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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소식지 & 기도요청

우리 다시 만나리 (ft. 할머니의 본향)

by 바후르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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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일, 할아버지께서 소천하셨을 때.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는 내게 이리 말씀하셨다.

 

"너희 할아버지는 <본향>에 잘 도착하셨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로부터 2~3개월 정도 지났을 때, 

가족들은 할머니께서도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쇠약하긴 하셨어도,

비교적 온전한 정신으로 소통하셨던 할머니였기 때문에.

 


 

그 고비를 넘기고,

할머니는 따뜻한 봄을 기다려

지난 3월 8일, 할아버지를 쫓아 본향으로 가셨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미련없이, 편안하게,

마지막 호흡을 거두셨다고 한다. 

 

그 분은 당신이 어디로 가야하는 지 분명히 아셨기 때문에.

두려움도 없이, 담대하게, 그리 나아가셨다.

 


 

가족들은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잘 지내실까

노심초사 애닯아 서둘러 가셨다고 농을 했다.

지나치듯 가벼운 농이었으나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야 묻어두고,

할머니께서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신 것은 분명했다.

지금 두 분이 함께 계시다는 것이 나는 믿어졌다.

 


 

장례식을 마친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큰 삼촌이 말씀하셨다.

"우리도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

'네' 라고 대답했다.

그래야지. 우린 꼭 다시 만나야지. 그 때를 기다려야지 생각했다.

 

작은 삼촌이 말씀하셨다.

"너무 슬퍼하지 마. 할머니는 좋은 곳에 가셨을거야."

'네' 라고 대답했다.

할머니께서 이미 말씀하셨던 '본향'에 그 분도 이제 도착했음을 안다.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고, 죽음 이후의 삶도 믿는다.

때문에 나는 가족들의 그 말을 단순한 '위로'로 듣지 않는다.

 

할머니는 정말로 (이유야 알 수 없으나)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를 따라 가셨고,

지금 두 분이 계신 곳은 생전 그토록 그리셨던 천국 '본향'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두 분들은 이제

우리들을,

남은 자자손, 

우리 가족들을

또다시 애닯게 기다리고 계실터이다.

 

삼촌들의 말씀처럼.

이젠 우리가 두 분을 만나기 위해 찾아 나서야 한다.

(훌쩍 나아가, 나이롱이나 사이비니 시비걸 수 있겠으나...)

 

신앙도, 믿음도, 그런 것 따위야 지금 당장은 없어도 좋다 싶다.

내 어머니, 내 할머니 계신 곳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남은 자녀, 손자손녀,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언젠가 우리 모두 그곳에서

꼭!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내 할머니, 할아버지 애닯게 기다리고 있는

모든 우리 가족들,

한 사람도 빼먹지 말고,

이젠 더이상 헤어지지 말기를...

 

언젠가 우리 그 곳,

그 좋은 곳에서 만나고 나면,

더이상 애닯을 일 없기를...

 

문득 그런 소원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쑥 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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