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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소식지 : 편지/소식지 & 기도요청21

나는 지금 독일에 있다. (하룻강아지의 고백) 문득, 예전 어느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때 나는 한 어른을 모시고, 조안면 두물머리 근처의 한 카페에 들렀다. 따끈한 빵과 향긋한 커피를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그 어른께 언젠가 독일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때의 나는 내 미래를 몰랐다. 실상 깊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치열한 준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는 평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특별하지도 않을 그저 그런 여러 소망 중 하나를 말한 것 뿐이었다. 언제 독일로 떠나가게 될 지, 독일의 삶이 가능하기나 할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는 그 어떤 것도 진지하게 가늠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독일에 살고 있다. 세상에 내가 독일에 있다. 내가 독일에 있다니... 벌써 꼬박 2년을.. 2022. 1. 22.
작은 바람 (ft. 독일에서 2년) 가족들과 함께 독일에 온 지 이제 2년 하고 2개월 정도가 지나갑니다. 인생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저희들에게도 2년의 독일생활은 예상치 못한 것 투성이었습니다. 당황하고 실망했던 것도 물론 있었(많았)지만, 또한 은혜와 감사의 제목들도 많았습니다. 2년 전, 정말 한 치 앞도 채 내다보지 못하면서, 조금 미화하면 '믿음으로', 현실적으로는 '무모하게' 독일행을 선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까지 이어 진 지금의 삶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 어렵다지만, 그분께서 하신 일들의 면면을 보면 그동안 우리 가족들은 바늘 귀만 뚫으며 걸어온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면, 그만큼 불가능한 일들을 현실로 마주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당신의 성실하심과 당신의 긍휼히 여기심으로써 .. 2022. 1. 13.
할아버지, 나의 할아버지께... (故 권오복) 나의 사랑하는 할아버지께서 85세의 일기로 어제 새벽 소천하셨다. 그러나 독일과 한국 시간이 서로 반대였기에, 나는 당시 막내이모로부터 온 임종 전화를 받지 못했다. 새벽녘, 여느때와 다름 없는 일상을 위해 침상에서 눈을 떴고, 습관을 따라 핸드폰을 확인했다. 거기엔 어머니로부터 온 문자가 있었다. "故 권오복님..."으로 시작되는, 지인들에게 부고를 전달하기 위한, 조금은 형식적이고 담담한 메시지였다. 실감이 안 난 탓일까? 덩달아 나도 담담해졌다. 슬픔도 없었다. 그냥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지난 주, 어머니로부터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그 시간이 이제 찾아온 것이구나 싶었다. 그 때 나는 여전히 어느정도는 잠에 취했을까? 여전히 알 수 없는 기분을 가지고, 이전 어.. 2021. 9. 2.
아굴의 기도 (ft. 오늘 가난한, 독일 유학생의 고백) 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내가 죽기 전에 내게 거절하지 마시옵소서 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서른다섯. 느지막이 다시 공부를 하려고 독일로 왔습니다. 하던 일도 그만두고 독일에 왔습니다. 자녀는 셋. 다섯 가족의 가장으로 빵점까진 아니겠지만 (부디..) 낙제점일 가능성이 큰 아비입니다. 물이 아래로 흘러 빈 바닥을 채우듯이 별스럽지 않은 인물이지만, 타지에서 고생한다며 여러 지인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송구스럽고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의 소식을..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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