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어 달 전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세상에서 격리되었다가
며칠 전에야 비로소
이 가상의 세상으로
다시 접속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다시 연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을 꼽는다면
독일과 한국이 사용하는
인터넷 연결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었고,
이를 내가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간만에' 다시 쓰는
독일 생활에 대한 주제로
'독일에서 인터넷 연결하기'는
매우 적합한 것이라 생각된다.
독일에서 '인터넷 설치'라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한 달을 기다렸네, 두 달 동안 애를 먹었네.'
하는 식의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확실한 것은 독일에서 인터넷을 설치하기란
한국에서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어쨌든 여러 경로를 통해 인터넷 신청이 가능한데,
많은 (한국) 사람들은 '체크 24'라는
사이트를 자주 활용하는 듯 싶다.
위의 버튼이 사이트 바로가기 링크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다나와' 같은 전문 비교 사이트이다.
설치하고자 하는 집의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지역에 어떤 회사가 어떤 조건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또한, 간혹 '체크 24'에서만
특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발품 팔아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덧붙인 정보] "독일에서는 장기계약자를 호구로 본다고?!"
(아래 '더보기' 클릭)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에서는 장기 계약 고객에 대한
우대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다.
대체적인 인터넷 서비스 이용금액은
24개월 약정 기준으로 볼 때,
매월 약 20~30유로 사이 정도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듯하다.
그런데,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고객의 혜택이 생긴다.
2년 이상 사용하고,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할인 서비스도 많고,
여러 프로모션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나도 한국에서는 KT만
거의 6년 이상 사용한 장기고객이라
많은 혜택을 받았었다.
그런데, 독일은 오히려 2년 계약이 끝나면
가격이 훨씬 높아진다.
(이건 뭐 계속 거래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사실 2년 계약기간 안에서도 가격이 계속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처음 4개월까지는 할인율을 적용받아
한 달에 한 10~15유로 안팎으로 내는데
1년이 지나는 순간 20유로로 뛴다.
이를 생각하면 3년째부터는
얼마를 내야 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2년마다 통신사를 변경하여
저렴하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계약 종료 3개월 전에
반드시 해지 신청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악명 높은 '퀸디궁(Kündigung)이다.
직접 서비스센터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위와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좋은 조건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알맞은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이는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면 해당 인터넷 회사에서
설치기사의 방문예약을 잡아준다.
뭐, 이는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예약 날짜가 보통 한 달 뒤 라보면 된다.
역시, 예약(Termin)의 나라, 독일!
클래스가 남다르다.
간혹 인터넷이 기존에 설치된 곳은
설치기사가 방문하지 않고,
'모뎀(라우터)'을 보내주기도 한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직접 모뎀을 포트에 꽂으면 된다.
괜히 설치 기사님의 방문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설치하러 오실 때에 이메일, 또는 문자를 통해
기사 방문 시 집주인으로서
미리 알아두어야 하는 정보를 알려주시는데,
반드시 이를 정확하게 알아두어야만 한다.
자칫하면 설치기사가 방문하고도
인터넷을 연결하지 못하고,
방문비용을 내야 하는 수가 있다.
독일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더더욱 억울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고 나는 인터넷 사전조사를 통해 들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면
독일에서 인터넷이 설치된다.
[경고]
긴 글 주의!
이 곳에서부터는
굉장히 긴 글이 시작된다.
나의 지난 인터넷 설치 여정,
두어 달 간의 험로를 풀어갈 예정이다.
알곡과 같은 정보는 '지극히' 적으니
돌아가셔도 무방하다.
∮1. 프롤로그
이제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10월 중순 이사를 준비했기 때문에
10월 초 인터넷을 알아보았다.
인터넷 설치기사가 방문하기로 한 날짜는
11월 5일.
우리나라는 신청하면 늦어도
일주일 안에 기사가 올 텐데 싶지만
워낙 늦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그래도 한 달 정도면 괜찮지' 싶었다.
∮2. 철저한 사전조사
: 인터넷 설치에 필요한 것들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나는 기사님이 온다고 해도
바로 인터넷이 설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의 인터넷 단자가 어디에 있는지,
실내 인터넷 연결 포트가 있는지,
이전 인터넷을 연결에 대한 정보,
이를테면 직전 인터넷 전화번호 등은 무엇인지'
이런 류의 사전 정보를 조사해야 했다.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나는 이 정보를 모두 조사하는 대신
집주인인 Hans Güther 아저씨를 포섭했다.
그분은 집의 모든 구조를 알고 있고,
독일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할 수 있었으므로
기사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빠른 설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11월 5일이면 나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3. 공유기 임대비용을 줄이는 방법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나의 '철저한' 사전조사에 따르면
독일에서 인터넷 공유기를
구입하는 것은 무척 비싸다.
보통 O2나 텔레콤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서 임대해주는
인터넷 공유기(라우터, Router)를 사용하는데,
한 달에 약 5~7천 원 정도를 낸다.
그래서인지 다른 블로그들도
한국에서 챙겨갈 품목에
인터넷 공유기를 기록해놓은 경우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철저한' 사전조사 끝에
나는 월 인터넷 사용비용을 줄이고,
가장 빠르게 인터넷을 설치할 방법을 결정했다.
그것은 O2에서 공유기 임대를 주문하지 않고,
독일로 입국하는 아내 편에
한국의 값싼 인터넷 공유기를 구입하여
가져오게 하는 방법이었다.
2년간 공유기 임대로만
약 20만 원이 들어갈 뻔한 것을
3만 원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역시 '철저한' 사전 조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4. 마지막 웃음
인터넷 설치 기사의 방문은 순조로웠다.
