지 싶다.
아마 지금의 이유가 미세하든 큰 폭이든 변화할 수 있을 여지도 많고.
그렇지만, 우선적으로 독일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인삿말 대답정도로 정리하면,
"나는 한국에서 청소년 교육 단체에서 일했습니다.
앞으로 독일 대학교에서 '모험교육, 경험교육'에 대해 공부하려 합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른 문화적 경험도 가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청소년을 위해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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