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여행 후기] 바다의 맛, 후회 없는 식탁
본문 바로가기
여행일기: 독일 & 유럽 여행/25 크로아티아: 풀라

[크로아티아 여행 후기] 바다의 맛, 후회 없는 식탁

by 독/한/아빠 2025. 8. 27.
728x90
반응형

2025.08.13 - [여행일기: 독일 & 유럽 여행/25 크로아티아: 풀라] - 유영과 햇살, 그리고 바다멍 – Gortanova uvala에서 보낸 세 날

 

유영과 햇살, 그리고 바다멍 – Gortanova uvala에서 보낸 세 날

2025.08.11 - [여행일기: 독일 & 유럽 여행/25 크로아티아: 풀라] - 자동차로 12시간, 육지 끝 바다 시작 – 풀라에 도착하다 자동차로 12시간, 육지 끝 바다 시작 – 풀라에 도착하다2025.08.09 - [여행일기

bahur.tistory.com

2025.08.22 - [여행일기: 독일 & 유럽 여행/25 크로아티아: 풀라] - 크로아티아 풀라, 시내 관광 #2. 돌고래 유람선

 

크로아티아 풀라, 시내 관광 #2. 돌고래 유람선

2025.08.13 - [여행일기: 독일 & 유럽 여행/25 크로아티아: 풀라] - 유영과 햇살, 그리고 바다멍 – Gortanova uvala에서 보낸 세 날 유영과 햇살, 그리고 바다멍 – Gortanova uvala에서 보낸 세 날2025.08.11 - [여

bahur.tistory.com

 


 

우리가 여름휴가 장소로 풀라를 택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이었다.

아내는 크면서 집 근처에 있는 소래포구에서 맛있는 해산물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포항의 구룡포 바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컸다. 물론 나는 솔직히 비릿한 해산물을 잘 먹진 못하지만, 회나 구이는 나름 즐길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가 다 커서 하필 도착한 곳은 바다 구경이 힘든 내륙 국가 독일이었고, 맛있는 독일 음식은 가공육이나 감자로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해산물을 설령 구경할 수 있다더라도 매우 단조로운 재료뿐이었고, 그 마저도 레시피가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독일에서 풀라를 검색했을 때 우리가 주로 찾은 것은 멋있는 해변도, 좋은 숙소도, 이름난 관광지도 아니었다. 대표 음식, 맛있는 음식점에 대한 것들 위주였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아닌, 우리의 침샘을 자극하는 도시가 풀라였고, 그래서 여러 이유들을 추가하여 풀라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당연스레 풀라에 머무는 열흘 동안, 우리의 식탁은 매일 바다에서 난 것들을 채웠다. 밖에서 사 먹을 때나, 숙소에서 요리를 해 먹을 때나 언제나 해산물이었다. 이 소중한 시간 육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뒤에 독일에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독일 뮌헨에서 크로아티아까지 나는 화장실을 가야했던 한 번을 제외하곤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거의 7시간 논스톱으로 내리 달렸다. 뮌헨에서 새벽 6시 정도에 출발했는데, 점심부터 해산물을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피곤한 줄을 몰랐다. 다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시간에 꼭 맞게 오후 1시경 풀라 시내에 도착했지만, 하필이면 그날 아레나에서 큰 공연이 있던 터라 무수한 차에 치여 시내에서 두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당연지사 주차를 할 곳도 구할 수 없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아내와 나는 재빨리 시내 외곽에 있는 우리 숙소 근처의 맛집을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배고픔에 못이겨 점심은 숙소에서 라면으로 간단히 때웠지만, 저녁부터 근사하게 해산물 파티를 해야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테라스가 멋진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다. 주문표에 있는 고기는 원래부터 없는 매뉴인양 쳐다보지도 않았다. 해산물 파스타와 튀김요리 중심의 피쉬 플래터(Fisch Platte), 연어 스테이크와 참치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오징어 튀김이 그득한 피쉬 플래터도 좋았고, 홍합과 조갯살이 가득한 해산물 파스타도 맛났지만, 그중에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참치 스테이크였다. 고소하고, 단단한 살의 식감이 마치 육고기를 먹는 듯했다. 짭짤하게 잘 조미된 간은 참치 본연의 맛을 더 돋우었다. 그래서 사실 참치 스테이크는 내가 주문했는데, 애들한테 많이 뺏겼다. 빼앗겨도 좋았다. 아이들이 맛있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가!

 

 


 

풀라 도심을 관광하던 날에는 아레나 공연을 미리 예약해둔터라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았었다. 그 짧은 시간을 쪼개 식사를 하기 위해선 길거리 음식을 먹어야만 했는데, 역시 우리의 선택은 해산물이었다. 우리는 광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탁상이 있는 식당에서 피쉬 앤 칩스를 주문해 먹었다. 물론 오징어 튀김도 함께. 크로아티아의 오징어는 실은 꼴뚜기에 가까울 정도로 작았는데,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먹는 음식이니 크기야 무에 중요할까. 아주 배가 부르게 먹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돌고래가 유영하는 먼바다로 나갔는데, 배에서 노을과 함께 음료와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었다. 우리는 고기요리와 생선요리, 채식 식단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당연히 우리 가족은 모두 생선 구이를 선택했다. (아, 독일 입맛을 가진 막내만 빼고! ㅎㅎㅎ) 그만큼 당시 우리 가족들은 해산물에 진심이었다. 거의 한을 풀 듯, 집념으로 해산물만 찾아다녔다.

 

 


 

어디 외식 뿐이었으랴? 우리는 집에서 먹는 것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다섯째 날 아침, 우리 가족은 벼르고 벼르던 전통 수산시장에 갔다. 나는 심지어 큰 백팩에 보온가방까지 넣어서 갔더랬다. 보다 신선한 해산물을 많이 사서 집에서 요리해먹을 요량이었다. 시장은 새벽부터 오전까지만 오픈했다. 우리는 대략 7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나름 이른 시간이었지만 여러 상인과 관광객들로 활기가 돌았다.

돈과 가방에 여유만 있었다면 모두 사고 싶을 정도였다. 비린 것을 즐기지 않던 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비릿한 공기는 그리움처럼 느껴졌다. 아련한 짠내를 지나치며 우리는 1kg의 문어, 1kg의 키조개, 그리고 1kg의 굵은 새우를 샀다. 오랜만에 아내에게 칭찬을 받았다. 자신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보온가방을 챙기는 보기 드문 준비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네이버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문어는 부드럽게 삶는 숙회로 삶았다. 키조개는 버터구이를 하고 싶었지만, 구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부득이하게 한 김 쪄서 냈다. 새우는 프라이팬에 굵은소금을 깔고 소금구이로 준비했다. 잔치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솔직히 요리를 잘한 것 같지는 않은데, 기대와 그리움이 양념질을 한 모양인지 모두 한 상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매 끼니가 아깝지 않도록, 바다가 주는 것을 마음껏 맛보았다. 이런데 이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먹는데 최선을 다했다. 물론 휴가가 끝나면 다시 독일의 슈퍼마켓에서 냉동 새우를 집어 들 날이 올 테지만, 이 시간만큼은 바다를 식탁 위에 그대로 올려놓을 수 있도록 애를 썼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후회 없는 휴가였다.

728x90
반응형

TOP

© Designed by BaH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