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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후에는 도시를 떠나 항구로 나갔다. 둘째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곤 풀라에 오기 전부터 잔뜩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돌고래가 자유롭게 놀고 있는 곳을 잠시 방문하는 배를 찾아 자리를 예약해 두고 조금 먼바다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풀라 항구에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들이 여럿 줄지어 있었는데, 배 마다 프로그램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늦은 오후 배를 타고 나가 돌고래의 유영과 저녁노을을 함께 즐기고는, 선상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풀라에 오자마자 전화를 통해 예약하려고 했는데, 워낙에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그랬는지 대부분이 예약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원했던 날짜 이틀 뒤에야 겨우 자리를 얻어 예약할 수 있었다.
힘들게 예약한만큼 꼭 돌고래를 만나고 싶었는데, 인터넷을 보니 돌고래를 만나지 못할 확률도 10%에서 많게는 30%까지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둘째는 집에서부터 이 날을 위해 챙겨 온 돌고래 티셔츠까지 꺼내 입고 간절한 자신의 바람을 '기우제' 마냥 표현했다.

그렇게 저마다의 기대감을 가지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갔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려 황금빛 바다가 펼쳐질 때쯤, 선장의 경적 알림이 들렸다. 이는 미리 우리와 약속한 돌고래가 근처에 있다는 신호였다. 우리 가족은 물론 선상에 자리 잡은 승객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돌고래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였다. 첫째가 '저기다! 저기 앞에!'라고 말했다. 우리와 모든 승객들은 첫째가 손가락질하는 쪽으로 먼바다에 눈을 돌렸다. 수면 위로 살짝 드러나는 돌고래의 등이 보였다가 금세 푸른 물결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놀이는 숨바꼭질이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우리는 망망대해 위에서 돌고래를 찾기 시작했다. 선장은 망원경까지 보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고, 우리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먼바다, 가까운 바다 요리조리 눈에 힘을 주고 움직임을 찾아다녔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순수한 돌고래들의 친구들이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둘째의 '기우제'가 나름 능력을 발휘해서였을까? 내 세 아이들이 언제나 가장 먼저 돌고래를 발견하곤 했다. 심지어는 망원경을 사용하는 선장이 돌고래를 발견하기도 전에 첫째가 손가락질을 하며 돌고래의 위치를 가리키기도 했다. 황금빛 하늘과 함께 하는 돌고래의 유영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
돌고래를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공원에서 진행되는 돌고래 쇼는 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돌이의 사례처럼 돌고래들도 자신의 자리로 보내지는 것이 필요했다. 때문에 자신의 집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그들의 입장에선 예고 없이 찾아든 귀찮은 불청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름의 변명을 하자면 그래서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갔고, 소리도 적게 쳤으며, 속으로나마 미안함을 고했다고 알려둔다. 먼 발치에서나마 그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고 싶었던 이기심을 용서해 주길.

돌아오는 배 위에서, 나는 붉게 물든 바다가 서서히 짙어지는 것을 보았다. 오전에 경험했던 도시의 오래된 돌담과 붉은 기와, 혹은 경기장의 소름 끼쳤던 함성과는 다른, 차분한 파도의 박자가 내 마음을 잔잔하게 재워주는 것 같았다.
하루를 꽉 채운 풀라 관광의 시간,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지만, 역시 관광은 휴식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역시나 조금은 분명히 지쳐 있었다.
어제의 해변에서의 여유가 다시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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