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각 도시는 저마다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르부르크의 경우는 '대학의 도시, Marburg'라고 불린다.
도시 끝에서 끝이 차로 가면 30분 남짓이면 횡단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도시에서
당연히 내세울 것이라곤 마르부르크 대학이 전부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실은 마르부르크는 독일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대학도시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존하는 개신교에서 설립한 세계 최초의 대학교가 이 마르부르크 대학이기도 하다.
마르부르크 한인교회 이경주 목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것도 제발 제대로 된 기억이길,,,)
마르부르크 도시 인구가 약 8만 5천명 정도인데 그중 3만 5천명 정도가 대학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도시의 1/3이 좀 더 되는 인구가 바로 대학생인 것이다.
또한 마르부르크는 필립스 성이라는 유명한 고성과 잘 보존된 독일 옛시가지(Altstadt),
루터교의 오랜된 교회당 건물과 엘리자베스 교회 등이 있는 유명한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도시 인구중 2/3가 조금 못되는 사람들 중
절반은 대학생 대상의 서비스업 종사자이고, 나머지 절반은 관광사업 종사자가 아닐까 싶다.
아내와 통화를 하다가 아내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마르부르크 대학교 정문은 어디야?"
우리나라 서울대만 예로 들더라도 그 유명한 입구건축물이 떠오른다.
(서울국립대학교의 각 초성 'ㅅㄱㄷ'를 형상화한 입구 건물 말이다.)
서울대 뿐 아니더라도 대학교에는 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 경계가 있기 마련이고,
나름의 유명한 조형물이나 랜드마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마르부르크 대학교에는 딱히 그런 경계나 입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 곳곳에 대학교 건물들이 듬성듬성 놓여 있는
일테면 도시자체가 대학교와 같은 그런 느낌이다.
산을 하나 넘어가면 의과대학교가 있고, 구시가지 앞에는 도서관이 있고,
상점 사이에 강의실이 있고 하는 식이다.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교회 바로 옆에 종합도서관이 있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보면
이 사람이 대학생인지, 상인인지, 교수인지, 관광객인지, 아니면 그냥 거주민인지 알 길이 없다.
마르부르크가 대학의 도시라는 말이 정말 와닫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을 모두 대학생이라 상정하고
마르부르크 대학생에게 느낀 첫인상은 '젊음'과 '자유로움'이었다.
젊은이들은 깔깔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연인들은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의자나 계단에 누워 있거나 밥을 먹으면서 책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관청이 있는 시가지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젊은이들의 느낌이 분명 있었다.
(마르부르크 대학교 건물들은 구시가지 근처에 많이 모여있는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긴장, 경계, 피로감과 같은 무거운 느낌 또한 동시에 느껴졌다.
학문을 배우는 그들이 가지는 부담감과
나름의 경쟁을 치열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국적이나 인종, 나이를 떠나 누구나 그런 눈빛과 분위기를 풍길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내가 왜 이 곳에 와 있는지 다시 생각했다.
'나는 왜 이곳에서 와 있는가?'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나님은 내게 어떤 것을 기대하실까?'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답을 찾을 수 없는 많은 질문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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