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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소식지 & 기도요청

나는 지금 독일에 있다. (하룻강아지의 고백)

by 바후르 2022.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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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예전 어느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때 나는 한 어른을 모시고, 

조안면 두물머리 근처의 한 카페에 들렀다.

따끈한 빵과 향긋한 커피를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그 어른께 언젠가 독일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https://goo.gl/maps/isrMumArPGRpECst5 (copyright: 이소영)

 

 

그 때의 나는 내 미래를 몰랐다.

 

실상 깊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치열한 준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

평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특별하지도 않을

그저 그런 여러 소망 중 하나를 말한 것 뿐이었다.

 

언제 독일로 떠나가게 될 지,

독일의 삶이 가능하기나 할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는 그 어떤 것도 진지하게 가늠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독일에 살고 있다.

세상에 내가 독일에 있다.

내가 독일에 있다니...

 

벌써 꼬박 2년을 넘기고 있다.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꼭 그 정도쯤 되는 시간이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현실이라

별 생각을 못했었는데.

문득 그 때를 생각하면, 

믿겨지지 않는다.

 

세상에 독일이라니!

 

 

ABC(아베체)도 채 모르고,

그냥 꿈 같은 소리만 해대던

내가 독일이라니!

내가 그곳에 살고 있다니!

심지어 익숙해지고 있다니!

 

이제 꼭 2년이 지나가고 있다.

뭣도 모르고 '독일독일' 하던 때는 지나간다.

하룻강아지가 태를 벗으려 하니, 무서운 게 생긴다.

지난 2년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도움들을 받아왔던가?

 

아무것도 몰랐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길.

하룻강아지라

무서운 게 무엇인지

미처 몰라 왔었던 길.

 

조금 더 보이니 

무섭기 시작한다.

스스로 해결하려니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차라리 하룻강아지에 머무르자.

어중간이 알게되니 

겁만 날 뿐, 이도저도 못한다. 

 

출처: 아트로드77 (https://m.blog.naver.com/haeundo/221593323731)

 

바늘 귀만 뚫고 나온 낙타같은 삶이었는데,

앞으로도 바늘 귀만 뚫고 지나 가겠지, 뭐.

 

아무 것도 모르던 내가 독일에 있다.

무엇을 조금 더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 싶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독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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