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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98

새해 벽두 고민거리: 뒤늦게 올리는 글 독일의 온지 벌써 가득 찬 4년이 되었다.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아마도 5년차에 접어드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삶을 돌아보면 어떤 것을 이루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아주 확신할 수 없다. 나는 외국에서 그저 살았고 나의 자녀들은이 삶에 적응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사리 시작한 대학원은 마지막으로 가고 있다. 이제 논문을 쓰고 나면 내 모든 학위 과정은 끝이 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부끄러움이 연속이다. 내가 무엇을 위하여 이를 시작하였는지 분명하지 않다. 때문에 학위를 마친 뒤 내가 해야 할 것 역시 실은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나는 외국에서 그저 살았고 그 시간을 그저 보냈을 뿐이다. 통장 잔고를 정리하다가, 이미 훌쩍 줄어 버린 우리의 재정 상태를 보며 얼마간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혔다... 2024. 4. 1.
늘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는 이유 4년 전 사순절의 즈음에 나는 내가 독일로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과 닿아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때가 사순절 이후 어느 즈음이라고 내가 특정하여 알고 있는 까닭은 그 시기 내가 마음을 정하여 특별 묵상을 하며 앞 날의 결정을 위한 고민을 했기 때문이었다. 매 순간 기도했고, 묵상했고, 찬양했고, 갈구했다.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거의 8년이 가까웠던, 첫 사랑, 연구소를 사직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종류의 만류들이 있었다. 달콤한 회유도 있었고, 꾸짖음과 윽박도 있었고, 마땅히 얻을 법한 양해를 얻지 못하는 불이익, 불합리도 있었다. 이런 것들은 모두 기관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외부.. 2024. 1. 13.
[그냥일기] 이렇게 또 배운다...나에 대해서 "나는 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가?" 이 질문에 보통은 마땅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곰곰이 시간을 가지고 따져 보면 아직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유명한 * 이라는 심리상담 분야의 개념에서도 이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던가? *조-해리의 창 (아래 클릭시 확인 가능) 더보기 자기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특히 요즘은 일(직업)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나는 생각보다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단순히 학교와 같은 배움의 공간에서 책을 읽고, 외우고,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배움이 아니라, (물론 그것 자체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외에도...)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고, .. 2023. 11. 5.
남이다. 결국, 그래도... 그 누구도 자신이 될 수 없다. 자식이 아무리 날 닮았더라도 결국 내가 아니다. 유전적으로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결국 둘은 서로 다르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설명이 필요없이 자명한, 결코 같을 수 없는 타인, 남이다. 부부도 그렇다. 굳이 따지면, 남이 남을 만나, 정을 나누고, 삶의 얼마를 공유하지만, 결국 내가 아니다. 나처럼 생각할 수 있지않고, (나도 너처럼 생각할 수 없고) 나처럼 느낄 수 없고, (너와 똑같이 느끼지 못하며,) 나처럼 살 수 없는, (너처럼 살아내지 못하는,) 타인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서운해진다. 서로의 관계는 어려워진다. 그래 처음부터 달랐고, 끝까지 다를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어떤 한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 너무..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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