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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에세이 & 칼럼 & 리뷰

[그냥일기] 이렇게 또 배운다...나에 대해서

by 바후르 202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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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가?"

 

이 질문에 보통은 마땅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곰곰이 시간을 가지고 따져 보면 아직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유명한 <조-해리의 창>* 이라는 심리상담 분야의 개념에서도 이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던가?

 

*조-해리의 창 (아래 클릭시 확인 가능)

 


 

 

자기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특히 요즘은 일(직업)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나는 생각보다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단순히 학교와 같은 배움의 공간에서 책을 읽고, 외우고, 토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배움이 아니라, (물론 그것 자체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외에도...)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고, 뭔가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때로는 많은 부딪힘과 부침이 있어, 어느 부분에서는 도망치듯 독일행을 택했었다. 내가 속해 있던 공간에서 존재했던 여러 가지의 부정적인 감정과 역동을 스스로 변화시킬 자신이 없었다. 비겁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했으나, 그것이 서로에게 마땅히 좋다고 여기며 그 자리에서 떠나왔다. 벌써 4년 전이다.

 

지금 독일에선 조금은 단조로운 일상의 루틴을 가지는 중이다.

 

물론 (계약기간은 물론 시간적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정규직(Vollzeit)으로써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중이고, 이제 내년 여름 정도에는 끝이 날 예정인 대학원 석사과정도 진행 중이다. 거기에 한국의 한 재단과 함께 협업하는 일도 있고, 현재는 많은 부분은 아내가 감당하고 있지만, 세 자녀도 함께 양육하고 있다.

 

네가지 중 어떤 것 하나도 단순하다고 할 수 없는 굵직굵직한 책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부분에서 버틸만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조금은 루틴이 단조롭다고 말할 수 있다. 육체적인 피로를 제하면, 나이에서 오는 능력적 한계를 직면할 때를 제외하면,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견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런 저런 말들을 쏟아내다 보니 두서가 없다. 여하간 한국에서의 터질 듯한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일상의 단조로움을 원했고, 그런 점에서 독일은 여러 중요한 과업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측면에서는 그런 버틸만한 루틴을 내가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해 주었다. 때때로 분명한 만족감을 가질 수 있었다. 

 

때문에 이런 단순한 루틴을 내가 즐기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배움의 자리에서 벗어났다고도 여겼다. 대학원에 참여하고 있고, 그를 위해 오랜 시간 독일어에도 신경쓰고, 연습하고 있지만, 그것을 배움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냥 살아야 하는 하나의 기술 정도로 생각했다. 일도 마찬가지 였다. 독일의 사회적 기관에 몸을 담고, 서로다른 측면에 부딪히고,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법을 알아갔지만, 일을 하기 위해 적합해지는 과정 정도로만 생각했지, 배움의 자리라고 인정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여기, 지금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배움의 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내가 꽤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내가 속한 기관의 대표 책임자가 인수인계를 하며, 자신의 관점과 지식을 나누어 줄 때,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될 때, 흥분됨을 느꼈다. 단순한 일이라 생각했던 사실에서 보람이 느껴졌다. 일이 단순한 소진의 과정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원 과제가 늘 힘들다고 생각했고, 그저 그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지, 발전하고 있지 않다고 여겼는데, 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나를 붙들고 있었구나 알게 된다.

 

그래. 나는 배우는 것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배우자. 지치지 않도록.

늘 새롭게, 날마다 하나씩...

엄청난 발전은 없더라도, 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여기더라도 매일 매일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자.

나는 어차피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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