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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소식지 & 기도요청

아굴의 기도 (ft. 오늘 가난한, 독일 유학생의 고백)

by 바후르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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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내가 죽기 전에 내게 거절하지 마시옵소서 

 

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서른다섯.

느지막이 다시 공부를 하려고 독일로 왔습니다.

하던 일도 그만두고 독일에 왔습니다.

 

자녀는 셋.

다섯 가족의 가장으로 

빵점까진 아니겠지만 (부디..) 

낙제점일 가능성이 큰 아비입니다.

 

물이 아래로 흘러

빈 바닥을 채우듯이

별스럽지 않은 인물이지만,

타지에서 고생한다며 

여러 지인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송구스럽고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의 소식을 틈틈이 SNS에 공유합니다.

블로그에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도 올립니다.

 

제가 묵상한 내용도 올리지만,

대부분 제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가장 주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육아는 독일 대부분의 부모가 공감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보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행복합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쉽게 누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

특히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을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이따금 송구스럽습니다.

타지에서 고생한다고 도와주시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저희가 누리는 혜택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힘듭니다.

이렇게 힘든 줄 미리 알았다면,

우리가 과연 유학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아내와는 종종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어느 누가 편하기만 하겠습니까?

어느 수준에서는 누구나 그 정도의 어려움은 공유하고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아름다움들을

더 많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도움을 타인에게 받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부족하게 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부는

(코로나라는 변수로 이미 어느 정도는)

조금 더디어 질지라도

스스로 자립하는 것에 힘쓰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내가 많이 고생 중입니다.

남편으로는 거의 완벽히 낙제점일 겁니다.

 

여하간 타지에 있지만,

바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가 가진 것을

타인에게,

한국에,

타국에게,

기꺼이 흘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자립하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부모를 보며

지금 누리는 것들을 감사함으로 받되,

자신의 것을 타인과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크길 원합니다.

 

아직은 솔직히 길이 보이지 않는

막막하고 먼 길이지만,

그렇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출처: http://mennobytes.com/tag/prayer-of-agur/

 

성경을 보니,

세상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징조 중

곳곳에 배고픔이 있다고 했습니다.

 

타인의 배고픔을 책임질 수 있는 가정이 되길 원합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어려운

가난한 유학생일 뿐이지만,

혹 하나님께서 일으켜 주신다면,

기꺼이 우리의 것을 타인에게 흘려보낼 수 있는,

그 정도의 자립을 이루고자 노력 중입니다.

 

과거 아굴이 했던 기도가

오늘 저의 기도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는 

내가 죽기 전에 거절되지 않을 겁입니다.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확신합니다.

 

혹 이런 저희 가정의 오늘에 공감이 되신다면,

기도해주십시오.

기도의 후원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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