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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생활 & 문화

[독일생활&유학 #.34] 독일, 자연 & 예술 교육 프로그램 소개 (feat. 디아코니, 로열 레인져스, 발도르프)

by 바후르 2020.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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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지금 살고 있는 도시는 독일 중서부 헤센(Hessen)이라는 주에 위치한 마르부르크(Marburg)라는 곳이다. 마르부르크 필립스 대학교만 아니었다면 '완벽하게' 몰랐을 만한 작은 도시다. 시내 끝에서 끝까지 차를 타고 가면 30분이면 다 볼 수 있는, 거짓말 좀 더 보태서 쥐콩만큼 작은 도시 중 하나가 마르부르크라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이 도시는 독일 사람들 사이에선 꽤나 알려진 곳인 것도 사실이다. 우선 세계 최초의 기독교 대학이 있는 도시이고(그 대학이 바로 마르부르크 필립스 대학이다), 루터와 츠빙글리가 종교개혁 당시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조차 이 도시는 이름만 알 뿐 정확히 독일의 어느 지역에 위치했는지 미처 알지 못하게하는 작은 도시이다.

 

그렇게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있을 것이 모두 있는' 신기한 곳이다. 한국에서 독일행을 준비하던 그 짧은 시간 동안 귀동냥을 통해 관심을 가졌던 대안교육에 관한 시설과 단체들이 즐비한 도시이다. 과연 교육도시, 대학도시, 연구도시라 할 만하다.

 

 

 


 

 

기독교 사회봉사 공동체, <디이코니(Diakonie)>

 

 

우리 부부는 대학에서 (서로 복수전공, 부전공은 비록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독일 하면 복지 선진국으로 유명한 나라 아니겠는가? 독일 어떤 사회복지 대학교 교수님 말에 의하면 독일 농담 중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 택시기사: 손님, 어디로 모시고 갈까요?

- 사회복지사: 아무 데나 가주세요. 모든 곳에서 어차피 날 필요로 하니까요!

 

 아닌 게 아니라 독일 웬만한 곳에는 모두 사회복지사가 일을 한다. 비단 사회복지 센터뿐 아니라, 공공기관, 학교, 병원, 일반 회사 할 것 없이 어디에나 사회복지실이 있다. 일반 시민들의 사회복지실을 이용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자연히 종교기관에서도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천주교가 강한 지역에서는 주로 '카리타스'라는 단체에서, 개신교가 강한 지역에서는 '디아코니'라는 단체에서 이런 활동을 진행한다. 우리가 독일로 간다고 할 때, 독일에서 오래전 공부를 하셨던 한 대학교수님께서 디아코니아와 카리타스를 방문해보길 권해주셨었다. 

 

그때 어렴풋 들은 곳이었는데, 이곳에 있다. 있을 뿐 아니라 벌써 어느 정도 다리를 걸치게 되었다. 하나는 내가 속한 한인교회가 디아코니아 소속 독일교회에 속해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친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한스 귄터 아저씨를 비롯한 여러 이웃 사람들이 근처 '헤파타'라는 디아코니아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헤파타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hephata.de/)

 

 

 


 

 

기독교 스카우트 활동 <로열 레인져스(Royal Rangers)>

 

 

나는 한국에서 일을 할 때, 청소년 및 아동 대상으로 주말 자연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 일주일 캠핑 등을 진행했었다. 캠프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그 시기에 충분한 즐거움과 행복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자연 속에서의 위기와 갈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적인 활동들은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린 자녀들이 있다는 것을 들은 독일의 한 학부모님이 어린이 프로그램 하나를 소개해주셨다. '로열 레인져스(Royalrangers)'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만 5세 이후부터의 어린이들이 매주 목요일 오후, 숲을 탐험하고 공동체 활동을 하는 일종의 스카우트 활동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진행했던 자연교육 프로그램과 매우 흡사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 역시 이 곳 마르부르크에 있다.

 

이미지 출처: 독일 바이로이트 로열 레인져스 홈페이지 (https://rr232.de/)

 

심지어 이 프로그램은 참가비가 없다. 한국에서 내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무리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금액의 비용을 책정했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니, 매우 놀라웠다.

 

아마 이 역시 다양한 단체의 후원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사실 독일에는 미국과 같은 거대한 캠프장이 따로 없다. 굳이 그런 기관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나가면 곳곳에 숲과 공원에서 쉼을 가질 수 있다. 다양한 아웃도어 프로그램을 무료 혹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많다. 돈과 시간을 특별히 할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훗날 독일에서 충분한 삶의 경험이 쌓이다면, 쉼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된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마르부르크 필립스 대학교

 

 

뭐니 뭐니 해도 이곳 마르부르크에 온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대학 때문이다. 마르부르크 필립스 대학교에는 다양한 교육 전공과정이 제공된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 모험, 경험 교육 분야뿐 아니라 놀이와 예술과 관련한 전공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사실 아내는 마르부르크 필립스 대학교의 '학교의 문화예술교육(KUBIS, Kulturelle Bildung an Schulen)'에 많은 관심이 있다. 문화와 예술은 어린이들의 창의성과 공감능력을 향상하는데 중요한 기술적 방법을 제공할 수 있으며, 때문에 갈수록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마르부르크 필립스 대학교 KuBiS 석사 프로그램 관련 홈페이지 갈무리

 

 


 

발도르프 학교 (마르부르크)

 

심지어 발도르프 학교도 있다. 발도르프 교육철학과 방법론에 의해서 학사일정을 결정하고, 운영하는 학교이다. 초등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모두를 포괄한다.

 

 

Waldorf Marburg

Eurythmie (wörtlich: guter, auch schöner Rhythmus) ist eine Bewegungskunst, die an Waldorfschulen in allen Klassen unterrichtet wird. Im Unterschied zu gymnastischen, pantomimischen oder tänzerischen Bewegungen, die völlig frei gestaltet werden können

www.waldorfmarburg.de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사립학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경우엔 대안학교를 졸업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입학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검정고시를 스스로 치른 다음 수능시험에 응시하여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독일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아비투어(Abitur)'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마르부르크 발도르프 학교 홈페이지 '학교교육' 부분 갈무리

 

 

발도르프 학교 교육 중 인상 깊었던 교육주제에 관한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갈무리하며 글을 마친다. 

 

학교에 다니기 전, 아이들은 인생의 첫 7년 동안 '세상이 좋다, 이 곳에서 살고 싶다'는 것을 배운다.

이후 학교에서 첫 7년, 그러니까 인생의 두 번째 7년 동안은 교사와 여러 작업을 통해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인생의 세 번째 7년,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자아와 외부세계를 확립하고, 확장하는 작업을 하며 '세상은 진실하다'는 것을 터득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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