약 15분 동안 인터넷을 연결했고,
회사에서 공유기를 주지 않아서
실제 확인은 어렵지만,
통신장비를 통해 인터넷이
집으로 잘 들어오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나 역시 만족스러운 얼굴로
'괜찮다'라고 말하며 그를 돌려보냈다.
기사님이 돌아간 뒤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한국에서 가지고 온
인터넷 공유기를 연결했다.
그때부터 나는 오랜 시간 다시 웃지 못했다.
∮5. 독일, 인터넷은 '전화선'을 타고
인터넷은 연결되지 않았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독일의 인터넷은 아직도
전화선으로 연결된단다.
독일은 참말 과거의 것을 사랑한다.
[참고] 독일 인터넷은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에서 구축한 전화선을 이용한 xDSL의 서비스가 대부분. 가장 빠른 속도는 100Mbit/s 정도로 우리나라 인터넷과 비교하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으니 마음을 비우는 것이 현명하다. |
어쨌든,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가지고 온 공유기는
작동되지 않았다.
인터넷 연결방식이 다른 까닭이었다.
마치 1990년 초에 꺼낸 아이폰 10처럼,
나의 공유기는 그저 깔쌈한 쓰레기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6. 독일 공유기도 믿지 마
실패를 통해 배운다.
아쉽지만, 한국 공유기는
이곳에서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쩔 수 없이
독일 공유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일 인터넷 시스템은
독일이 제품이 제일 잘 알 테니
현지 제품을 구입하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지 싶었다.
그래서 다음 날 마르부르크 시내에 있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자랜드'같은
'미디어마트(Media Markt)로 갔다.
많은 공유기가 있었다.
가격이 실로 무시무시했다.
인터넷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고
비교적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은
'Fritz'라는 회사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100유로를 호가했고,
200유로 가까운 것도 있었다.
눈물이 살짝 맺힐 뻔했다.
하지만 곧 죽으라는 법은 없던가?
'TP Link'라는 회사에서 만든 공유기가
약 30유로에서 70유로 정도 했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한국보다 더 비싸긴 했지만 저렴한 편이었다.
미리 구입한 한국 공유기가 아까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쯤은
학습비용으로 지불할 만하다 싶었다.
기쁜 마음으로 공유기를 구입하여 연결했다.
나는 계속 웃을 수가 없었다.
독일 공유기라고 다 작동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일에서 제품 반품하기]
여러 좋은 경험을 많이 했는데,
되지도 않는 공유기를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없어서
결국 제품을 반품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은 독일어가 익숙지 않고,
독일 사람들은 영어가 익숙지 않기에
어떻게 이 상황을 잘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그 간의 상황을 '소상히' 적은
환불 요구서를 독일어로 작성했다.
날짜와 작성자 서명까지 날인해서...
그리고 당당히 제품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직원이 다시 나의 편지를 돌려주는 것을 보아
편지까지는 '오버'한 것인 모양이긴 했다.
어쨌든 덕분에 좋은 경험 많이 했다.
∮7. O2(가입회사) '모뎀'은 되겠지?
내가 신청한 인터넷 서비스는
O2(오투)라는 회사 상품이었다.
다시 어렵사리 정보를 알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간단히
공유기라 할 수 있는 라우터가
비단 무선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공유기'의 기능과
과거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인
'모뎀'의 기능으로 구분됨을 알았다.
때문에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모뎀이었다.
그래서 O2회사나
내가 서비스를 신청했던 Check24
사이트에 이메일을 넣어
O2 공유기를 얻을 수 있는지 물었다.
역시나
오랜 시간 답장은 오지 않았다.
무척 느린 그들의 답변을 나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내가 독일 입성 초창기 사랑했던
E-bay 사이트를 통해
O2 모데(라우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5유로~15유로의 저렴한 라우터가 마구 검색됐다.
O2회사에서 만든 기계니
당연히 O2 인터넷이 연결될 터였다.
상식 아닌가? 상식!!!!
거기다가 가격도 무척 저렴하고!
'아하하하'
그럼 그렇지.
이렇게 모든 것이 잘 풀리는구나.
그렇게 나는 생각했다.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런 결과가 준비되어 있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8. 드디어 설치된 인터넷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최근 O2 회사는 이메일 문의를 받지 않는다.
대신 자사 홈페이지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개설하여
여러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https://hilfe.o2online.de/english-o2-community-43
이 곳에서 나의 문제를 문의한 결과
최근 O2가 인터넷 라인을 정비하면서
과거의 모뎀 연결방식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말인 즉,
내가 구입한 O2 모뎀은 쓸모가 없다는 말이었다.
비록 9유로였지만 찝찔한 뒷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이 나의 집에서
연결이 가능하다고 추천한 공유기는 바로
Fritz 공유기였다.
그렇다.
내가 처음부터 확인했던 공유기였다.
그렇지만,
너무 비쌌기에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던 그 제품이었다.
그러나
그 공유기만 가능한 것이었다.
많은 시간을 돌아
나는 다시 그 제품 앞에 섰다.
이번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똑바로 그것을 응시했다.
110유로였다.
그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지금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여 이 글을 공유하고 있다.
내 속엔 '감사'가 피어오르고 있다.
더 이상의 돈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장장 두 달의 여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9. 모놀로그
지난 두 달 얻은 것이 많다.
물론, 답답하기도 했지만
인터넷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은 시간을
쓸데없는 것에 빼앗기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런 훈련의 시간을 주신 것 같기도 하다.
더하여 독일 현지 전화기가 생겼다.
독일은 인터넷 망을 따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선을 사용하여 인터넷을 연결하기 때문에
인터넷만 신청하더라도
자동으로 전화번호 회선이 하나 생긴다.
(Hans Günther 아저씨가 이야기해줬다.
역시 독일 현지 친구를 통해 얻는 정보가 솔솔 하다.)
재미있는 곳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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