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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휴가를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더랬다. 작년 말, 올해 초 1년 휴가계획을 회사에 제출할 때만 하더라도 애들 방학에 맞춰 휴가를 다녀와야지 생각만 했었지 구체적으로 기대를 가지지 않았었다. 풀라는 그러니까 지지난 달 정도, 실제 휴가 일정에 임박해지자 아내가 검색하여 예약한 장소였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아내가 올 여름엔 해산물을 많이 먹는 곳에 가고 시다고 했고, 나는 이탈리아를 추천했었는데, 아내는 크로아티아를 선택했다. 나에게는 그 이유가 전부였다. 아내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내도 특별히 풀라에 대해 아는 것은 없어보였다.
풀라로 떠나야 하기 일주일 정도 전에야 비로소 풀라에 대해 검색해봤다. 아무 계획 없이 바다에서 놀다가 해산물이나 먹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듯이 보여서 깜짝 놀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FJjo1bWm8Gg&vl=ko
놀랍게도 풀라는 ‘크로아티아의 로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실제 만난 풀라는 작은 로마의 모습이라 생각될 정도 원형경기장 아레나나 신전, 개선문 등의 유적이 잘 보존된 장소였다. 도심에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벽돌과 지어진 건물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지금에야 쉽게 볼 수 있는 돌들이지만, 고대 이런 벽돌은 '아마도' 풍성한 부를 대변하는 것이었을테다.

신전, 광장, 개선문… 모두 걸어서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모여 있었다. 규모는 실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휴양을 온 우리에게는 그래서 더 좋았다. 과거 로마는 식민지를 만들 때 마다 아레나, 신전, 광장 등 로마의 대표적인 건물들을 설계했다고 한다. 동일화 정책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물론 일제 식민치하의 동일화 정책을 역사적으로 경험한 우리에게는 그리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지만, 여하간 그 덕에 오늘 크로아티에서 일면 고대 로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원형 경기장, 아레나였다. 혹자의 말에 따르면 콜로세움보다 더 잘 보존된 경기장이라고 한다. 글쎄 내가 콜로세움을 못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규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작았지만, 형태는 매우 잘 보존되어 있었다고 느껴졌다.
운이 좋게도 우리 휴가 날 중에 '글래디에이터 쇼'가 기획되어 있었다. 과거 로마에서 있었던 경기를 재연한다고 하니 흥미가 아니 생길 수 없었다. 아들이 중세시장에 갈 때마다 기사들의 마장마술 공연을 보는 것을 즐겼기 때문에 이번에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불편한 공연이었다. 뮤지컬 라이온킹 처럼 사자 분장을 한 광대들의 공연은 귀여웠지만 지루했고, 사형집행관의 분장을 한 배우가 수박을 망치로 내리치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과거의 상황이 연상이 되어 끔찍이도 불편했다. 게다가 로마 황제 티투스 분장을 한 배우가 등장할 때는 로마식 인사를 해야 한다며 오른손을 위로 번쩍 올리는 경계를 하게 했는데, 그 모습은 왠지 모르게 히틀러의 나치를 연상시켰다.
그러고보면 이 공연을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실제로 보는 것 같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현장에 들어서자 도무지 즐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과거의 모습을 온전히 재현할수록 공연은 끔찍하고 잔인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잔인함을 피하고자 하면 할수록 공연은 지루해질 수밖에 없었다. 딱 그런 딜레마가 드러난 공연이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줄타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실상은 지루하거나 소름끼쳤다. 그러고보면 과거에는 오늘날처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오락이 되었을 그 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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