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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소식지 & 기도요청21

새해 벽두 고민거리: 뒤늦게 올리는 글 독일의 온지 벌써 가득 찬 4년이 되었다.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아마도 5년차에 접어드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삶을 돌아보면 어떤 것을 이루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아주 확신할 수 없다. 나는 외국에서 그저 살았고 나의 자녀들은이 삶에 적응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사리 시작한 대학원은 마지막으로 가고 있다. 이제 논문을 쓰고 나면 내 모든 학위 과정은 끝이 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부끄러움이 연속이다. 내가 무엇을 위하여 이를 시작하였는지 분명하지 않다. 때문에 학위를 마친 뒤 내가 해야 할 것 역시 실은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나는 외국에서 그저 살았고 그 시간을 그저 보냈을 뿐이다. 통장 잔고를 정리하다가, 이미 훌쩍 줄어 버린 우리의 재정 상태를 보며 얼마간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혔다... 2024. 4. 1.
우리 다시 만나리 (ft. 할머니의 본향) 작년 9월 1일, 할아버지께서 소천하셨을 때.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는 내게 이리 말씀하셨다. "너희 할아버지는 에 잘 도착하셨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로부터 2~3개월 정도 지났을 때, 가족들은 할머니께서도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쇠약하긴 하셨어도, 비교적 온전한 정신으로 소통하셨던 할머니였기 때문에. 그 고비를 넘기고, 할머니는 따뜻한 봄을 기다려 지난 3월 8일, 할아버지를 쫓아 본향으로 가셨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미련없이, 편안하게, 마지막 호흡을 거두셨다고 한다. 그 분은 당신이 어디로 가야하는 지 분명히 아셨기 때문에. 두려움도 없이, 담대하게, 그리 나아가셨다. 가족들은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잘 지내실까 노심초사 애닯아 서둘러 가셨다고 농을 했다. 지나치듯 가.. 2022. 3. 13.
[추모] 찬란했던 나의 봄꽃(春花) 늦은 울음이 터진다. 할머니의 소천.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마음도 잠잠했다. 편한 곳에 가셔 다행이다 생각했다. 늦은 울음이 터져 나온다. 멈출 줄을 모른다. 이제야 비로소 내 귀한 어른의 상실을 실감하는 모양이다. 독일에 온 지 2년 반 정도가 지났다. 비록 몸은 약해지셨었더라도 멀쩡하셨던 두 어르신이 별안 간 우리에게 작별을 고하셨다. 이제 그 분들을 나는 더 이상 마주할 수 없다. 몰래 바지춤 쌈짓돈을 꺼내 손주들의 손에 꼭 쥐어주시던 할머니. 늘 고봉밥을 대야 크기의 국 그릇에 말아 두 그릇, 세 그릇 먹이시던 모습. 텃밭에서 나물을 캔 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던 일.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음식점에서 함께 외식했던 것. 명절마다 양껏 차려주셨던 고기전과 감주. 며느리, 손주들.. 2022. 3. 11.
내가 하나님한테 물어봐 줄까? 세상이,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 내 삶에서도 그것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 힘들고, 무섭고, 무기력해지곤 한다. 독일 (할머니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원래는 그럴 마음이 없었는데, 이런 지금 내 감정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묵묵히 듣던 그 친구가 뜬금없이 이렇게 질문했다. "내가 하나님한테 물어봐줄까?" 보통 '힘들겠다. 나도 같이 기도해줄게.' 이런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물어봐줄까라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몰라 당황해하며 대답을 못하고 있자 쇄기를 박는다. "진짜 잠깐이면 돼." 아마 내가 오래걸릴 것을 염려한다고 생각했나보다. 진심인 듯한 그 친구의 표정에 "그러(시)라"고 했다. 잠깐 고개를 숙이고 '어느 쪽으로 귀를 기울이던' 그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보고..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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