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여행 후기] 돌아오는 길, 마음에 남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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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독일 & 유럽 여행/25 크로아티아: 풀라

[크로아티아 여행 후기] 돌아오는 길, 마음에 남은 자리

by 독/한/아빠 2025.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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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양' 여행을 위해 10일 휴가를 썼다. 내 주변에야 2주, 혹은 3주 휴가를 쓴 사람들이 천지라 비교적 짧은 휴가라 말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태생이 한국인인 우리 부부에게 10일이 어데 그리 짧은 휴가일까? 한국에서 일할 때 3일, 혹은 5일 휴가를 쓰는데도 벌벌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넉넉한 휴가인가!

그렇지만, 풀라에서의 10일은 생각보다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왜 주변에서 좀 더 넉넉히 휴가를 쓰지 그랬냐고 조언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계획표도 제대로 된 것이 없이 텅 빈 공백이 많은 휴가라 자칫 지루해지면 어떡하나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빈 여백을 알 수 없는 무엇들로 꽉꽉 채운 것만 같은 그런 휴가였다.

이 시간이 아쉬워 우리는 마지막 저녁노을 보기 위해 저녁 바다로 향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다시 일상을 살 수 있는 힘을 준 오늘의  이 하루에 감사하며, 우리는 저녁 해변을 산책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다음 날 돌아가는 길.

차창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가 서서히 멀어졌고, 그 때 만났던 오스트리아의 산과 초원이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과의 짧은 조우도 이내 뒤로하고 우리의 오늘이 있는 독일의 국경으로 접어들었다. 우습게도 맑았던 크로아티아와 오스트리아의 하늘은 사라지고, 독일의 하늘에는 추적추적 빗방울을 쏟아내고 있었다. 막히지 않고 뻥 뚫리던 고속도로도 뮌헨 근처에 다다르자 꽉 막힌 익숙한 정체구간을 만들어냈다.

 

코미디 같은 상황에 아이들은 멍하니 차창 밖을 내다보다가 잠이 들었고, 나는 가지 않는 차의 운전대만 부여잡고 지난 휴가를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풀라의 해변에서, 어떤 날 우리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소위 '본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 날은 바다 절벽에 가족들끼리 앉아서 수다를 떨기도 했고, 수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고, 한국의 친구와 가족들에게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선 모든 것이 가능했다. 모든 것이 절로 채워졌다. 꽉 막힌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나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있었던 이번 여행이 남긴 여운을 마음속에 넣었다. 그러고 나니 지금의 이 상황도 그리 짜증 나지 않았다. 여행의 여유가, 그 여운이 다시 분주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준 것이 분명했다.

그래, 여행 끝. 좋았다, 감사했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시작이다.
Na 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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